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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 탕정원주민 66명 재정착 외면하나?

9월12일 충남산단심의 ‘부결’…탕정 원주민 법적·물리적 대응 검토

등록일 2012년10월1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대대로 지켜온 보금자리를 산업단지로 내주며 하루아침에 농촌실업자가 된 원주민 66명이 새롭게 정착하게 될 이주자 정착촌이 준공을 눈앞에 두고 충남도와 팽팽한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다.

기업유치를 위해서라면 각종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던 충남도가 기업유치로 일자리와 보금자리를 잃은 원주민 생계대책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12일 충남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산단심의위)는 그동안 이주민들이 재정착촌을 자립형 원주민마을로 조성하기 위해 수요가 없는 원룸을 근생 용도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해온 탕정 이주민들의 기대를 사실상 외면했다.

충남도는 아산시 탕정면 명암리에서 농사짓던 원주민들의 땅과 주택을 산업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삼성과 그 협력사들에게 내줬다. 이후 이 마을에는 세계 최대의 삼성디스플레이시티가 조성됐고, 연간 수억원의 매출에 불과했던 농토에서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리게 됐다.

그러나 이들에게 보금자리와 땅을 내준 66명의 원주민들은 하루아침에 농촌실업자가 됐다. 결국 이들은 원주민 정착마을에 재정착하기 위한 방편으로 전국 최초로 자력형 원주민마을을 건설하기 시작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수요가 전혀 없는 원룸을 근생시설로 용도변경 시켜달라고 요구했으나 충남도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자 주민들은 법적, 제도적으로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산단심의위원회에 상정시켜 전문가들이 심의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심의위에서는 주민들의 요구를 부결시켰다. 

이에 현지 주민들은 충남도는 물론 산단심의위의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충남도가 산업단지를 개발하면서 택지개발촉진법을 적용한 것 자체가 부적절한 행정편의적 관행이며, 재정착 주민들의 살길을 열여주는 것에 대해서는 특혜로 매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주민들은 충남도와 산단심의위에서 부결 결정을 내린 것은 법적·제도적 근거도 없으며, 납득할 수도 없다며 법적 물리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탕정산업 김환일 이사는 “정부에서 추진해 온 이주자택지 주변의 각종 개발사업과 국책사업은 손바닥 뒤집듯이 변경하고 있다. 또 그로인해 발생하는 주민들의 직·간접적인 피해와 희생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충남도의 이번 결정도 주민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탕정이주자택지 용도변경 ‘부결’ 배경

9월12일 충남 산단심의위는 "근생용도를 2층까지 허용하면 주변상권침해 등 이주자주택의 성격이 준주거로 변해 준주거용지 소유자들의 새로운 민원이 발생할 것"이라며 탕정원주민들의 요구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충남산단심의위는 그동안 근린생활시설을 40%까지 허용하는 지구단위계획이 지침성격이었기 때문에 기조를 유지해야 하고, 향후 도시관리에 충격과 신규개발용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돼 탕정주민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용도지역과 지구단위계획의 목적에 맞지 않으며, 다른 단지와의 형평성, 내부의 동일한 조건에서 일부만 풀어주는 것에 대한 문제, 단지외곽에 준주거지역과의 형평성, 인프라문제 등을 이유로 든 것이다.

또 주민요구사항에 대한 위법성 여부도 심의위원회에서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산업단지에서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가? 답: 따르지 않아도 된다. ▷문: 주민요구사항이 위법이었다면 심의를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답: 심의위원회에 상정된 이유는 법적으로 심의위원회 심의대상은 아니지만 주민의 요구를 민원해소차원에서 수용하고, 상호결과에 승복하기로 협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민원해소 차원에서 검토한 것이다.
라는 내용의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결과 정당했나?

아산시 탕정산업단지 원주민들이 지난 8월21일 충남도가 탁상행정으로 일관하며 원주민 생계대책을 외면하고 있다며 충남도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충남도의 용도변경 불허사유는 ‘택지개발촉진법상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을 따르고 있다.

이법에 따르면 제1종으로 일반주거지역으로 계획된 단독주택건설용지에 근린생활시설 설치가 필요한 경우 건축물 연면적의 5분의2 범위에서 가능하도록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해당지역의 도시기반시설을 포함한 주거환경 여건이 적합할 경우 근린생활시설을 포함해 최고 4층까지 단독주택 건축을 허용할 수 있다. 이 경우 근린생활시설은 지상1층 이하에만 설치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충남도는 타 산업단지 및 택지개발사업, 도시개발사업과 형평성을 고려해도 안되고, 근린생활시설 비율이 올라가면 땅값이 함께 올라 특혜소지가 있다며 주민들의 요구를 거부해 왔다.

이에 대해 탕정 원주민들은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은 택지개발촉진법령에 따른 택지개발 공급과 관리 등의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에 적용되는데, 탕정이주자택지는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조성된 산업단지의 일부분임을 강조해 왔다.

‘택지개발촉진법’은 시급한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주택건설에 필요한 택지의 공급목적인 반면,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은 산업입지의 원활한 공급과 산업의 합리적 배치가 목적이기 때문에 두 법의 입법취지는 명백히 다르다.

탕정주민들은 충남도가 탕정산업단지 이주자택지에 적용한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은 법률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심의를 맡겨보자며 그동안 ‘산업단지심의위원회’에 상정을 요구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산단심의위도 주민들의 요구에 대한 법적·제도적 설명이 명쾌하지 못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탕정산업 김환일 이사는 “심의위원회 결과를 보면 법적·제도적 근거에 대한 설명은 애매한 가운데, 오로지 형평성과 전례문제만 따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주민에 대한 배려나 공정성, 효율성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충남도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원주민의 재정착을 높이고 주민자력형 마을 만들기 사업의 모범적 선례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충남도는 행정의 구태와 편의적 판단에만 의존하고 있어 대화 자체가 한 발짝도 진전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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