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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표 제14기 아산시농민회 회장. |
“농민을 상대로 비료값을 담합해 1조600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비료회사의 사기행각에 우리 농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비료 값 담합으로 농민의 피 빨아먹는 나쁜 놈들, 농산물 가격 폭락 조장하는 도적놈들, 직불금 떼어먹는 위정자들을 심판하고, 농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지난 3월29일(목) 제14기 아산시농민회 신임회장으로 취임한 홍찬표(51) 회장이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이날 아산시농민회는 2012년 영농발대식 행사를 갖고 제13기 장석현 회장과 김재길 사무국장이 이임하고, 홍찬표 회장과 박정우 사무국장체제로 조직을 재편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박정우 사무국장은 “농민회장은 부나 명예와는 거리가 먼 오로지 농업과 농촌, 농민에 대한 책임만이 강요되는 자리다. 회장 된 죄로 조직을 관리해야 하고, 자신의 주머니 털어서 밥값 술값 대신 내주는 등 자기희생만 따르는 직책이다. 이임하는 장석현 회장은 지난 6년간 그렇게 농민의 권익보호를 위해 봉사해 왔다. 누구도 하지 않으려는 어렵고 힘든 자리를 더 이상 한 사람에게 기대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할 수 없어 이번에는 어렵고 힘든 자리를 홍찬표 회장님에게 부탁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민회는 농촌의 실상을 알리고 농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최일선에서 정부와 정치권에 맞서며 치열한 투쟁을 벌여왔다.
아산시농민회 조직을 새롭게 이끌게 된 홍찬표 회장은 책임과 의무만 강요되는 농민회장 자리를 수락하며, 강하고 단호한 어조로 늘 고단하기만 한 농업과 농촌의 실상에 대해 이야기 했다.
“매년 물가는 미친 듯이 치솟는데 어찌 된 것이 쌀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만은 늘 제자리다. 심지어 생산비는 고사하고 수확도 못한 채 논밭에서 피 땀 흘려 길러낸 농산물을 갈아엎어야 하는 일까지 생긴다. 지금도 농촌 들녘에는 작년 가을 수확을 포기한 김장용 배추들이 겨우내 썩지도 못하고 방치돼 있다가 다시 봄볕을 밭아 처참한 몰골로 흉물스럽게 남겨져 있다. 바로 이것이 농촌의 비극적인 현실이다. 국민의 귀한 생명을 책임지는 농업이 갈수록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땀 흘린 만큼 대접받아야 할 농민은 천대받는 현실이 과연 올바른 사회인가 생각해보면 한숨만 절로 나온다.”
한미FTA가 발효된 현 상황에서 한중FTA가 예고된 가운데 홍 회장은 더욱 거칠고 긴 한숨을 내쉰다.
“이제 지칠 대로 지쳐서 더 이상 농업이 어렵다는 말조차 안 나온다. 작년 11월22일 이명박정권은 한미FTA를 날치기 통과시킨 것도 모자라 한중FTA를 체결하려 하고 있다. 기업과 재벌만 잘 된다면 농업과 농촌은 얼마든지 내주겠다는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농민의 몰락은 농업과 농촌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 식량을 무기화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 정권은 농민을 우습게 알고, 농업 자체를 귀찮은 존재로 천시하고 있다.”
홍 회장은 매년 수확을 마치면 전국 농민들과 함께 서울광장으로, 여의도국회로, 시청으로 몰려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아 시위하던 일도 회상했다. 또 아산시청 광장에 볏 가마를 수북하게 쌓아 시민들의 관심도 촉구해 왔지만 여전히 변한 것은 없어 보인다. 심지어 개 사료값에도 못 미치는 쌀값에 농민들은 혼이 빠질 지경이다.
이날 아산시농민회는 영농발대식을 하며 농민들이 직접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후보자들을 초청해 농업문제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물었다. 농업을 위해 어떤 공약을 했는지, 후보자가 국회에 가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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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22일 한미FTA가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되자 아산시농민회원들이 트렉터를 비록한 각종 농기계를 몰고 시내로 나와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
“농민의 지지를 얻고 싶으면 먼저 우리 농민의 마음을 움직여 보라고 요구했다. 각종 FTA 체결이나 비료값 담합 등 농민들의 수난이 지속되는 시점에서 명확한 대안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 시킬 수 있는 그런 후보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짓고 살 수 있도록 입법기관에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국회의원을 잘 못 뽑아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어온 것이 지금까지 농민과 노동자들 아닌가. 누가 진정 농민들을 위해서 일을 할 것인지 농민들의 현명한 선택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산시농민회의 의도와는 다르게 당초 4명의 후보를 모두 한 자리에 불러 모아 그들로부터 농업에 대한 정책을 들으려 했으나, 새누리당 이건영, 자유선진당 이명수 두 후보만이 참석해 반쪽 토론에 그치고 말았다.
한편 홍 회장은 앞으로 아산시농민회의 사업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산시농민회는 농산물최저가 조례재정과 비료값 담합 집단소송을 통해 농민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 아산시농민회 투쟁의 역사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농민이 있는 곳에 농민회가 있고, 농민에게 희망을 주는 아산시농민회가 되도록 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아산시농민회의 투쟁에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 부탁드린다.”
홍찬표 회장은 아산시 염치읍 송곡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으며, 마을 이장도 맡아 지역의 각종 대소사까지 꼼꼼이 살피고 있다. 또 조합원을 위한 농협이 될 것을 강력히 주장하며, 염치농협 이사로 조합경영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제14기 아산시농민회를 이끌게 될 홍찬표 회장이 농민회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 관심과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