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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마을 주민들이 마을 한가운데 자리잡은 플룸공장의 유해물질 배출로 주민들이 병들어가고 있다며 공장의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
아산시 음봉면 월랑2리 월랑저수지 인근에는 ‘장수마을’이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마을은 저수지와 산으로 둘러싸여 풍광이 아름답고, 공기가 맑고 물이 좋아 장수한다고 해서 장수마을이라 불린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마을 주민들에게 폐암, 위암, 기관지천식, 췌장암, 심혈관 질환 등 보통 시골마을에서는 보기 드문 질병들이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도 10여 명의 주민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날이 갈수록 주민들의 민심은 흉흉해 지고, 극한 공포와 혼란에 빠지고 있다.
최근 이곳 주민들은 마을 회관에 모이면 “뒤늦게 알고 보니 아무개 집 누가 암으로 죽었다더라” “아무개 옆 집 누구는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산다더라” “그 옆집 누구도 몹쓸 병에 걸려 고생한다더라”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불길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장수마을 이장인 김두회씨는 “최근 ‘장수마을’이 ‘요절마을’로 변하고 있다. 요즘에는 암환자를 비롯해 질병에 시달리는 주민이 점점 늘고 있어 걱정이다. 한 집 건너 한집에 환자가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이 공포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주민들, 마을 한가운데 입주한 플륨공장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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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마을 한가운데 자리잡은 플륨공장. 주민들은 플륨공장에서 일하던 주민 2명에게 암이 발생했고, 공장에서 가까운 주민일수록 발병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
“플륨공장에서 7년 근무한 주민은 위암을 선고받았고, 10년을 근무한 주민은 폐암 말기로 6개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는 곳이 공장에서 가까울수록 발병률이 높다.”
마을 주민들은 건강하던 시골마을에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마을 한가운데 입주해 조업 중인 플륨공장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1991년 설립된 공장은 시멘트를 원료로 농업용수로 등 물길을 내주는 콘크리트 수로관(플륨, 사진참조)을 생산하는 업체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 소음, 진동, 분진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한다. 또 플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유해성 물질이 배출될 것으로 의심되는 알 수 없는 희뿌연 수증기가 솟구쳐 마을을 오염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공장에서 발생한 분진이 마을을 뒤덮고 있다가 차량이 지날 때마다 뿌옇게 날려 주민들이 숨 쉴 때마다 그 먼지를 흡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조업 과정에서 마을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큰 진동이 자주 느껴졌다며, 지난 20여 년간 주민들이 겪은 고통을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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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마을 언덕에 수북이 쌓은 플륨. 공장측은 플륨폐기물로 축대를 쌓고 그 위에 플륨을 야적했다. 주민들은 시멘트 냄새가 풀풀나는 이 플륨만 봐도 숨이 막힌다고 하소연한다. |
뿐만 아니라 이 공장에서 생산된 콘크리트 플륨을 마을 곳곳에 야적해 주민생활에 큰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마을 입구부터 도로변, 공터, 숲 등에 산더미처럼 플륨을 야적해 마을 자체가 플륨 더미에 뒤덮여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나무를 베는 등 산림을 훼손하면서까지 플륨 야적장소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그 아름답던 마을이 이제 눈만 돌리면 회색빛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플륨관 밖에 보이지 않는다. 공장에서 유해물질 발생여부를 떠나 이제는 플륨만 봐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밭에서 일하다가도 공장에서 먼지와 소음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그대로 사용하던 연장을 들고 공장으로 달려가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주민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피해를 감내해 왔다”고 말했다.
마을주민, “플륨공장은 주민에게 사죄하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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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마을 입구 도로변에도 콘크리트로 만든 플륨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 마을은 지난 20여 년간 주민의 생활공간 구석구석에 플륨이 야적돼 있다. |
주민들은 플륨공장은 물론 이를 관리감독하지 않은 아산시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플륨공장이 처음 입주할 당시 일본으로 전량 수출되는 작은 규모의 벽돌을 생산할 것이며, 야적장도 필요 없고 5년간 조업한 후 철수할 것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처음 약속과 달리 벽돌 공장도 아니었고, 마을 전체를 플륨 야적장으로 이용하면서 20년 이상 조업하는 동안 각종 유해환경을 조성하며 주민들을 기만했다며 대책위를 구성해 아산시와 공장을 상대로 단체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주민들은 ▷아산시는 그동안 플륨공장에 대한 환경평가와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지 밝힐 것 ▷당장 마을 한가운데 있는 플륨공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시킬 것 ▷마을 한가운데에서 어떻게 공해물질을 유발하는 공장이 운영될 수 있는지 해명할 것 ▷공장 주변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정밀한 건강검진을 실시할 것 ▷공장 주변에 널린 각종 시멘트와 그 잔해물을 제거할 것 ▷마을 주민들의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보상할 것 등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지난 1일(수) 아산시에 제출했다.
