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은 전형적인 여자 연기자들과는 다르다. 예쁘게 차려입고 멋진 주인공을 연기하지도 않는다. 연기를 하면서 발을 구르며 엉엉 소리내 울기도 하고, 목청껏 상대에게 소리를 빽빽 지르는 등 화면에 예쁘지 않게 보여도 상관이 없나 보다. 오히려 주변에서 본 듯한 외모에 발랄한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어필되고 있는 상황.
그런 때문인지 공효진은 요즘 부쩍 바빠졌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 일 욕심이 늘었다기보다는 그녀의 진가를 인정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올해 그녀가 주?조연급으로 출연한 영화만 해도 총 4편. 줄줄이 개봉 대기중이다.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 ‘서프라이즈’와 ‘긴급조치 19호’는 우정출연인 줄 알고 갔다가 현장에서 조연급으로 비중이 늘어났다.
배역도 가지각색이다. 한 남자를 놓고 애정싸움을 하는 두 친구 사이를 오가며 조언하는 호들갑스런 친구(서프라이즈)부터 가수 팬클럽 회장(긴급조치19호), 여고짱(품행제로), 동성연애자(철없는 아내,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까지 팔색조 연기를 선보일 예정.
브라운관에서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SBS ‘화려한 시절’로 스타덤에 오른 뒤 이번엔 MBC-TV 수목 미니시리즈 ‘네 멋대로 해라’에 캐스팅돼 또다시 안방극장을 휩쓸 태세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네 멋대로 해라’에서도 독특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영화출연에 드라마까지, 쉴 틈 없이 계속되는 스케줄로 건강이 좋지 않아 쓰러지기까지 했지만 “비중 있는 역할이 들어오니까 욕심이 난다”고 털어놓는다.
이번에 맡은 미래 역은 씩씩하고 생활력 강하고 낙천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드라마 데뷔작이었던 SBS ‘화려한 시절’에서의 연실과 상당히 닮은꼴이다. 소매치기 출신으로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시한부 인생 복수(양동은)에게 모성애와 같은 연민을 품고 있는 치어리더다.
“연실은 단순했는데, 미래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인물”이라고 한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동생을 돌보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면서도 화려하고 멋을 많이 부리고, 복수가 사랑하는 여자 경(이나영)을 질투하면서도 우정을 쌓아가는 인물이다.
“망가지겠다고 용기 있게 나서는 여배우가 드물어서” 거칠고 왈가닥인 역할만 줄곧 맡고 있단다. 가슴 아픈 비련의 여주인공은 아직 생각이 없다. “저 아니라도 그런 역할을 할 배우는 많잖아요. 외모에서도 성숙하지 않았고요. 또 워낙 제 성격이 낙천적이라 이것저것 별로 ‘못마땅한’ 배역이 없어요.”
자다가 일어나서 휴대폰을 받는 촌스러운 여학생을 비롯해 지금까지 공효진이 CF나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은 결코 예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낙천적인 성격이어서’ 외모에 큰 불만은 없다. “처음부터 못난이로 나와서인가봐요. 예쁘게 보아주시네요”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실제 외모는 평범 이상이기도 하다.
‘못난’ 얼굴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공효진은 실제로 개성 있고 세련된 외모가 돋보이는 스타일. 조그만 얼굴에 하얀 피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172㎝의 큰 키, 모델 뺨치는 날씬한 몸매 등은 현대적 미인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호주에서 고교 시절을 보냈을 때 모델 제의를 받았고 한국에서도 데뷔작 ‘여고괴담 2’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주로 모델로 활약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킬러들의 수다’와 ‘화산고’를 거치면서 중성적인 듯하면서도 철부지 소녀 같은 자신만의 개성을 관리해 왔다.
드라마 ‘화려한 시절’에 이어 영화 ‘품행제로’에 함께 출연하는 류승범과는 열애설을 넘어서서 공인된 연인으로 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또래 여자 연예인들과 친하기가 쉽지는 않다. 승범씨와는 영화를 같이 하다 보니 만나는 시간도 많고 친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하면서도 우정인지 사랑인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공효진의 거리낌없는 당당한 말투에서 솔직하고 통통 튀는 신세대의 매력이 그대로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