최은영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환자를 진료하다 지친 나른한 오후 어디선가 스며드는 향긋한 커피향을 맡으면,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고 싶다. 애주가들이 술자리를 즐기며 술 권하듯 나 역시 커피를 즐기고, 지인들에게도 권한다. '커피 한 잔 어때요?'”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최은영 교수가 건네는 커피 한 잔. 그러나 그녀는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며 직업적 본능을 발휘해 충고한다. 커피는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녀는 먼저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소개했다.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촉진시키고, 기관지 확장, 혈관 수축, 위장관 운동을 증가시킨다. 커피를 많이 섭취할수록 체중증가를 억제한다는 보고도 있다. 만성 염증은 동맥경화나 암 같은 만성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커피를 많이 마실수록 염증 수치가 감소하고, 최신 연구에는 커피가 당뇨병과 간암, 치매 예방 효과가 확인되기도 했다.”
여기까지만 듣고 나면 커피가 만병통치약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그녀는 바로 이러한 기대를 무너뜨렸다.
“커피의 긍정적인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커피 섭취군과 비섭취군을 전향적으로 비교한 실험 연구는 없어 인과 관계가 확립된 것은 아니다. 보다 더 확실한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는 한 체중조절이나 동맥경화, 당뇨병, 간암, 치매 등의 예방을 위해 커피를 일부러 마실 필요는 없다.”
이어 그녀는 커피섭취에 따른 부작용도 설명했다.
“커피는 단기간 각성효과로 집중력을 증가시켜 기억력과 학습효과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지만, 카페인 기운이 떨어지면 더 많은 피로감을 느낀다. 또 많이 마시면 수면 장애, 두통, 불안, 자극과민, 구역이나 구토, 설사, 속쓰림과 같은 위장관 자극증상, 가슴 두근거림이나 부정맥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커피는 일시적인 혈관수축으로 혈압 상승 같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그렇다면 커피는 하루에 얼마나 마셔야 할까.
“대부분 전문가들은 커피 2~3잔을 적정한 양으로 꼽는다. 임산부도 3개월 이후에는 커피 1잔 정도는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커피믹스에 있는 설탕과 프림은 혈당 증가와 고지혈증, 비만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