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영인면에 위치한 천년고찰 세심사에 우물이 말라 온 세상이 자비로 충만해야 할 ‘부처님 오신날’ 주지스님은 물론 신도들에게는 근심만 쌓이고 있다.
전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릴 때도 세심사 대웅전 옆에 있는 우물은 늘 맑은 물이 넘쳐흘러 인근 농가에 공급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지만 2009년 우물이 마르기 시작하며 주변에 잡초만 무성하다.
아산시 영인면에 위치한 천년고찰 세심사(주지 지해)에 우물이 말라 온 세상이 자비로 충만해야 할 ‘부처님 오신날’ 주지스님은 물론 신도들에게는 근심만 쌓여가고 있다.
세심사 주지 지해스님과 신도들에 따르면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심사 우물은 물맛이 좋아 마을 주민들은 물론 외지에서 온 등산객들까지 물을 받아가려고 줄지어 섰다고 한다. 전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릴 때도 세심사 대웅전 옆에 있는 우물은 늘 맑은 물이 넘쳐 흘러 인근 농가에 공급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2009년 무렵 세심사의 우물이 마르기 시작하며 스님과 신도들은 근심에 쌓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세심사는 비구니 스님이 지켜온 사찰로 유명한데, 현재 80을 넘기며 의사소통마저 자유롭지 못한 노스님을 두 명의 제자가 모시고 있다.
세심사 스님들은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을 너무도 고통으로 기억하고 있다. 산중에서 마을로 내려가 물을 시주받아 빨래를 해야 했고, 해우소(근심을 덜어내는 장소라는 뜻으로 화장실을 말한다) 이용마저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심사 주지 지해스님은 물론 신도들 모두 거동이 불편한 노스님이 근심을 덜기 위해 해우소를 이용할 때마다 반대로 근심은 쌓여만 간다.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며 천년의 역사를 간직해온 사찰과 우물이 말라버린 기막힌 사연을 접한 시민들이 너무도 안타까워하고 있다.
아름다운 CC골프장 대형관정 개발이 원인
백제시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세심사는 영인산 산기슭에 위치해 아름다운 풍광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세심사가 위치한 영인산 능선을 넘으면 불과 20~30m 거리에 아름다운CC 골프장이 있다. 이곳에서 대형관정을 개발하며 세심사 우물이 말라 버렸다.
세심사에 우물이 마르기 시작한 시점은 영인면과 염치읍에 걸쳐 조성된 ‘아름다운 CC 골프장’ 개발시점과 일치한다. 아름다운 CC는 2009년 잔디밭과 조경 관리를 위해 사용할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대형 관정을 굴착했다.
아름다운CC 골프장은 당초 104만8526㎡를 체육시설로 인가받아 이 중 86만7448㎡를 18홀 골프장으로 개발해 2009년부터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 2011년 시설부지 34만7594㎡를 늘려 시설변경을 신청했고, 아산시는 이를 인가해 고시했다. 이에 따라 아름다운CC는 추가로 인가받은 52만8672㎡에 대해 9홀 증축사업을 시작하며 영인산의 마구잡이식 산림훼손이 가속화됐다.
당시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강하게 저항했으나 아름다운 CC는 벌목과 터파기 공사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각종 비리사건이 불거지며, 김찬경 회장의 또 다른 차명소유로 알려진 아름다운 CC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공사는 영인산자락에 상처만 남긴채 중단됐다.
천년고찰 세심사와 아름다운 CC 골프장은 둘 다 영인산 줄기에 걸쳐져 있으며 능선을 경계로 불과 20~30m 거리에 위치해 있다.
아름다운CC측은 세심사에 고갈된 우물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09년 세심사에 소형관정을 뚫어 준 것으로 확인됐다. 관정을 통해 처음에는 물 공급이 원활했지만 이마저도 곧 말라 버렸다.
아름다운CC 골프장 영업이 지속되면서 세심사의 물길이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신도들과 등산객 수백명이 세심사를 찾지만 화장실 문제로 근심은 더욱 쌓여만 간다. 이제는 식수조달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석가탄신일’을 3일 앞둔 5월14일(수)부터 아산소방서의 물탱크 차량을 지원받아 물공급이 시작됐지만 세심사의 물부족을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식수로도 부적합하다.
