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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지역에 기업형양계장? “죽어도 안된다”

영인면 창룡리 주민 100여명 아산시청 항의방문

등록일 2012년02월2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아산시청 현관에서 양계장 허가를 강력하게 항의하는 영인면 창용리 주민에게 둘러싸인 복기왕 시장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대를이어 벼농사만 지으며 평화롭게 살아오던 마을 한가운데 기업형 양계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양계장도 누군가 해야하고 보호받아할 사업은 맞다. 그러나 기존에 평화롭게 살던 마을에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

양계장은 막연하게 생각하는 혐오시설이 아닌 직접적인 피해시설이다. 우리가 가장 분노하는 것은 법이 가해자인 양계장만을 보호하고, 피해자인 주민들을 범법자로 몰아가는 상황이다. 현행법으로 주민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어쩔 수 없다면 반드시 국가차원에서 법과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아산맑은쌀 생산단지에 기업형 양계장이 들어서는 것은 죽어도 용납할 수 없다.”

영인면 창용리 주민 100여 명이 아산시청을 항의 방문해 기업형 양계장 건축을 주민 한사람 한사람이 온 몸으로 저지하겠다고 밝혀 사업자와의 마찰은 물론 아산시와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24일(금) 오전9시 영인면 창용리 주민들은 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양계장사업 철회를 위한 아산시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집회를 마친 주민들은 시장실에서 복기왕 시장과 면담을 가졌다.

창용리 이수완 이장은 복 시장과 마주앉은 자리에서 “아산맑은쌀 주산지인 창룡리 마을 주민들은 지금까지 전국 최고품질의 쌀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농사를 지어왔다. 그러나 최근 전국 최고 품질의 쌀을 생산하던 천혜의 자연환경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게 될 기업형 양계장이 들어선다는 말에 주민들은 단 하루도 발 뻗고 잠을 잘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 양계장이 건축된다면 그 주변지역은 하천오염은 물론 악취로 인한 농사작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번 겨울 주민들은 매서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양계장건축을 막기 위해 노지에서 기약도 없는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대대로 농사지은 죄밖에 없는 우리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는가. 이제 영농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기에 주민들은 아무 일도 못하고 있다. 창용리 주민들은 모두 목숨 걸 각오가 돼 있으니 시장님은 시장직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양계장 건축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복기왕 시장은 “주민들 말씀이 다 옳다. 시장도 주민들과 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행정기관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이 자리를 내놓는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산시는 이미 양계장 건축을 불허해 업체측으로부터 소송에 휘말려 패소한 상황이다. 대통령이라도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다면 아무 일도 할 수없다. 자치단체장인 시장의 권한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주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그러자 또 다른 주민은 “양계장 주변에는 350여 가구가 살고 있는데 양계장과 불과 20~30m 거리에 있다. 시장의 힘으로도 막을 수 없다면 주민들은 어쩌라는 말이냐. 뻔히 보이는 피해를 그대로 감내하고 살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 행정과 법은 왜 지금까지 이 터를 지켜온 주민을 보호하지 않고 업자편에 서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인면 창용리 주민들은 지난 24일 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양계장사업 철회를 요구하며 아산시를 압박하고 있다.

주민들이 반발하는 기업형 양계장은 영인면 창룡리 990번지 일원 2만9700㎡(9000여 평)에 건축면적 1만2500㎡(약3800평) 규모로, 계사 7동과 작업장 및 사무실 등을 2층 규모로 건축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본사가 소재한 경기도 평택시에서 병아리를 부화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업체로 영인면 창용리에 양계장이 건설되면 계사 1동당 5000마리씩 3만5000마리 규모로 사육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측은 “주민들이 걱정하는 만큼 심각한 혐오시설이 아니다. 환경오염이나 주민피해가 없도록 철저한 관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산농민회 이연재 간사는 “평생 벼농사만 지어왔던 순박한 창용리 마을 주민들은 허술한 법과 제도가 자신들을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주민 입장에서 보면 법과 제도는 가해자인 양계장을 보호하고 피해자인 자신들의 행복추구권을 하루아침에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무리 관리가 잘 되는 최신설비를 갖췄다 하더라도 배설물처리를 비롯해 양계의 입식과 출하 과정에서 악취발생은 물론 차량통행에 의한 주민들의 생활권 침해는 불가피하다.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국가차원에서 종합적인 정비와 관리계획을 재정비하지 않는 한 유사사례는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초 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아산시가 행정소송에 패소함에 따라 양계장 건축이 지난 2월10일 승인됐다. 이에 주민들은 11일부터 음봉면 창용리 현지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며 양계장 건축을 저지하고 있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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