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교수(단국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환절기에 호흡기 내과를 찾는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감기에 걸려 동네 의원에서 처방 받은 약을 복용했는데도 기침이 지속되어 오시는 분들이 제법 많은 것 같습니다.
기침이 오래가는 원인에는 콧물이 목뒤로 넘어가 상기도를 자극하거나, 위산이 역류하여 식도의 기침 반사 신경을 자극하거나, 일부 고혈압 약의 부작용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대개 호흡기 의사들은 이런 환자들에 대해 가슴 X-선 촬영을 하고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만성 기관지염 및 폐기종) 같은 만성 기관지질환이 있는지 확인을 합니다.
‘만성폐쇄성질환’ 80~90% 흡연이 원인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들은 동네 의원이나 병원에서 “천식이 있으시네요”라는 말씀을 많이 듣습니다. 그러나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 쌕쌕거리는 숨소리 등을 동반할 수 있어 증상이 유사하지만 엄밀히 다른 질환입니다. 천식은 여러 가지 자극(꽃가루, 먼지, 집먼지 진드기, 감기, 담배 연기 등)에 의해 기관지가 과민하게 반응하고 수축하여 발생하는 질환으로, 기관지확장제와 흡입 스테로이드제 등의 약제를 사용하여 천식 염증을 가라앉히면 증상과 폐기능이 정상으로 호전됩니다.
반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장기간 유해물질에 자극받은 기관지의 염증이 지속되어 기관지벽이 두꺼워지고 점액분비가 늘어나거나(만성기관지염), 폐포벽이 얇아지고 늘어나(폐기종) 공기의 순환이 자유롭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만성적인 기침과 객담, 호흡곤란을 유발합니다. 천식과 달리 기관지와 폐포 구조의 영구적인 변화가 발생되어 치료를 하여도 폐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유해물질을 지속적으로 흡입하기란 쉽지 않지만 흡연자의 경우 약 4000여 종의 독성 화학물질을 흡입하게 되어 기관지와 폐의 손상이 유발되며, 전체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약 80~90%가 흡연에 의해 발생된다고 합니다.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수 갈수록 증가
1994년 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약 200만 명(인구의 0.8%)의 폐기종 환자와 약 1400만 명(인구의 5.4%)의 만성기관지염 환자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전체 사망 원인 중 4위에 해당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전 세계 10대 사망 원인 중 유일하게 증가하는 질환이라는 점입니다.
머레이와 로페즈 등의 보고에 의하면 흡연을 기반으로 사망률을 예측하였을 때 만성폐쇄성폐질환은 1990년 전 세계 사망 원인의 6위였으며, 2020년에는 3위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금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1960년대 이후 흡연인구가 감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폐암 발생률은 무려 30여 년이 지난 1990년대에 들어 감소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금연과 이에 따른 흡연 인구의 감소의 효과가 발생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한,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여 향후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증가가 우리나라에서도 보건 및 사회적인 중요 이슈가 되리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흡연자 10년 일찍 죽는다
최근 의학 교과서에서는 흡연행위 자체를 병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흡연자의 경우 평균 수명이 비흡연자에 비해 약 10년 정도 낮다고 합니다. 21세기 들어 의학의 눈부신 발전과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로 다양한 만성질환의 치료 성적이 좋아지면서 평균 수명도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평균 수명을 10년 이상 늘릴 수 있는 약은 개발되지 못했습니다. 오랜 기간 흡연을 한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담배에 영향을 많이 받아 지금 금연을 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금연은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경우 폐기능의 악화와 질환의 진행 및 합병증 예방을 위해 금연은 필수적입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하여 금연하시고 건강한 삶을 누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