그나마 ‘석가탄신일’을 3일 앞둔 5월14일부터 아산소방서의 소방차를 지원받아 물공급이 시작됐다. 그러나 좁은 산길에 차량진입이 어려워 2톤을 겨우 운반할 수 있는 소형차량만이 운행할 수 있고, 그마저도 세심사의 물탱크를 채우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아산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화재진압을 위한 화학약품이 섞인 물이기 때문에 식수로는 부적합하다”며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년고찰 세심사에 물 시주 시급
산기슭에서 세심사를 내려다보는 비구니 스님의 뒷모습에 수심이 가득하다.
“천년을 지켜온 세심사에 우물이 마른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부처님 말씀을 전하며 수양이나 할 줄 아는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세심사 주지 지해스님이 간절하게 합장하며 건넨 말이다. 천년고찰 세심사에 물시주가 시급해 보인다. 석가탄신일을 맞아 연등도 달고, 방문객들을 맞을 준비는 했지만 올해도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아산시민연대 김지훈 사무국장은 “세심사는 천년의 역사가 흐르는 동안 외세침략과 각종 크고 작은 환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에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었지만 그 원형이 크게 훼손되지 않고 문화재적 가치를 지켜왔다. 우리 세대는 후손들에게 세심사를 어떤 모습으로 물려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서상옥 국장은 “사람들이 여흥으로 즐기는 골프장 건설이 주변환경은 물론 생태계를 얼마나 심각하게 파괴하고 교란시키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첨단문물이 갖춰진 풍요로운 21세기에 오히려 사람들이 몰고 온 환경재앙이 천년고찰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년고찰 세심사는 어떤 곳?
조선시대 각종 문헌 등장…다층탑 등 문화유산 등록
외세침략을 비롯한 각종 환란에도 불구하고 세심사에는 절의 중심부에 고려시대에 유행하던 청석으로 만든 구층석탑(충남문화재자료 231)을 비롯한 각종 문화유산이 현존하고 있다.
세심사(洗心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로 백제 때 창건해 654년(신라 선덕여왕 14년) 자장스님이 중창했다고 하지만 입증할 문헌은 아직 찾지 못했다.
654년 창건사실이 입증된다면 무려 1359년의 역사를 간직한 현존하는 손에 꼽을만한 역사를 간직한 사찰이다.
1530년(중종 25년) 편찬한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조선 후기 ‘여지도서’ ‘범우고’ 등에 ‘신심사(神心寺)’라는 이름의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 후기까지 꾸준히 명맥을 이어온 것으로 보인다. 1968년 일타(日陀)와 도견(道堅)이 절 입구에 있는 ‘세심당(洗心堂)’이라는 부도에서 이름을 빌려 세심사로 고쳤다.
현존하는 건물은 대웅전을 비롯해 영산전·산신각·범종각·요사채가 있다. 대웅전 안에는 소조(塑造)아미타좌상이 봉안돼 있고, 불화로는 영산회상 후불탱화와 신중탱화가 있다. 신중탱화는 1794년(정조 18년) 조성한 것으로 승초(勝初)·원정(元正)·보심(普心)·품관(品寬)·대운(大云) 등이 그렸다. 영산전에는 석가삼존불과 16나한상 및 판관상 1위가 봉안돼 있다. 불화로는 영산회상도와 나한도 2점, 독성도 2점 등이 있다. 산신각에는 1935년 조성한 칠성탱화와 1937년 조성한 산신탱화가 있다.
절의 중심부에는 고려시대 유행하던, 청석(靑石)으로 만든 구층석탑(충남문화재자료 231)이 있는데, 상륜부(相輪部)가 없으며 1968년 일타와 도견이 옥신(屋身) 등의 새로운 부재를 가미해 원래의 모습을 잃었다. 부도는 본래 절 입구에 3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대웅전에서 영산전으로 오르는 계단 옆에 ‘송매당(松梅堂)’ 부도 2기만 있다. 이밖에도 1563년(명종 18년)에 판각된 부모은중경판과 불교 의식집인 청문판(請文板) 4매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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