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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걱정 없이 농사짓는 세상 왔으면…”

김종환(49·아산시 인주면)

등록일 2012년01월05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30살에 귀농해 올해로 18번째 수확을 마쳤다는 김종환씨는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농업환경이 어려워 지고있다며, 마음 편히 농사지을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해소망? 가족들 건강하고, 아무 걱정 없이 농사 잘 지을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 얼마나 더 소박 수 있는가. 그런데 이렇게 평범하고, 소탈한 희망마저도 가질 수 없는 것이 요즘 우리나라 농업현실 아닌가.”

아산시 인주면 밀두리에 사는 김종환(49)씨는 30살에 귀농해 지난 가을 18번째 농산물을 수확했다. 그리고 18번째 후회를 하고 있다.

귀농하기 전 그는 제법 견실한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동료나 선후배들을 보면서 계속 직장생활을 했더라면 지금 자신의 상황 보다는 좀 더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가 18년 전 귀농을 결심한 것은 연로한 부모님 때문이다. 매년 계속되는 고된 농사일로 힘 빠지고 병들어 가는 부모님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회사를 그만두고 농사일을 시작했다. 당시는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며, 당연한 선택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농사를 많이 지을수록, 농사를 알면 알수록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져 가는 것을 느낀다. 영농계획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농산물의 판로나 가격이 불안정해 도박에 판돈을 거는 심정으로 농사지어야 한다.

“작년에는 한 포기에 1만5000원까지 올라갔던 배추를 올해는 밭에서 갈아엎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 일 년간 애지중지 기른 농산물을 수확 직전에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기도 한다. 또  가뭄, 장마, 병해충 등으로 안정적인 생산과 소득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농업이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한나라당 기습 상정으로 날치기 통과된 한미FTA를 보면서 농업은 얼마든지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계획영농이나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겠는가.”

그는 70대 노모를 모시고, 맞벌이하는 아내와 함께 대학생부터 중학생까지 2남2녀의 자녀를 책임져야 한다. 1년에 얼마의 생활비가 필요할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는 농한기인 요즘 경기도 평택의 한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매일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2~3일에 한 번 집에 들를 정도의 강도 높은 노동을 견뎌내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농촌의 젊은 농업인 대부분이 김종환씨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명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내가 농사를 짓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농업 생산량이 줄고, 그로 인해 식량난을 겪어야 하는 국가와 인류가 점점 늘고 있다. 농업을 지켜내지 못한 나라는 언젠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한반도 이북의 기아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국민보호 차원에서라도 생명산업인 농업은 안정적인 생산기반이 보장돼야 한다. 농업인이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바라는 소망이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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