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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권력에 인주면을 내줄 수 없다”

김재길, 동화기업 소각로 불법건축에 분노…학생의 ‘학습권’ 주민의 ‘건강권’ 끝까지 지킬 터

등록일 2012년11월0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재길(48·동화기업 소각로 반대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우리 아이들에게 돈과 권력이 아닌, 양심과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이는 학부모만의 문제도 아니고 인주면민 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다.”

김재길(48) 동화기업 소각로 반대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1일 충남 아산시 인주면사무소 앞마당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오는 동안 면민들 앞에서 삭발식을 가졌다. 그에게는 이날 행사가 몇 번째 투쟁이며, 삭발식인지 모른다. 작년에는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한미·FTA 국회비준에 항의하며 농기계시위와 함께 삭발식을 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 그때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했다. 어린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지역주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불편한 이웃 ‘동화기업’이 지역주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대놓고 저질렀기 때문이다.

또 동화기업의 유해환경을 우려하는 학생들과 지역주민의 여론을 묵살하며, 힘 있는 몇몇 지역유지들이 수천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접대받고, 양심까지 팔아가면서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자본의 앞잡이 노릇을 한 사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주민집회, 등교거부, 1인시위…벌써 1년

인주면민들이 멍석말이한 동화기업을 앞장세운채 인주면사무소에서 동화기업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시위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1년 넘게 투쟁해 왔다. 그동안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학부모들이 아산시청 앞에서 울면서 성토하고, 지역주민들이 추운 겨울바람 속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인천광역시에 있는 동화기업 본사까지 가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고달픈 1년 이었다. 그러나 변한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주면민들이 작년 9월 집회를 시작으로 동화기업의 소각로증설을 반대하며 투쟁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그사이 동화기업은 허가도 받지 않은 불법건축물인 소각로를 80%이상 도둑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는 지난 10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충청남도 국정감사에서 동화기업 김홍진 대표가 직접 인정한 사실이다.

그러나 김재길 위원장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 것은 지난 여름 동화기업에게 수 천만원의 돈을 받고, 매 달 수 백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지역유지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사실도 지난여름 인주면 이장단회의에서 폭로됐다.

“동화기업을 두둔하던 한 지역유지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던 교사에게 말로표현 할 수 없는 욕설과 폭언과 위협을 하기도 했다. 그 뻔뻔함과 부끄러운 행동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다. 왜 우리 아이들이 고통 속에서 학습권을 빼앗겨야 하는가. 왜 지역주민들이 악취와 공해 속에서 힘겨워 해야 하는가. 왜 그동안 살기좋던 인주의 민심이 흉흉해지고 갈등이 조장되며 발암물질에 노출돼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동화기업만 떠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올 가을 가장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인주주민 100여 명은 동화기업을 규탄하기 위한 인주주민 총궐기대회 현장을 찾았다.

불법으로 건축된 동화기업 소각로가 80%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인주면 주민들은 소각로를 당장 철거하고, 기업을 이전하라고 촉구했다.

“동화기업만 떠나면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피해받는 학생과 지역주민 입장에서 문제를 보면 간단하게 해법이 나온다. 그러나 동화기업 입장에서 문제를 보면 법과 행정은 불법으로 해결하고, 지역의 반대목소리는 지역유지를 향응과 금품수수로 잠재우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인주면에서 나서 자란 김재길씨는 인주중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그의 아들이 인주중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의 선·후배 이웃들도 마찬가지로 인주중학교를 중심으로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학교 진학을 앞둔 자녀를 둔 이웃들이 하나 둘 타지역으로 자녀의 학군변경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하나 둘이던 것이 점차 확산되며 지역공동체의 붕괴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기업 하나가 인주면 전체에 세대간 단절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우직하면서도 말수 적은 김재길씨는 선한 인상의 성실하고 평범한 농사꾼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를 농사만 짓게 놔두지 않았다.

문방2리 이장, 아산시농민회 인주지회장, 인주중학교운영위원장, 인주친환경단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이번에는 ‘동화기업 소각로 반대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라는 짐이 또 다시 얹어 졌다.

끝으로 그는 동화기업을 비롯한 지역주민과 이 사회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매일 악취와 투통, 어지럼증, 집중력저하를 호소하며 학교가기를 꺼려한다. 이웃의 한 여학생은 초등학교때 초경을 했지만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 2년 이상 생리가 멈췄다. 그러다 방학 때 인주면에서 멀리 떨어진 친척집에 보냈더니 그곳에서 다시 생리가 찾아왔다. 악취 때문에 일년내내 교실 유리창은 항상 닫혀있고, 주인이 찾지않는 운동장은 잡풀만 무성하다. 이제 우리는 이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 줄 수 있겠는가.”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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