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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십 평생, 이런 가뭄 처음이여!” 아산시 인주면 냉정저수지. 바닥을 드러낸 땅 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있다.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농심이 어떤 것인지 80평생 농사를 지어온 농부의 표정에서 역력히 묻어난다. 이곳이 저수지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6월15일 현재 냉정저수지 저수율은 33%를 밑돈다. 최악의 봄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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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봄 가뭄이 장기화 되면서 아산시 곳곳에서 농작물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공사 아산지사에 따르면 최근 10년 평균 강우량은 300mm 내외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160mm의 강우량을 보이고 있어 평년대비 절반 수준으로 봄 가뭄이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6월15일 현재 아산시 18개 저수지의 저수량은 계획저수량 2675만9000톤의 34.3%에 불과한 918만1000톤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1주일만에 45%에서 11%p나 감소한 양이다.
아산시 18개 저수지 중 70% 이상의 저수율을 보이는 곳은 죽산 저수지 단 한 곳 뿐이다. 다음으로 마산, 수철, 월랑 저수지가 겨우 절반 수준인 52%의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
신휴, 신봉 저수지는 40%대를 유지하고 있었고, 나머지 저수지는 30%대로 고갈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아산시 저수지 중 가장 규모가 큰 궁평저수지 마저도 계획저수량 691만3000톤의 29%에 불과한 200만5000톤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표1> 아산지역 저수지 저수율 현황(6월15일 현재)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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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면적
(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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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저수량
(천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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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저수량
(천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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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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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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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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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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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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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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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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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
3,037
|
1,580
|
52
|
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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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
740
|
259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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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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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
615
|
468
|
76
|
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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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
6,913
|
2,005
|
29
|
수철
|
106
|
411
|
214
|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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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
|
841
|
4,439
|
1,110
|
25
|
가혜
|
389
|
1,332
|
387
|
29
|
성내
|
218
|
1,317
|
277
|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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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
|
18
|
115
|
49
|
42
|
상성
|
253
|
1,183
|
486
|
41
|
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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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
812
|
268
|
33
|
문방
|
334
|
1,227
|
405
|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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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재
|
56
|
194
|
55
|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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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휴
|
32
|
161
|
76
|
47
|
신정
|
64
|
369
|
144
|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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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
135
|
555
|
211
|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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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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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
280
|
146
|
52
|
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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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3
|
3,059
|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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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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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작 밭작목 등 갈수대책 시급...32㏊ 모내기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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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이 장기화 되자 밭작목의 파종을 뒤로 미룬 채 방치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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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이 마르고 물기가 없어 골파를 수확하는데 두 배로 힘들어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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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가뭄으로 생육이 부진해 마늘이 손톱크기 만큼도 자라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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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농민이 논둑 자투리 땅에 바가지로 물을 주면서 서리태를 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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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성 작목인 고추밭에도 오랜 가뭄으로 일일이 물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
가뭄의 장기화로 아산시 대표 농업인 벼농사에도 적지 않은 불안감을 주고 있다.
아산시의 총 수도작 면적은 1만1137㏊. 아산시는 이 중 99.7%인 1만1105㏊는 모내기를 제때 마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농업용수를 확보하지 못한 32㏊는 모내기를 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또 모내기를 끝낸 논에도 88㏊는 물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바닥이 드러나 말라 죽거나, 위기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벼농사 뿐만 아니라 마늘, 고추, 쪽파, 담배, 고구마, 토마토, 배추, 오이 등 밭작목도 대부분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작목을 파종한 밭 3380㏊ 중 462㏊(13.7%)가 물부족으로 시들거나 말라 죽는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콩, 팥, 수수, 율무, 기장 등 두류, 곡류 등을 주 소득 작목으로 하는 농가는 파종시기를 놓쳐 농사를 포기하거나 작목전환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배방면 수철리 김수현(67)씨는 “수확을 앞둔 마늘은 물기하나 없는 척박한 환경 때문에 동전크기 만큼도 자라지 못했다. 어른 주먹만큼 자라던 감자는 씨알이 잘고, 그나마 수확량도 많이 줄었다”며 푸념했다.
인주면 윤도원(81)씨는 “지금까지 고추밭에 물을 준 적이 없는데, 올해는 일일이 밭고랑에 물을 주고 있다”며 “농사짓기가 점점 더 힘들어 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시 가뭄대책 무엇인가...관정개발 지하수 오염 등 또 다른 환경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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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농민회 이연재 간사는 농업용수를 확보가 시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차별적으로 지하 관정을 뚫는 것은 지하수 오염 등 또 다른 환경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가뭄피해에 대한 아산시의 대책은 무엇일까.
아산시는 2012년 본예산과 추경예산으로 3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가뭄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긴급지원을 위해 예비비 5억원을 편성하고, 관정개발 사업에 착수해 6월25일까지 농업용수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산시는 6월14일 현재 6개소의 관정개발사업을 완료하고, 18개소에서 진행 중이다.
한편 복기왕 시장은 6월14일(목) 신창, 도고, 배방, 송악 지역 관정개발 현장을 방문했다. 이날 복 시장은 관정개발 예정지역인 신창면 특화작목인 호박고구마 밭 현장을 방문해 관정개발 위치와 조속한 설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농민회 이연재 간사는 “갈수록 이상기후에 의한 농업환경 악화가 예상된다. 농업용수 부족은 매년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대형관정을 뚫어 해결한다면 지하수 오염을 비롯해 또 다른 환경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농업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