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야생동물 피해가 확산, 수렵구역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야생동물에 의해 훼손된 옥수수밭.

고라니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파헤친 콩밭.

야생동물에 의한 농가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이 천안지역 수렵구역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천안시에 따르면 유해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 신고건수는 지난 2010년 118건에서 2011년 348건으로 두배 이상 늘었고, 2012년에도 480건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농가피해면적도 2010년 2만6909㎡, 2011년 2만7212㎡, 2012년 2만8539㎡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실제 천안시 동면 화덕리 김모씨(74)는 지난해 7월 옥수수밭에 멧돼지가 침입해 1013㎡중 337㎡가 훼손되는 피해를 입었으며, 송연리 김모(62)씨도 지난해 9월 콩밭 4955㎡를 고라니에 의해 훼손, 한 해 농사를 포기해야만 했다.
시는 지난 2009년부터 읍·면지역을 구역별로 1반 성거·입장, 2반 목천·북면·성남·수신, 3반 광덕·풍세, 4반 병천·북면 등 4개반 26명의 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운영하고 있다.
피해방지단이 그동안 포획한 야생동물 수는 ▷2010년 173마리(멧돼지 48, 고라니 125) ▷2011년 523마리(멧돼지 75, 고라니 430, 기타 18) ▷2012년 914마리(멧돼지 99, 고라니 786, 기타 29) 등 최근 3년 사이 5배 이상 늘었다.
특히, 야생조수에 따른 농가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농가에게 지급되는 피해보상금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목소리다.
최근 3년간 천안시 피해보상금 지급현황을 보면 2010년에 44건이 신청돼 31건에 대해 1194만원이 지급됐으며, 2011년 33건 신청 중 25건 1000만원 보상, 2012년에는 신청 26건 중 23건 934만원이 지급됐다. 지난해 피해신고건수 대비 신청건수는 5.4%에 불과, 예산대비 지급건수 역시 절반에도 못미치는 46.7%에 그쳤다.
이에 천안시의회 유제국 의원은 오는 3월6일 열리는 제163회 임시회에 피해보상금 지급대상 기준을 피해규모 330㎡(100평)에서 165㎡(50평)로 완화하고, 지급한도액도 농가당 최대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하는 ‘천안시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등 피해보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제출한 상태다.

사고위험 때문에 수렵구역 지정 조심

천안지역 수렵구역 지정을 요구에 대해 사고위험과 실효성을 두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충남도는 4년마다 4개 권역을 순환하며 수렵구역을 지정하고 있으며 지자체가 신청 하지 않으면 지정이 어렵다.
천안시는 지난 2002년 수렵허가구역을 운영한 이후 11년째 운영을 하지 않고 있으며 다음 권역주기는 2016년이다. 시가 그동안 수렵허가구역을 운영하지 않은 이유는 2012년 총기사고로 사망자가 1명 발생했기 때문.
천안시는 도내 다른 지역과 달리 지역 내 큰산인 광덕산, 성거산, 흑성산, 태조산 등이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돼있으며, 대부분 공원개발로 등산객 등 방문객이 많은 반면 수렵허가구역과 관련해 등산객 입산출입금지 규정이 없어 사고 위험이 더 높다는 설명이다.
또한 곳곳의 문화재보호구역과 겹쳐 있어 명확한 경계를 정하기가 어려워 운영한다 해도 수렵인들과 등산객을 구분해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주요 피해동물인 고라니는 수렵인들이 선호하지 않아 실효성을 거두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천안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야생동물 피해가 집중되는 수확기만 운영했던 피해방지단을 연중으로 확대 운영하며 예산도 두 배인 3000만원으로 늘렸다”며 “다음 순환주기에 운영하는 것이 어떨까 검토는 하고 있지만 사고위험과 실효성에 의문이 많아서 운영여부를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