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숙 교수(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산부인과 고위험임신클리닉)
임신 중에는 많은 피부질환이 생긴다. 그 중 가장 불편한 것은 가려움증이고, 일생동안 남는 것은 기미가 아닐까 싶다.
가려움증, 청결하고 촉촉하게
임신 중에 잘 생기는 가려움증은 임신성 소양증이라고 하는데, 보통 임신 제3분기(평균적으로는 임신 35주)에 발생하고, 첫아기인 경우 더 잘생기며, 둘째나 셋째아기 때에는 잘 재발하지 않는다.
친정엄마나 친언니, 친동생이 함께 발생하는 것을 보면 가족 성향이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어디라도 생길 수 있으나, 주로 엉덩이, 허벅지에 생기기 시작해 전신으로 퍼져 나간다. 치료는 없다. 임신해서 생긴 질환으로 아기를 낳아야 없어진다.
관리방법은 피부를 청결히 하고, 크림과 오일 등을 듬뿍 발라 건조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면 속옷을 입도록 한다, 기름진 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은 피한다. 항히스타민연고나 스테로이드 연고는 대부분 태아에게 해를 주지 않고, 증세 호전에 도움을 주므로 피부과나 산부인과에서 처방 받아 바른다.
분만 후 가려움증은 즉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분만 4~8주가 지나야 없어진다. 긁어서 생긴 거무스름한 상처에 자외선을 쏘이게 되면 그대로 착색이 될 수 있으므로 외출 시엔 자외선 차단 크림을 충분히 발라 색이 짙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한다.
기미, 자외선과 스트레스 피하기
임신 중 착색도 문제다. 여러 부위의 피부가 검게 변하는데, 복부 피부의 정중선에 색소가 침착해 배꼽부터 세로로 치골까지 검은 세로줄이 생긴다. 이 부위 이외에도 양쪽 눈 밑 광대뼈 부위와 목 부위에 임신 기미와 주근깨가 생기고, 유륜과 성기 주위, 겨드랑이에 검은색 색소 침착이 생긴다. 이 중 임신 기미는 임신 마스크(mask of pregnancy)라고 하며, 임산부의 50% 이상에서 발생하는데,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비임신여성 5~34% 정도에서도 생긴다.
임신하면 태아가 발육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분비량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멜라닌 세포자극호르몬(MSH)을 자극하고, 황체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피부색소를 주변에 뿌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양쪽 눈 주변과 광대뼈 부위에 대칭으로 불규칙한 반점들이 생성된다.
임신 기미는 주로 임신 3개월 정도에 나타나기 시작해 차츰 짙어지며, 출산 후 첫 생리가 시작되는 시기에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초산 보다 두 번째나 세 번째 임신의 경우 체내에서 멜라닌 자극인자를 반복적으로 인식하다보니 기미의 발생률이 더 높아져 출산 이후 원래 피부로 돌아오는 회복률이 저하된다. 그래서 첫아이 때 기미가 생겼던 임산부나 피부 재생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 임산부는 특히 더 주의해야 한다.
임신으로 인한 신체의 화학적 변화가 임신 중 기미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 외에도 임산부 기미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다른 요인들이 결합되었을 때 임신 중 기미 발생률은 높아진다. 유전, 자외선, 스트레스 그리고 자극적인 피부 관리 등이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요인들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임신 중 기미관리를 위해 연고제 사용, 약물복용 그리고 레이저 시술과 같은 치료는 출산 후로 미루는 것이 좋다. 임신 중 기미 관리는 예방이 최우선이다. 예방법으로는 항상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철저히 하고, 외출 시엔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와 양산을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자극이 적은 과일을 이용한 팩을 주 1~2회 정도 하는 것도 좋은 기미 예방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을 포함한 가족 모두가 임산부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