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사무처장
버튼 하나 누르면 조명이 바로 켜지고 가전제품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전기를 쉽게 이용하며 생각하지 못한 전기 생산과 송전의 불편한 진실이 70~80대 고령의 주민들이 저항하다 실신해 쓰러지는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에 있다.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협의는 진행되지 않고, 정부와 한전은 오히려 겨울철 전력난을 이유로 주민들을 몰아세우고 공권력을 투입해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송전선로를 활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한전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인정해 송전탑 신설만이 해결책이 아님이 확인되었다.
또한 5월 24일 언론 보도에 의하면, 한전이 기자간담회에서 “UAE 원전을 수주할 때 신고리 3호기가 참고모델이 되었고, 동일모델인 신고리 3호기가 2015년까지 가동되지 않으면 지연된 기간만큼 매달 공사비의 0.25%에 해당하는 지체보상금을 부담하도록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다”고 밝혀 정부와 한전이 UAE 원전수출을 위해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고압송전선로 신규 건설은 신고리 원전 4~6호기 신규 건설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정부의 원전 증설의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끊이지 않는 송전탑·원전·화력발전소 갈등
충남지역도 화력발전소 증설과 송전탑 건설문제로 갈등과 피해가 커지고 있다. 보령화력 주변 주민들은 날리는 석탄재와 석탄가루 때문에 밖에 빨래도 널지 못한다. 발전 온배수(취수한 해수를 발전과정에서 발생한 폐열을 흡수하는 냉각수로 사용한 후 고온 상태로 배출되는 방류수, 자연해수보다 연 평균 약 7도 정도 높다)로 인한 해양생태계 교란도 심각해 어획량이 줄면서 어업인구도 줄고 있으며 회처리장(발전하며 태우고 남은 석탄재를 처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발전소 주변의 갯벌도 계속 매립되어 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주민들 건강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발전소 주변 5km 이내 은포, 고정리 등 10개 마을 주민들은 1990년 이후 암 발생환자가 70여 명에 이르고 기형아도 출산되어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과 보령시의 건강피해 조사 및 대책 마련 요구도 발전소 측의 묵살로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
송전선로 또한 초고압 765㎸ 신서산~당진화력 구간과 345kv 청양~보령화력 구간은 민원이 끊이지 않는 구간이다. 소음과 전자파로 주민 건강 피해는 물론 농축산업 피해, 지가 하락 등 주민들의 고통과 피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 충남에는 당진화력(한국동서발전), 태안화력(한국서부발전), 보령화력(한국중부발전), 서천화력(한국중부발전), 동부그린당진발전소, 부곡복합화력 등이 있고, 이는 우리나라 전체 화력발전 설비(2937만㎾)의 약 42%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올 2월, '제6차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화력발전을 통한 전력 공급량을 1580만kW로 상향했다. 태안화력 9·10호기(200만㎾)가 증설 중이고 보령화력에서는 신보령 1·2호기(200만㎾)가 증설 공사 중에 있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이 확정되면 충남에선 당진복합화력 5호기(95만㎾급)와 신서천화력 1·2호기(100만㎾) 건설 사업이 또 시작된다. 주민들의 피해와 환경문제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풀뿌리 에너지자치가 희망
우리가 쉽게 쓰는 전기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환경문제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외면했던 전력산업의 문제와 비효율적인 에너지정책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여러 나라에서 원전 증설을 포기하고 노후 원전을 폐쇄하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화력발전도 비용의 상승, 환경문제, 신재생에너지 보급, 미래 탄소 가격의 상승 등을 이유로 신설을 포기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여전히 원전과 화력발전을 증설하는 후진적인 에너지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문제지만 최근 자치단체들의 변화와 시도는 의미가 작지 않다. 2012년 3월, 45개 자치단체장들의 ‘탈핵 및 에너지정책 전환 선언’과 서울시의 ‘원전 1기 줄이기 정책’은 최근 한국 사회의 에너지 담론과 정책을 이끌고 있다. 서울시 등 자치단체의 에너지행정과 정책의 핵심은 주민참여와 소통이다. 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주민참여형, 거버넌스형 에너지 정책으로 바뀌고 있다.
대전도 대전충남녹색연합과 한국가스공사 충청지역본부, 유성구청이 ‘유성에너지동립만세’라는 마을에너지자립운동을 시작했다. 마을에너지자립은 태양광발전기 설치와 주민절전소를 통한 에너지 절감으로 에너지 생산은 높이고 에너지 소비를 낮추는 것이다. 주민절전소는 한밭생협절전소 등 현재 5호까지 설치되어 100가구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데, 내가 절약한 전력이 남이 쓸 수 있는 생산 전력이라는 개념으로 전력을 모으고 있다.
화력과 원자력 등 대규모 발전과 공급 중심의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과 정책에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한다. 지역형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수요관리 중심의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이 시급하다. 수요관리 중심의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과 정책은 자치단체가 앞장서고 주민들의 참여로 채워야 한다. 풀뿌리 에너지자치가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