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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4일 온양한올고등학교에서 열린 인재육성반 평가회의에서 공교육에 일생을 몸담고 있는 장학사, 일선학교 교장의 입에서 공교육을 불신하는 듯한 발언이 이어졌다. |
“자 이제부터 교장선생님들께서는 협조 좀 해주셔야 되겠습니다. 앞으로 학교마다 실시하는 각종시험이나 학생들이 참여하는 모든 학사일정은 인재육성반 시스템에 맞춰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인재육성반 출석률도 좋아지고, 인재육성반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명분도 세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산의 우수한 학생들을 학교에만 맡겨서는 절대 좋은 대학 못 갑니다. 학교에서는 질 좋은 진학상담과 교육을 기대하기도 힘들고 여러모로 한계가 있습니다.”
“아산시 인재육성반은 전국에서 가장 완벽한 교육프로그램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아산시의 이런 제도(인재육성반)를 부러워하고 또 배우고 싶어 합니다. 이런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보다 좋은 교육으로 더 나은 명문대학교에 보내자는데 왜 반대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2월24일(금) 오후2~4시 온양한올고등학교에서 열린 인재육성반 평가회의에서 나온 말이다. 공교육에 일생을 몸담고 있는 장학사, 일선학교 교장의 입에서 공교육을 불신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졌다.
심지어 각 학교별 고유의 학사일정마저 1% 교육특혜논란을 야기한 ‘아산시 인재육성반’ 운영시스템에 맞추자는 아산시장, 아산시교육지원청, 인재육성반을 주관해온 온양한올고 측의 요구에 대해 일선학교 교장들은 누구하나 반대하는 의견이 없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에 맡겨야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아산시 교육계, 특히 아무리 우수한 학생이라도 일선학교에 맡겨두면 결국 좋은 성적과 대학진학 등을 기대하기 힘들고,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것 이라는 논리까지 만들어졌다.
아산시 인재육성반이 뭐 길래?
아산시 인재육성반은 아산시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한 후, 서울의 사설학원 강사들을 초청해 과외교육을 시켜 명문대에 진학시킨다는 목표로 추진하는 아산시 교육정책의 일환으로 작년에 처음 시작됐다.
비교육적이며 평등교육에 위배된다는 시민단체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선5기 복기왕 아산시장은 강하게 밀어 부쳤다. 인재육성반 첫 해인 2011년은 중3부터 고3까지 200명을 선발해 7억원의 아산시 예산을 지원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아산시의회(의장 조기행) 본회의장에서 실시된 시정질문에서 학생들의 출석률저조, 교육성과미흡, 나머지 99% 학생들에 대한 차별논란 등이 지적됐다. 그러나 아산시는 미흡한 부분은 보강하면 된다며 강행의지를 보였다.
이어 2012년은 전년보다 2억원을 증액한 9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상정했다. 그러나 아산시의회 총무복지위원회에서는 예산심사 과정에서 치열한 찬반논란이 있었고 ‘비교육적인 교육특혜’라는 이유로 전액 삭감됐다.
아산시의회 총무복지위원회 김진구 위원장은 “예산심사 당시 인재육성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교육계 일각에서 적지 않은 압력행사가 있었지만 비교육적인 교육차별 정책에 동의할 수 없었다”며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인재육성반 예산삭감사유를 밝혔다.
시정질문을 통해 인재육성반의 특혜를 지적하고, 실효성에도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던 이기애 의원은 “인재육성반에 참여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대면 인터뷰를 했는데, 많은 학생들이 인재육성반 참여를 부담스러워했다. 또 인재육성반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 일선학교 교사들은 교육불평등과 특혜를 지적하며, 아산시의 교육정책을 비판했다”고 말했다.
인재육성반 평가회의…일방적 성과 홍보
이날 평가회의는 당초 아산시청 상황실에서 오후 2시에 열리기로 했는데, 사전예고도 없이 갑자기 온양한올고로 변경돼 혼선을 빚었다.
