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진 아산시민연대 대표
“모든 정책의 중심에는 시민이 있어야 한다. 시민이 주체가 되고, 시민에 의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활동을 통해 참된 지방자치가 실현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민중의 눈으로 일상생활에서 부터 시민들의 작은 권리를 하나씩 찾아 나갈 계획이다.”
1998년 창립한 아산시민모임은 지난 2월25일 총회를 통해 공식명칭을 ‘아산시민연대’로 변경하고 새롭게 출발했다. 때맞춰 지난 30여 년간 농민운동가로 활동해 온 장명진(51)씨를 대표로 선출했다.
열 아홉 살 부터 아산시 음봉면에서 농사를 지어온 장명진 대표는 농민운동을 비롯한 각종 시민운동에 앞장서 왔다. 특히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통해 농업 기반이 무너지고 우루과이라운드를 비롯해 최근 한미FTA 체결까지 농업포기정책을 온몸으로 저지하며 지난 30여 년간 투쟁해 왔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를 그의 농장에서 만났다. 농장에서 만난 그는 트렉터에 기름치고, 작년 가을에 수확한 콩을 이제서야 타작하고 있었다. 아산시는 물론이고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농민과 노동자들의 집회와 시위현장을 찾아 연대투쟁을 하느라 정작 본인의 일은 뒷전으로 밀렸다.
“보다 나은 미래가치를 위해 연대를”
아산시민연대 장명진 대표가 인주면 동화기업 소각장 문제와 관련 연대사를 하고있다.
“‘1000만 농민 똘똘뭉쳐 우리농업 사수하자!’ 30년 전 내가 처음 농민운동을 시작할 때 외쳤던 구호다. 어느 순간 농업인구가 500 만 명으로 줄더니, 최근 통계로는 200만 명도 채 안된다고 하더라. 게다가 겸업농민을 제외하면 아마 순수한 전업농민은 100만 명 도 못 될 것이다. 현재 농촌 평균연령은 65세가 넘는다. 앞으로 10년 후에 농민이 몇 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변변한 교육시설도 없고, 안정적인 수익도 보장되지 않고, 정부마저 농업을 외면하니 젊은 인구가 더 이상 농촌에 남아있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다. 농촌사회는 결국 세대간 단절로 이어져 생명산업인 농업은 곧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 농업의 붕괴는 농촌과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22%에 불과한 식량자급률에도 불구하고 농업을 포기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는 재난수준의 식량난을 겪게 될 것이다. 이에 농촌은 도시문제를, 도시는 농촌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올해부터 아산시민연대 장명진 대표의 생활은 더욱 분주해 질 것으로 보인다. 농민운동 범주를 벗어나 그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 보다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는 그동안 농민운동을 통해 추구했던 사회적, 역사적 가치를 좀 더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계층 구성원들과 네트워크를 통한 의식연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농촌과 도시, 자연환경과 인문환경, 정치인과 일반시민, 자본가와 노동자 등 서로 다른 세계에서 활동하는 모든 시민들이 네트워크를 통한 공존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는 물론 일반시민들까지 보다 나은 미래가치를 위해 연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산시민들의 공감대를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시민운동은 작은 권리 찾기부터”
“시민운동은 일상생활 속에서 작은권리 찾기 운동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에는 시민의 기본권이 무시된 것들이 너무 많다. 공공서비스, 장애인편의시설, 사회복지, 과도한 행정규제, 복잡하고 권위주의적인 행정, 생활환경권 침해 등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불편과 불쾌, 다양한 권리 침해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아산시민모임은 그동안 의정감시, 아산시예산분석, 시민참여예산학교, 투명사회시민학교, 참여자치학교, 학교급식운동,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조례의견개진, 아산시교육특혜사업 비판, 스마트택시평가, 겨울철 실내온도조사, 인주공단 쓰레기매각장, 아산시의회 의장단선출 방식개선, 영인산 골프장반대, 농어촌공사 수의계약사업, 아산숭례문 및 이어령 문학관 반대, 공무원 비리, 일제고사반대 및 현장체험학습,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위니아만도, 경남제약, 유성기업 등 지역 노동현안, 지역신문 모니터, 걸매리갯벌매립 반대, 아산만 조력댐건설 반대, 천안아산 행정통합 대응, 고교평준화 조례서명운동, 아산학교급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장명진 대표는 “아산시민모임은 그동안 지방자치, 주민참여, 주민교육, 지역인권을 위해 열악한 조건에서도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며 “아산시민연대는 그동안 해왔던 아산시민모임의 활동을 승계해 발전시키고, 시·의정 감시, 아산시 예산 분석 및 제안, 로컬푸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작은권리 찾기운동 등을 구체화 해나 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명진 대표가 작년 가을에 수확한 콩을 탈곡하고 있다. 농업이 천직이라는 그는 열 아홉살에 농민운동에 투신해 30여 년간 농민운동가의 길을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