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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퍼 주는 목사, 퍼 담는 사랑

등록일 2002년06월15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이재오/모산 구세군 나눔의 집 담임사관 “성경책보다는 그 속의 가르침인 사랑실천이 먼저” 외환위기를 겪었던 지난 97년부터 밥을 퍼 날은 구세군교회 이재오 목사(45). 일명 수요일에 밥 퍼주는 목사로 배방면에는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수요일이면 배방면 구세군 나눔의 집(면사무소 맞은 편 골목)에서 밥을 나누어주기 때문. 목사로서 이웃사랑에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목자의 사랑. 그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경제위기를 걷고 있는 배방면 주민들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혼자 사는 노인들을 생각하게 됐다”는 이 목사. 몇 명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봉사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매일 70명의 혼자 사는 노인과 결식아동 등을 돕게 됐다. 신도들의 도움을 얻어 몇 가정은 도울 수 있었지만 항상 재정은 부족했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더 늘어만 갔다. 누가 알리지 않아도 여기가 밥 주는 곳이냐며 물어오는 노인도 있고 하니 이제는 손을 뗄레야 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 이런 우여곡절 부족한 땟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것도 이쯤에서의 일이다. 푸드뱅크, 남는 음식을 저장해 두었다가 주는 아이템이 떠오른 것이다. 2000년 푸드뱅크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남는 음식이라고 해서 더러운 것이 아니다. 음식점에서 만들어 팔려다 너무 많이 남은 것, 혹은 김장을 너무 많이 담갔다며 주는 이웃도 있다. 이렇게 새것과 다름없는 혹은 이웃들을 위해 남은 음식을 주는 고마운 정들이 모였다. 이 목사의 사랑실천이 이웃도 할 수 있는 사랑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점차 음식을 주는 사람들은 늘어갔지만 차가 없어 고민할 때 천안의 한 사업가가 푸드뱅크용 차를 사준 것도 사랑 번짐의 한 부분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의 몫도 컸다. 삼성전자 아산공장의 자원봉사자들은 거동이 불편해 미처 수요일에 오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밑반찬을 만들어주고, 수요일이면 설거지에 밥짓기를 하기 때문. 배방면 부녀회도 빼놓을 수 없는 일등공신들. 살림하랴, 애들 키우랴 바쁜 틈에도 짬짬이 어르신들을 위해 온갖 궂은 일을 다하는 마을의 며느리이자, 딸들이다. 작년에는 아산시가 급식하는 노인 한명당 1천1백50원씩 50명을 지원해 주어 목사의 주머니가 덜 헐게 됐다. 그래도 언제나 주머니는 넉넉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목사는 “사랑은 참으로 나누는 것인데 더 많은 주민 사랑을 얻게 됐다”며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나눔의 집을 찾는 어르신중 자녀가 있어도 혼자 점심 먹기 싫은 노인들이 오기도 한다. 지난주에 왔다가 안 보이는 노인이 있으면 서로 안부를 묻기도 하는 사랑방 구실을 하게 된 구세군 나눔의 집. 이제 배방면에 이 곳이 없이는 어르신들의 모임장소도 없고 외롭고 적적한 노후를 돌볼 곳도 없다. 이 때문에 바라는 이 목사의 꿈이 있다. 노인복지회관을 만드는 것이다. 또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누구보다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소일거리 하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는 것. 그러나 아직은 그럴만한 힘이 없다. 다만 그럴 만한 힘이 올 수 있도록 기도하는 신앙인의 모습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놓지 않고 열심히 정진해 나가는 길밖에는. 푸드뱅크 문의: 534-1377(국번없이 전화해도 무관)
주아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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