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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9일부터 시작된 아산시농민회의 시청광장 볏 가마 야적시위와 천막농성이 지난 12월29일 50일만에 막을 내렸다. |
지난 11월9일부터 시작된 아산시농민회(회장 장석현)의 시청광장 볏 가마 야적시위와 천막농성이 지난 12월29일(목) 50일만에 막을 내렸다.
농민들이 절박한 농업환경을 알리기 위해 야적시위를 벌이는 동안, 국회에서는 한·미FTA를 날치기 통과시켜 농민들의 분노를 샀다.
한나라당은 11월2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날치기로 처리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재적의원 295명중 170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51명, 반대 7명, 기권 12명으로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국회 본회의장 기습 점거, 비공개 회의, 언론차단 등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사건이다.
그 결과 각 산업별 이해득실을 따지는 분석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농업기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장 컸다.
아산시청 광장에 벼 120톤을 야적하고 무기한 천막농성을 시작한 아산시농민회는 한나라당의 한·미FTA 국회비준안 강행처리와 농업에 미칠 영향의 심각성을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또 한·미FTA 국회비준 무효를 주장하며 상경시위를 벌이는 등 계속된 식량주권사수투쟁에 나섰다.
이어 야적시위 한 달째인 12월9일 아산시 농업인들은 트랙터를 몰고 시내로 나와 시청에서 온양온천역에 이르는 거리행진을 벌이며, ‘한미FTA 철회’ ‘이명박 퇴진’ ‘한나라당 해체’를 외치는 등 시위의 강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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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비준안이 한나라당의 기습상정으로 국회에서 강행처리되자, 아산시농민들은 트랙터를 거리로 몰고나와 시내를 행진하며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등 투쟁의 강도를 높였다. |
아산농민회 장석현 회장은 “야적시위를 벌인 이유는 시민들에게 농업과 농촌의 현실을 바로 알려, 보다 많은 시민들께 응원해 달라는 하소연 이었다”며 “농업과 농촌을 지키는 일은 모든 국민들이 생명을 함께 지키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선거 때면 농업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떠들던 정치인들이 결국 이 나라의 농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며 분노했다. 또 보릿고개시대부터 산업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우리민족을 먹여 살리고자 땅만 바라보며 일했던 농민들이 무슨 죄를 지었냐며 따졌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가 고조되고, 국제 곡물가 폭등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쌀값만 수년째 제자리에 맴도는 현실도 한탄했다.
농촌경제연구원 분석결과 한·미 FTA 발효로 예상되는 농업분야의 누적손실액은 향후 15년 간 12조2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한·미 FTA가 ‘경제주권에 앞서 식량주권을 팔아먹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충남도는 FTA 발효 15년차에 1924억원의 생산액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분야별로는 양돈이 567억원으로 가장 피해가 크고, 한육우 477억원, 낙농 241억원, 양계 223억원, 포도 88억원, 사과 83억원, 배 77억원 등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모두 숫자놀음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피해금액은 산정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농업에 집중 지원하겠다는 말도 믿음이 안간다고 비판했다.
아산농민회 이연재 간사는 “20년 전 우루과이라운드(UR)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무역 협정으로 농업분야는 일방적인 피해를 강요당해 왔다. 정부는 지원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농업은 점점 후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부 특정 농민에게 공적자금을 쏟아 붙고, 그들의 성공사례를 과대 포장해 호도하는 것도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며 “미국은 세계최대 농업 수출대국이다. 미국과 국제 경쟁력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우리 농업의 대결은 결국 대학생과 초등학생의 싸움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야적시위를 벌이던 볏가마를 철거하는 농민들은 내년에는 또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할지 막막하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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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내 거리를 점령했던 트랙터도, 볏가마도 제 자리로 돌아갔지만 농민들은 갈 곳을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