평가회의는 인재육성반에 대한 홍보와 참여했던 몇몇 학생들이 매우 만족감이 높았다는 내용의 사례발표가 전부였다. 또 지난 1년간 인재육성반에 참여했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작한 설문조사 분석데이터를 소개하며, 교육성과가 매우 높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상담역할을 맡아 아르바이트 멘토로 참여한 두 명의 여대생이 아산시의 인재육성반은 매우 훌륭한 교육프로그램이라는 지지연설로 끝을 맺었다.
그동안 인재육성반 운영을 주관해왔던 온양한올고 교감은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둔 연습경기에서 5대0으로 패한 히딩크를 비난하던 상황이 지금 아산시 인재육성반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산시 인재육성반은 전국에서 가장 훌륭하고 완벽에 가까운 교육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타 지역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라며 “인재육성반 운영에 반대하거나 개선할 점이 있다면 조언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인재육성반 운영을 반대하며 예산을 삭감했던 아산시의회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또 처음부터 비교육적이고, 불평등 특혜교육 이라며 반대해온 시민단체나 학부모들도 단 한명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인재육성반에서 중도에 하차한 학생들의 이탈사유도 확인할 수 없었다.
복기왕, “내 교육철학과 맞지 않지만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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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왕 아산시장은 아산시의회를 설득해 추경에 반영해 예산지원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복기왕 아산시장은 “교육은 서울대나 연고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평가기준은 서울대나 연고대가 현실이다. 목민심서를 보면 목민관은 영재교육을 게을리 하면 안된다고 나와있다. 인재육성반이 내 교육철학과 맞지는 않지만 계속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복 시장은 이어 “전국 50여 자치단체가 아산시 인재육성반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아산시에서만 이러한 문제가 발생해 사전에 충분한 동의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전에 의회에 충분한 설득작업을 거치지 않은 시장의 잘못도 있다. 추경에 인재육성예산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반면 각 학교에서도 인재육성반의 출결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시험이나 학사일정을 동시에 짤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산시 인재육성반은 지난 2007년 민선4기에 강희복 전 시장이 일명 ‘고교드림팀’이라는 이름으로 계획했다가 시민단체, 전교조, 학부모단체 등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아산시가 편성하려던 예산규모는 3억원 이었다.
그러나 민선5기 복기왕 시장은 2011년 7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집행했고, 2012년에는 2억원을 증액한 9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전액 삭감되자, 또다시 추경에서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만을 위한 교육정책에 99%가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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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의회 이기애 의원은 "교육경쟁력은 모든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지도할 때 자연스럽게 생긴다"며 아산시 인재육성반을 비판했다.(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
아산시민모임 김지훈 사무국장은 “인재육성반 학생 1%(200명)만을 위해 아산시 12개 중학교와 8개 고등학교가 학사일정을 맞추고, 99%(1만7000여 명)를 차지하는 학생들의 일정을 조정하라는 요구에 단 한명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너무도 충격적”이라며 “인재육성반의 환상에 사로잡힌 아산시 교육계 대표들의 자기부정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은 교육을 공평하게 받을 권리를 헌법에서 보장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공익을 지켜야 할 아산시가 어린 학생들마저 지역인재라는 기준으로 차별하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반 헌법적, 반 교육적”이라고 꼬집었다.
아산시의회 이기애 의원은 “지난 10월 시정질문에서 인재육성반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정보접근이 매우 어려웠다. 의회차원에서 인재육성반 운영 전반에 걸쳐 철저한 검증을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교육예산지원 확대는 적극 찬성하지만 학생을 차별하는 지원정책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내가 생각하는 교육경쟁력은 모든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지도할 때 자연스럽게 생긴다. 다른 분야도 아니고 교육정책을 시민의 목소리는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도시에서 교육경쟁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2011년 구성된 인재육성반은 지난 2월로 1차 종료됐다. 2012년 인재육성반에 편성됐던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그러나 아산시는 추경예산을 편성해 2012년에도 강행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향후 의회와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