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마을 8단지 입주민들은 모든 부실공사에 대한 하자보수 등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LH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며칠 전 식탁에서 밥을 먹는데 갑자기 천장이 와르르 내려앉았다. 한 방울씩 떨어지던 물방울이 천장 석고보드에 고였다가 그 하중을 이기지 못해 내려앉은 것이다. 천장이 내려앉은 그 자리는 바로 방문과 연결된 곳이다. 만일 그 자리에 사람이 있었으면 어찌 됐겠는가. 지금도 그날 일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충남 아산신도시 연화마을 휴먼시아 8단지에 입주한 이현숙(45)씨가 입주한 집이야기다. 올해로 입주 3년차인 이현숙씨는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아파트청약에 당첨된 이후 입주날짜를 기다리는 그 설레는 마음은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내 집을 장만했다는 기쁨과 새 집에 입주할 생각에 하루하루 꿈같은 나날을 보냈다. 그랬는데 그 설레던 마음은 입주하는 순간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올해로 입주 3년차. 이현숙씨 집은 천장이 와르르 무너진 것도 모자라, 벽면 도배지가 누수로 들뜨고, 맑은 날에도 곳곳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세숫대야에 고인 물과 방바닥 곳곳에 튄 물방울을 걸레로 닦아내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
같은 라인 16가구 중 13가구 누수
휴먼시아 연화마을 8단지에 입주한 이현숙씨가 며칠 전 천장이 무너져 내리던 아찔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신도시 곳곳에 LH를 통해 공급된 스프링클러 동관이 불량자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맑은 날씨에도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이동하는 통로 계단에는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다.
결국 이현숙씨는 원인 조사에 나섰다. 자신과 같은 라인에 대해 1층부터 16층까지 직접 이웃들을 만나 집 상태를 물었다. 그 결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16가구 중 13가구에서 누수관련 하자를 발견했다.
또 입주자대표회의와 공동으로 모든 입주가구에 대해 조사한 결과 총729가구 중 160가구에서 누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신고됐고, 미신고 세대까지 더하면 그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기가 사는 집 안방에 누수로 인한 곰팡이가 생기는 바람에 방 자체를 폐쇄한 집도 있었다. 겨울철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세탁실을 비롯한 외벽에서 결로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보통이고, 결빙과 해빙이 반복되면서 누수현상이 곳곳에서 발생되고 있다.
몇몇 가구에서는 하자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자비를 들여 보수공사를 하기도 했다.
화재로부터 보호해 줄 안전시설인 스프링클러는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스프링클러 배관에서 누수가 발생해 물 공급자체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이동하는 계단에는 물이 흥건하게 고여있고, 벽면에도 원인모를 물줄기가 줄줄 흐르고 있다. 퀘퀘하고 음습한 냄새로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한다. 아파트 청소인력들은 지하계단에 물기를 제거하느라 더 힘든 노동을 해야 한다.
LH 불량자재 공급 ‘의혹’
아파트 벽면에 물줄기가 새어나와 얼룩으로 오염됐다.
천장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있고, 퀴퀴하고 눅눅한 기운이 감지된다.
아산신도시 연화마을휴먼시아 8단지는 2009년 6월26일 사용검사를 마치고 입주를 시작했다. LH가 보장하는 최적의 주거환경이라는 말에 기대를 품고 입주한 주민들은 새 집 천장에서 물이 새는 현상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스프링클러와 수도관으로 시공된 동관이 파열돼 천장과 벽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8단지 724가구 중 무려 160건의 누수가 신고됐다. 이 단지는 세입자들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적극적인 문제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정확한 피해사례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대해 100여 건은 시공사인 한신공영이 보수를 완료했으나 소방분야 3년, 수전분야 2년이라는 하자보수기간을 내세워 더 이상 책임있는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산시의회 안장헌 의원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과 관리사무소는 작년부터 수십차례 LH와 시공사에 공문과 내용증명까지 발송했으나 하자보수기한을 넘기기 위해 고의지연하거나 불성실하게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더 큰 문제는 파열된 동관이 LH가 공급한 사급자재라는 한신공영 관계자의 말이다. 반영구적인 동관이 몇 년만에 파열된다면 부적합한 자재를 공급한 것으로밖에 해석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세대 전수조사, 자재 공개 검증 요구
연화마을 휴먼시아 8단지 729가구 중 160가구에서 누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신고됐고, 미신고 세대까지 더하면 피해가구가 더 늘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와 관련 아산신도시 내에 LH와 한신공영이 분양하고 시공한 아파트에 대해 명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안장헌 의원은 8단지에서 문제가 된 동관으로 시공된 모든 아산신도시 아파트에 대해 하자내역을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어 3단지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신고사례를 제보 받았다며, 조사결과에 따라 빠르고 정확한 하자 보수 및 피해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장헌 의원은 “문제가 된 동관에 대한 공개 검증을 요구한다”며 “공기업인 LH가 공급한 자재가 불량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자재의 제원과 납품경로, 시공과정을 밝히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개 검증을 통해 우려와 불신을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주민, “휴먼시아 불매운동, 법적소송 불사”
연화마을 8단지 입주민들은 모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LH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현숙씨는 “이러한 하자를 개인적으로 처리하기에는 많은 한계에 부딪혔다. 특히 LH는 적극적인 문재해결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땜질식 처방과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러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집값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쉬쉬하는 분위기를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주민들은 이러한 문제를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며, 모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LH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 주민은 “집값이 떨어질까봐 쉬쉬하는 것은 제2, 제3의 피해만 양산할 뿐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입주민 모두의 이름으로 LH를 상대로 소송은 물론 전국을 무대로 LH가 시공하는 모든 아파트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LH 관계자는 “아파트 하자보수를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회피한 일은 없다”며 “주민들이 제기한 누수 등 하자보수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하게 현장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