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인산자락의 거대한 소나무 군락이 중장비가 동원돼 마구 파헤쳐지며 벌겋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시민단체는 영인산에 대한 종합적인 건강진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배달겨레 대한 땅 역사의 구비마다 그 물결 거세었던 충절의 고장 서녘벌 그 험난 물결 일 때마다 여기 산하의 정기도 사무치며 언제나 겨레의 큰 얼이 솟구쳤으니, 이곳 아산 땅은 진정 겨레의 숨결이요 역사의 긴 터전이어라. 그 터전 물뭍으로 빼어나니 군자국의 지령위에 여기 영인산이 우뚝하고 태극의 광명따라 해와 달도 해맑으니 불사조의 인걸이라 현충사도 저 멀리 성스럽다.」(‘민족의 시련과 영광의 탑’ 비문 중)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영인산은 산이 영험하다 하여 영인산이라 부르고 있다. 또 아산시 지명의 유래가 된 것으로 알려진 아산리와 어금니바위도 영인산 줄기가 품고 있다. 영인산 정상에는 백제 초기의 석성으로 추정되는 영인산성이 위치해 있고, ‘민족의 시련과 영광의 탑’이 세워져 있다. 산 정상에 서면 서해바다, 삽교천, 아산만방조제와 아산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산시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이곳 영인산의 영험하고 아름다운 산줄기는 최근 굴삭기를 비롯한 각종 중장비가 동원돼 드넓게 형성됐던 소나무 군락이 파헤쳐지고 있다. 또 인접한 굴참나무 군락도 무너지며 속살이 벌겋게 드러나고 있다.
영인산자락에 들어서는 골프장 140만㎡
|
중장비로 파헤쳐진 소나무들이 어딘가로 옮겨지고 있는데, 주민들은 오래 전 자신들이 조림사업을 위해 심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이처럼 영인산 줄기가 파헤쳐지는 이유는 지난 2009년 18홀로 조성돼 운영중인 ‘아름다운CC 골프장’이 9홀을 증설하기 위해 벌목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산시에 따르면 아름다운CC 골프장은 당초 104만8526㎡를 체육시설(골프장)로 인가받아 이 중 86만7448㎡를 18홀로 개발해 2009년부터 현재까지 운영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말 시설부지 34만7594㎡를 늘려 시설변경을 신청했고, 아산시는 이를 12월12일 인가해 고시했다. 이에 따라 아름다운CC측은 추가로 인가받은 52만8672㎡에 대해 9홀 증축사업을 시작하며 영인산의 마구잡이식 산림훼손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인근 신현리 주민들은 영인산의 경관훼손, 지하수고갈과 환경오염 등을 우려하며 아산시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지난 18일(토)부터 아름다운CC 골프장 입구에서 사업의 전면중단을 요구하는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골프장 천막농성에 이어 아산시청 앞에서도 집단시위 예고
|
아산시 영인면 신현리 주민들이 아름다운CC 골프장 입구에서 사업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
|
주민들은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지하수고갈을 비롯한 농작물 피해가 일어나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현재 영인면 신현리 주민들은 아름다운CC 골프장 입구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는 것과 동시에 영인산자락을 체육시설로 변경해 준 아산시를 비난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아산시에 제출한 진정서를 통해 “마을주민들이 공동작업으로 가꾼 소나무들이 무분별하게 반출되고 있다”며 “장마철 산림훼손으로 인한 토사유출과 농경지침수가 예상된다”며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또 “골프장의 지하수 난개발로 마을 농업용수와 생활용수가 고갈돼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앞으로 골프장이 증설되면 환경 피해는 물론 농작물 피해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골프장 개장 이후 차량통행량이 증가해 주민들이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속도감시카메라와 방지턱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현리 주민들은 골프장 증설로 발생될 주변 환경영향을 우려하며 지난 18일부터 아름다운CC 입구 천막농성에 이어 20일부터 시청 앞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 27일(월) 부터는 매일 시청 앞 집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아름다운CC 관계자는 “우리는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해 법적·행정적인 인허가 조건을 모두 갖췄다. 또 이미 지난 2009년 주민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원만한 합의를 통해 더 이상 어떤 문제제기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에 서명한 후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해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더니 갑자기 단체행동을 하고 있어 난감한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골프장 사후관리 반드시 필요하다”
|
영인면 신현리 주민들은 지난 18일 골프장 입구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시작한데 이어 시청 앞 1인시위는 물론 27일부터는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서상옥 실장은 “행정기관에서 요구하는 인허가 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골프장이 들어설 수 있었겠지만 현장을 가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산림훼손이 일어나고 있었다. 또 인근 주민들이 주장하는 환경문제도 현실적으로 모두 예측 가능한 일들이다. 시 행정은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당 주민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 되지 않도록 중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 실장은 이어 “아산시의 상징이기도 한 영인산은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헐벗고 있다. 영인산에 대한 전반적이 건강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영인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각종 사업과 향후 추진될 예정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모든 사업에 대해 투명하게 펼쳐놓고 환경·시민단체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의 진단이 요구된다. 필요하다면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토론회를 여는 것도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산시민모임 김지훈 사무국장은 “아름다운CC골프장의 사업주체와 주민들간에 어떠한 합의가 있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골프장에 대한 사후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골프장은 사업초기 주민들의 강한 저항을 받지만 일단 들어서고 나면 그들의 지하수 개발에 따른 용수처리방식, 어떤 종류의 농약을 살포하는지, 환경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기관을 포함해 주민과 시민단체가 공동참여하는 공동감시 시스템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