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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따뜻한 공공의료를 말할 차례”

허종일 천안의료원장,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국민건강…의료계 곪은 상처 모두 도려내야"

등록일 2013년04월2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허종일 천안의료원장은 '따뜻한 공공의료'를 강조한다.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일수록 의료혜택은 더욱 절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의료는 국가와 자치단체 그리고 이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이제 따뜻한 공공의료를 말할 차례다.”

경남 진주의료원 폐업사태로 공공의료에 대한 문제가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34개 지방의료원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는 경영부실 이다. 경영이 부실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민영의료에서 ‘돈벌이가 안된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충남에서는 4개의 의료원이 운영되고 있는데 작년 한해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천안의료원이 39억39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공주의료원 17억5100만원, 홍성의료원 25억8000만원, 서산의료원 6억9200만원이다.

일각에서는 방만한 운영,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관리감독 소홀 등도 지적한다. 이러한 문제가 전혀 없다고 단언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어느 조직에나 발생될 수 있는 사람의 문제이지 공공의료의 문제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이런 가운데 천안의료원 허종일(45) 원장으로부터 공공의료 전반에 대한 사정을 들었다. 현재 천안의료원은 체불임금만도 23억원에 이른다. 허종일 원장은 ‘불친절하고, 지저분하고,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며 환자들로부터도 외면당하던 천안의료원에 지난 2011년 4월11일 취임했다.

“진단이 정확해야 제대로 된 처방 나온다”

“그동안 쉬쉬했던 국내 의료계의 모든 문제점이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쏟아져 나와야 한다. 심지어 개인 병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모두 말이다. 또 진료비를 산정하는 방식부터 의료보험까지. 특히 병원마다 고가의 장비를 들여 얼마나 환자들을 과잉진료하고, 과잉처방하고 있는지…또 그렇게 몰고 갈 수밖에 없는 정책적 한계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의료계 전반에 곪은 부위를 정확히 진단해야 제대로 된 처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종일 원장은 오히려 진주의료원사태를 계기로 국내 의료현실을 정확히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의료 시스템의 93% 이상을 민간이 운영하고, 나머지 영역을 공공의료가 뒷받침하는 구조가 과연 정상적인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의료행위 자체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사를 양성하는 대학조차 경쟁적으로 의사들을 돈벌이로 내몬다. 고가의 의료장비를 들여놓고 환자나 환자 가족들의 나약한 마음을 부추겨 더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게 만드는 의사를 능력있는 의사로 대우한다. 이러한 틀 속에서 양심적인 진료를 하는 의사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천안의료원 경영난?…“이미 극복단계”

천안의료원은 현재 지방의료원에서는 엄두도 못 내던 암수술은 물론 항암치료까지 실시한다. 또 경영여건도 크게 개선되고 있어 머지않아 직원들의 체불임금도 정산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천안의료원은 지난해 39억3900만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기록됐다. 이에 대해 충남도의회 몇몇 의원들은 경영난을 이유로 천안의료원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 소속 윤미숙 의원은 천안·홍성·서산·공주의료원의 통합만이 만성적자를 타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같은 당 소속 김득응·유병국 의원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충남도에 주문했다.

그러나 천안의료원의 경영적자에 대해서는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39억3900만원 중 26억원은 매년 동일하게 발생하는 시설물에 대한 감가상각비다. 그렇다면 진료를 통한 적자 금액은 13억3900만원이다.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차원에서 연간 13억3900만원의 비용이 부담스러운지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천안의료원은 현재 지방의료원에서는 엄두도 못 내던 암수술은 물론 항암치료까지 실시한다. 또 공공의료에 대해 뜻을 함께하는 의사들을 초빙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의식도 바뀌면서 일반 외래환자가 늘어 경영여건도 크게 개선되고있다. 이 추세라면 머지않아 직원들의 체불임금도 정산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공공의료에 대한 의식은 무지에 가까웠다. 허종일 원장은 자신의 아파트를 담보로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했다가 회계부정으로 호된 질책을 받았다. 또 봉명동에서 삼룡동으로 이전할 당시 이전비용과 약품비를 제때 지원받지 못해 은행대출을 이용했다가 정관위반, 부정·비리사건으로 연루돼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허종일 원장을 비롯한 천안의료원 직원들은 매달 하루씩 휴일을 반납하고 도시빈민 의료봉사를 10개월째 실시하고 있다. 또 외국인 근로자를 비롯한 소외계층 의료서비스, 만성질환관리 등에도 약제비를 비롯한 수천만원이 비용이 들어갔다.

허종일 원장은 “국민건강을 국가가 돌보지 않는다면 과잉진료와 과잉처방 문제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양심적인 의사들이 양심적인 의료활동을 보장하고, 국민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따뜻한 공공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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