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가 지역 농업단체장 몇 명에게 자문위원 감투주고, 모여서 회의한다고 해결되는 문제인가? 농민들은 작년11월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한 한·미FTA에 분노하고 있다. 한·미FTA는 정부가 국민의사를 무시한채 미국과 일방적으로 체결한 불량거래다.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고, 협상내용에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강제로 발효시킨 한미FTA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농민회의 기본원칙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미FTA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대정부 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아산시가 한·미FTA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대로 가졌으면 좋겠다. 농업인들은 정부나 아산시의 전시행정에 일방적으로 동원되는 들러리가 아니다.”
아산시농민회 이연재(34) 간사의 말이다. 아산시는 지난 4월17일 ‘FTA 대응 위촉식을 하겠다며 아산시에서 활동하는 13개 농·어업단체에 공문을 발송했다. FTA 대응 농수산 자문위원 위촉장을 수여할 예정이니 아산시농업기술센터로 나오라는 내용이다. 이에 아산시농민회(회장 홍찬표)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연재 간사는 “농민회에서 확인한 결과 아산시는 농업인들과 사전에 어떤 의사교류도 없었다. FTA 자문위원회가 왜 만들어 졌으며,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조차도 설명이 없다. 2쪽짜리 공문에는 복기왕 시장을 위원장으로, 김석중 부시장을 부위원장으로 하는 자문위원 명단과 함께 지정한 날짜와 시간에 맞춰 참석해 달라는 공문 한 장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위원 명단에는 아산지역 13개 농업인단체장, 여운영 아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양태길 농협아산시지부장, 맹준재 축협조합장, 구본권 원협조합장, 이병탁 지역농협협의회장, 유재범 농업기술센터소장,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등 23명의 명단이 나열 돼 있었다.
그런데 아산시는 당초 계획했던 FTA 자문위원위촉식 행사를 당일인 4월17일 갑자기 취소했다. 기자가 ‘취소 이유’와 ‘언제 다시 열릴 것인가’ 묻자 “영농철이라 농업인들이 바빠서…향후 계획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이연재 간사는 “아산시가 지역의 농업을 함께 걱정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행정적 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FTA 자문위원회는 설립목적과 역할이 불분명한 또 하나의 전시성 위원회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산시농민회는 사양하겠다”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