장수마을 김길회 부녀회장은 “이렇게 유해한 공장이 어떻게 마을 한가운데 자리 잡도록 허가가 났는지,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을 전혀 예측하지 않았는지, 관리감독은 제대로 됐는지 아산시에 묻고 싶다”며 “건강에 치명적이라고 알려진 시멘트 공장에 대해 당장 환경영향평가, 환경오염 배출검사 등을 시행해 문제점을 파악한 후 폐사나 이전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회장은 이어 “공장과 인접한 곳에 어린이집과 대안학교가 있는데, 이곳 어린이들의 건강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플륨공장, “유해물질 배출공장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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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마을 곳곳에 야적시킨 플륨은 마을 주민들의 정서적 불안과 공포를 크게 자극하고 있다. |
플륨공장 관계자는 “마을을 야적장으로 사용한 것에 대한 잘못은 인정한다. 그러나 사업을 5년간 시행하고 철수한다는 약속은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일본 수출은 성사되지 않아 벽돌생산은 처음부터 할 수 없었다. 또 소음과 분진, 진동은 마을 한가운데 공장이 있고, 이곳을 통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공장의 유해물질 배출에 대해서는 “이곳은 시멘트를 직접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라 시멘트를 이용한 플륨을 생산하는 공장이기 때문에 유해성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이곳 직원들은 모두 건강하다. 또 요즘 사망원인이 가장 큰 질병이 암이며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질병이다. 공장에서 희뿌연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은 제조공정이 습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유해물질이 배출된다면 그것은 가축의 생리현상 수준일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마을에 불법야적한 플륨처리와 공장철거요구에 대해서는 “앞으로 3년5개월만 기다려 주면 마을을 떠나겠다. 땅을 처분하고 공장 부지를 물색해 이전하려면 최소한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산시,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아산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느끼는 소음, 분진, 진동피해는 관련규정 이하로 발생해 주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유도하겠다. 또 공장의 시설용량이 작기 때문에 각종 행정규제 대상이 아니다. 인허가 문제에서도 관련법규를 벗어난 것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산시에는 시멘트를 원료로 하는 20여 개의 작업장이 있다. 이곳 플륨공장보다 처리규모가 수 십 배 이상 큰 레미콘회사나 벽돌공장 등에서도 아직 유해물질 배출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 음봉면 월랑2리 플륨공장이 주민들의 생활공간인 마을 한가운데 위치하다보니 민원이 발생된 것 같다. 야적된 제품을 정리하고 주민들과도 원만한 관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지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유해성 정밀진단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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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아산환경련 서상옥 실장은 "단속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병들어가는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며 “아산시 복지의 시작은 작은 마을 주민들의 공포와 불안을 제거해 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반면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서상옥 실장은 “주민들의 건강문제는 결코 타협이나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유해성에 대한 정밀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며, 아산시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서 실장은 “우리나라는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1999년부터 석탄재, 철강슬래그, 오니류 등의 유해 산업쓰레기를 시멘트의 원료로 사용해 왔다. 철강슬래그에 고농도로 함유된 6가크롬은 아토피성 피부질환이나 천식·기관지염에서 폐암·위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인체를 위협하는 발병 물질이다. 국내산 시멘트의 상당량은 6가크롬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며 “중금속 함유 분진의 가장 직접적 피해자는 현장 근로자와 주변 마을 주민”이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이어 “시멘트의 위험성은 대형 사업장보다 오히려 관리감독이 소홀한 소형사업장의 안전관리가 더 허술 할 수 있다. 특히 장수마을 한가운데 자리잡은 플륨공장은 주민들과 같은 생활공간에 위치해 있어 분진피해에 대한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현장 근로자와 마을주민에 대한 역학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실장은 “우리나라 굴지의 시멘트 제조사들이 유해물질이 다량 함유된 시멘트를 제조해 전국에 공급해 왔다. 장수마을 플륨공장에 그동안 납품한 시멘트 원료의 반입루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시급한 논의를 통해 지역 대책위와 공동시민조사단 구성을 통한 정밀조사를 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 실장은 이어 “공장 인허가가 행정 절차상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또는 단속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병들어가는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며 “아산시 복지의 시작은 이러한 작은 마을 주민들의 공포와 불안을 제거해 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