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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경력의 농사꾼 김종명씨도 가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
6월22일 오전8시. 아산시 인주면의 한 메마른 논에서 김종명(50, 인주면 문방2리)씨를 만났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물을 공급하기 힘든 천수답에 때늦은 모내기를 하려는 모양이다. 그런데 아무리 물을 퍼 넣어도 갈라진 논에 물이 차지를 않는다. 농사를 포기할 수 없어 지난 며칠간 밤낮으로 물을 퍼 날랐지만 마른 논은 물을 흡수만 할 뿐 좀처럼 고이지 않았다.
이렇게 이날은 어렵게 물기적신 논에 누렇게 시든 모를 이앙기에 장착해 때늦은 모내기를 간신히 마쳤다. 문제는 이날 이후였다.
점점 더 뜨거워지고, 메마른 날씨가 계속되자 그나마 어렵게 모를 심은 논이 점점 굳어져 가고 있었다. 이 논에는 그 흔한 관정조차 없었다. 면사무소에 들러 몇 번이나 도움을 요청했지만 '알았다' 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그게 전부였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이 지났다. 6월29일 그는 애타게 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일주일간 뿌리도 제대로 못내리고, 곁가지도 뻗어나오지 못한 채 타들어 가는 논을 바라보는 심정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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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2일 김종명씨는 남들보다 한 달이나 늦은 모내기를 했다. |
“내가 철들면서 농사를 짓기 시작해 올해로 3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지만 올해 같은 가뭄은 처음이다. 한 달 넘게 비 한 방울 안 내렸다.”
그의 입술은 갈라지고 있는 논바닥 처럼 타들어가 허옇게 부르트고 있었다.
“일기예보에는 오늘이나 내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장마철로 접어든다고 하는데, 이제는 하루가 아닌 단 몇 시간도 더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몇 방울이라도 좋으니 조금만 더 빨리 내려 줬으면 좋겠다.”
그의 바람은 너무도 간절했다. 그러나 이 날도 역시 저녁 늦은 시간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그러다 해가 저물며 한 두 방울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정말 단비였다. 밤새 비가 내렸다. 논의 상황은 좀 나아 졌으려나 궁금해 6월30일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토록 기다렸던 단비인데, 비가 너무 늦었다. 모가 살아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먹을 것을 생산하는 일이 그렇게 만만한게 아니다. 각종 농기계가 만들어 지면서 농업환경은 20~3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 졌지만 일년 농사를 결정짓는 것은 여전히 날씨다. 앞으로 농사지을 일이 정말 걱정이다.”
6월30일 이후로 또 다시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농촌 들녘의 곡식들은 또 다시 목말라 하고 있다. 7월4일 다시 전화를 걸었다. "몇 포기나 살아서, 벼 구실을 하려나 모르지만, 올해 날씨는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 농사짓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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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늦은 모내기에 물이 풍족해도 벼들의 생육을 장담하기 어려운데 가뭄이 계속되자 뿌리도 줄기도 마음껏 뻗지 못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