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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비애를 아시나요”

오초영(44·민주노총 충남지역노조 아산시 비정규직 지부장)

등록일 2012년10월3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오초영(44·민주노총 충남지역노조 아산시 비정규직 지부장)

“2001년 아산시청에 입사해 올해 11년째 일하고 있다. 행정 최일선에서 하루 종일 민원인과 마주 앉아 상담하고 처리하는 것이 일이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인격모독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받는 급여는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우리는 정규직 공무원과 똑같은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현실적인 처우를 바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충남지역노조 비정규직 아산시지부 오초영(44) 지부장의 말이다. 오 지부장은 11년 전 60만원의 월급을 받고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지금 받는 돈은 120만원 안팎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관공서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대부분이 적은 급여에 궂은일은 도맡아 하면서도 내색하지 못하는 속앓이가 있다고 푸념했다. 이들은 “아산시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마련해 처우를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비애를 아는가. 똑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 직원들에게 주눅들고, 눈치 보이고, 앉을 자리조차 가리게 된다. 때론 정규직 직원들의 권위적인 태도와 우월의식에 알아서 비위를 맞추며, 자신도 모르게 길들여지기도 한다. 어떤 동료는 모든 부당한 대우조차 감수하는 것이 계약직에게 주어진 또 다른 일이라고 말해 더 가슴 아팠다.”

‘비정규직 없는 일터·사회만들기 충남공동행동’은 지난 24일 아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산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처우개선에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비정규직 직원끼리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정규직 공무원들의 무시하는 말투와 행동에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수많은 민원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큰 소리로 “계약직이 그렇지 뭐” “계약직하고 처리할 일이 아니다”라며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고도 한다. 민원인들 역시 똑같은 일처리를 하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다르게 대해 더 힘들게 한다.

‘그렇게 힘들면 그만 둬’ ‘억울하면 시험봐서 공무원 되지 그랬어’ ‘차별이 있을 거라는 거 몰랐나?’ ‘이 자리도 서로 못 들어와서 난리야’ 이 사회가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내뱉는 잔인한 말이다.

아산시 비정규직노조가 결성된지 한 달이 지났다. 아산시는 비정규직비율이 43%로 충남 15개 시·군 중 세 번째로 높다. 왜 이 힘든 일에 앞장섰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처음에는 고민도 많았고 두려웠다. 나는 여성이고, 가정도 있고, 공무원 준비하는 자식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문제를 내가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생각과 주장이 틀리지 않는데 왜 두려워하고 피해야 하는가. 이 사회가 사회적 약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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