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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는 복기왕 시장이 이동시장실을 운영해 40여 명의 배방읍민이 민원을 접수했다고 밝혔지만 민원내용은 ‘내부 검토사항’이라며 언론에 공개한 민원은 단 2건에 불과했다. |
민선5기 복기왕 아산시장이 취임하며 강조했던 소통행정이 일방통행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복 시장 스스로 소통을 강조하지만 복 시장을 둘러싼 행정체계는 오히려 복 시장과 여론을 갈라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11월29일 배방읍에서 처음 실시한 ‘이동시장실’은 아산시가 홍보한 의도나 목적과는 다르게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우려가 크다며 논란이 되고 있다.
요란한 ‘이동시장실’ 대화내용은 1급 보안?
11월29일(화) 아산시는 오후2시부터 배방읍에 ‘이동시장실’을 운영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시는 이동시장실 운영목적에 대해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시장실 문턱을 낮춰온 아산시가 민선5기 중반을 맞는 시점에서 행정일선으로 찾아가 시민의 의견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듣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마련된 이동시장실은 평소 시장실을 찾기 어려운 배방읍 주민 40여 명이 줄을 서서 시장과의 1대1 대화를 나눴다고 아산시는 밝혔다.
본보는 6만명이 넘어선 배방읍 주민들이 아산시장에게 어떤 건의를 했는지 보도하기 위해 이날 민원내용을 기록한 담당부서에 문의했다.
그러나 해당부서 담당자는 “내부 검토사항이다. 무슨 이유로 (민원내용을) 알려고 하는가. 이미 보도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는가. 더 이상 알려 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아산시가 언론에 공개한 복 시장의 민원처리 실적은 단 2건에 불과하다.
배방읍 장재리 박 모씨가 ‘버스정류장문제와 주정차금지구역지정’을 건의했고, 설화중 조화선 교장이 ‘횡단보도에 단속카메라 설치, 명품 길 조성, 학교시설을 이용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 등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며 2명의 사례를 소개했다.
시는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시장을 만나 대화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런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어느 배방읍민의 말을 인용해 이동시장실 운영성과를 포장하기에 급했다.
'감추고 보자' 비공개 관행 행정불신 자초
이날 ‘이동시장실’은 대대적인 언론홍보와 함께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아산시는 40여 명이 길게 줄지어 섰다가 복 시장에게 각종 민원을 접수했다고 하면서 정작 접수된 민원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요란한 전시행정으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질타를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
아산시민모임 김지훈 사무국장은 “시장이 최 일선에서 시민과 직접만나 대화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시장이 주민과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만을 홍보하고, 정작 주민이 시장에게 말한 내용이 무엇인지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면 시장 혼자만의 일방적 소통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공개적으로 접수한 민원을 내부검토사항 이라며 언론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문제해결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시장이 직접 접수한 민원이라도 행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고, 불가능한 사안도 있을 수 있다. 관성적이고 불필요한 공직사회 특유의 경직된 권위의식이 아산시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도 있다”고 덧붙였다.
민원 접수하는 시장보다, 민원 해결하는 시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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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을 접수하는 시장과 줄지어 대기중인 시민들. 시장이 직접 접수한 민원에 우선권을 주어야 하는지 시의원과 일선 공무원들 조차도 행정체계와 질서에 대한 혼선을 우려했다. |
시장이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행정절차상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일선공무원과 시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동시장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다.
한 시의원은 “이동시장실을 찾는 주민들에게서 새로운 지역현안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을 이장을 비롯한 지역의 대표성을 가진 특정계층의 인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매년 실시하는 연두순방과 다를 것이 없다는 말이다. 이들은 또 다양한 루트를 통해 행정과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정말 생활이 절박하고 힘든 시민들은 이동시장실이 열리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정 부서의 한 공무원은 “모든 사업은 한정된 예산으로 계획과 절차에 따라 집행된다. 시장에게 직접 말했다고 안 되는 사업이 된다거나 사업의 우선순위가 바뀔 수 없다는 말이다. 만약에 시장의 즉흥적인 의지로 바뀌게 된다면 그동안 아산시의 행정질서를 부정하는 더 심각한 문제 아니겠는가. 또 이동시장실에서 시민들이 건의하게 될 내용 대부분은 이미 시의원이나 읍면동사무소에서 파악한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라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절박한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관공서가 아닌 시민의 삶터에서 찾아야 한다. 이동시장실을 찾는 시민 대부분은 이미 행정기관과 어느 정도는 소통관계를 가지고 있는 계층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의원은 “지역현안 발굴과 민원접수는 지역구 시의원이나 일선 공무원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시장은 단순히 민원을 접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읍면동별로 지금까지 산적한 현안들만도 수년째 방치돼 고질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일회성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면 오래 된 민원부터 우선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아산시는 앞으로도 1~2월 연두방문기간과 4월 국회의원 선거기간을 제외하고 읍면동을 돌며 이동시장실을 수시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