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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은주씨의 아버지 이해철(77)씨와 어머니 박명규(68)씨가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
17세 삼성온양공장 입사(1993년)→ 발암물질 환경 속에서 6년간 주·야근무→24세 난소암 진단→12년 투병생활→36세 사망(2012년)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 산재 불승인(2013년)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난소암 진단을 받고 12년간 투병생활 끝에 사망한 고 이은주씨가 끝내 산재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에 지역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고 이은주씨는 1993년 만17세의 어린나이로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했다. 당시 이은주씨는 공장과 기숙사를 오가며 6년간 주·야로 성실하게 근무했다. 그러다 만24세의 나이에 난소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12년이라는 긴 투병생활 끝에 2012년 1월4일 36살의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삼성이 제공한 작업환경 정보가 유일한 판단근거?
최근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을 대폭 개선했다고 호들갑을 떠는 노동부의 자랑과 달리, 현실은 여전하게도 산재 불승인 결정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월 삼성반도체 다발성경화증 피해노동자들의 재심사 불승인 결정에 이어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지난 2월15일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난소암 사망노동자 고 이은주씨의 산재(유족급여 등)신청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산재를 신청한지 10개월만이다.
이에 대해 노무법인 참터 김민호 노무사는 “이은주씨의 사망원인에 대해 노동부와 그 산하기관들은 제대로 된 규명보다는 삼성이 제공한 작업환경측정결과와 물질정보(MSDS) 등에 기댄 매우 형식적인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부실한 역학조사 결과에 기댄 질병판정위원회를 통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역학조사보고서를 통해, 고인이 담당한 업무인 ‘금선연결(와이어본딩)공정’에서 난소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석면, 탈크, 방사선 등의 유해물질을 취급하지 않았다면서 업무관련성이 낮다고 판단했다”며 “이를 토대로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대전지역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거쳐 불승인 결정을 내린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산재불승인 판결에 대해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나 반올림, 노동계 등에서는 노동자의 입장이 아닌 삼성이 독점하는 제한된 정보만으로 전체 작업환경과 인체영향을 판단한 것은 일방적인 ‘삼성편들기’라고 비난했다.
이은주씨 동료들 난소종양…유사질환 제보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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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6년2개월간 근무하다 난소암으로 사망한 이은주씨. 그의 유가족들이 산재신청을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
고 이은주씨는 발암물질로 알려진 화공약품이 복합된 작업환경에서 6년간 밤낮없이 일하다 난소암에 걸려 12년간 투병생활 끝에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이은주씨의 사망원인을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이은주씨와 같은 조에서 근무했던 동료 또한 난소 종양이 발생해 절제술을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 따르면 삼성반도체 온양사업장의 전·현직 여성노동자들 사이에서 유방암, 자궁경부암, 생리통, 생리불순, 무월경 등 생식독성과 관련된 질환 제보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반올림 조사결과 외국의 반도체 산업을 대상으로 한 역학연구에서도 이은주씨와 같은 ‘금선연결공정’이 포함된 부서에서 일했던 여성노동자들의 난소암 표준화 사망률이 일반여성보다 2.3배나 높게 보고되는 등 통계적으로도 유의하게 나타났다.
특히 이은주씨는 통상 난소암 발생연령인 40~50대 이후보다 훨씬 어린 나이인 만24세에 난소암에 걸렸다. 이은주씨가 사망한 36살까지 삼성반도체의 6년2개월이 유일한 직장 경력이며, 업무관련성을 부인할 만한 가족력, 과거력, 흡연력, 음주력 등이 전혀 없었다.
지난 해 12월 삼성반도체 유방암 사망노동자 고김도은씨의 산재 승인 결정 이유의 하나도 노출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암 발병률이 높다는 점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반올림은 근로복지공단이 이은주씨의 사망원인을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는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사망한 근로자가 산재를 입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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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26일 삼성백혈병 충남대책위, 반올림,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은주씨 유족들과 함께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에 산재신청 관련 서류를 접수했다. |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와 반올림은 이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충분히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전지역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참석위원 5명 중 4명이 불인정 의견을 냈고, 1명만이 “난소암 발병이 적은 연령이고, 반도체 공정에서 복합노출에 의한 발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동일 공정에서 난소암의 발생보고가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역학조사결과를 수용하더라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사람에게 발생한 특정 질병의 원인을 의학적, 자연과학적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명백히 증명하는 것은 현대의학으로도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을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있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도 같은 취지에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98두10103 판결 등)’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반올림측은 이은주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난소암’과 ‘이은주씨의 업무 및 작업환경’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는 마루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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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26일 삼성백혈병 충남대책위, 반올림,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은주씨의 산업재해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
2012년 2월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표한 반도체 제조공정 작업환경 역학연구결과, 반도체 제조과정에 사용되는 ‘에폭시 수지’ 등에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1급 발암물질이 열분해산물로 생성되고, 환기시설을 공유하는 다른 작업공정으로 확산돼 다른 공정에서 생성된 유해물질들과 섞여 복합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민호 노무사는 “이 연구가 최근 3년간(2009~2011) 작업환경에 대해 실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법적규제도 없고 작업환경이 열악했던 과거(1993~1999)에는 훨씬 더 심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에폭시 수지’는 종류에 따라 비스페놀 에이나 4-VCH 등 난소에 대한 생식독성 물질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국제암연구소는 에폭시 수지의 생산과정에서 4-VCH, VCD에 노출될 수 있으며, 4-VCH 와 VCD는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그룹2B’ 물질로 지정하고, 비스페놀 에이나 4-VCH는 동물실험에서 난소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직업병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확보를 위한 충남대책위원회’와 ‘반올림’은 지난 5일(화) 성명을 통해 “근로복지공단의 이은주씨 산업재해 불인정은 한마디로 부실한 재해조사와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통해 내린 부당한 결정이며, 젊은노동자들의 수많은 죽음과 건강문제를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명백한 증거 없이 인정해주기 힘들다는 것은 더 많이 죽고 더 많이 병든 후에야 사후약방문을 쓰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노동자는 마루타가 아니다”라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