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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무엇이 급하고 두려워 기습강행 했나”

장석현 농민회장…안전한 먹거리 더 이상 책임지지 못한다

등록일 2011년11월2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아산시청 광장에 벼 120톤을 야적하고 무기한 천막농성 중인 아산시농민회 장석현 회장을 통해 한나라당의 한·미FTA 국회비준안 강행처리와 농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들었다.

한나라당은 지난 22일(화)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날치기로 처리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재적의원 295명중 170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51명, 반대 7명, 기권 12명으로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국회 본회의장 기습 점거, 비공개 회의, 언론차단 등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사건으로 알려졌다.

이번 여파로 각 산업별 이해득실을 따지는 분석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농업기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

지난 11월9일 아산시청 광장에 벼 120톤을 야적하고 무기한 천막농성을 시작한 아산시농민회 장석현(54) 회장을 통해 한나라당의 한·미FTA 국회비준안 강행처리와 농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들었다. 아산농민회는 지난 22일 한·미FTA 강행처리 소식에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어 24일 30여 명의 아산농민회원들과 한·미FTA 국회비준 무효를 주장하며 상경시위를 벌이는 등 계속된 식량주권사수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장 회장은 목소리가 잠기고 지쳐 있었다.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기습상정으로 한·미FTA 비준안이 처리됐다.

-농민들의 심정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 그 자체다. ISD(투자자국가소송제)가 어쩌고 불평등이 어쩌고를 떠나서 지금 농민들은 정치인들의 몰상식한 행동과 농업에 대한 무지에 환멸감마저 느끼고 있다. 무엇이 그렇게도 급하고 두려웠기에 날치기를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선거 때면 농업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떠들던 그들이 결국 이 나라의 농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농민들이 무엇을 그리도 잘못했는가? 보릿고개시대부터 산업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우리민족을 먹여 살리고자 땅만 바라보며 일했던 우리 농민들이다. 전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가 고조되고, 국제 곡물가 폭등 속에서 유독 우리나라의 쌀값만 하락하던 비상식적인 현실에서도 꿋꿋이 농사짓던 농민들이다.

▶한·미FTA가 발효된다면 농업분야에서는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가.

-농촌경제연구원 분석결과 한·미 FTA 발효로 예상되는 농업분야의 누적손실액은 향후 15년 간 12조2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한·미 FTA가 ‘경제주권에 앞서 식량주권을 팔아먹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충남도는 FTA 발효 15년차에 1924억원의 생산액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분야별로는 양돈이 567억원으로 가장 피해가 크고, 한육우 477억원, 낙농 241억원, 양계 223억원, 포도 88억원, 사과 83억원, 배 77억원 등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 2007년 한·미 FTA 체결 후 2017년까지 농업분야에 모두 21조 1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8월 추가로 1조원을 더 투자하는 내용의 종합대책을 제시했다. 2017년까지 22조 원을 쓸 테니 한미FTA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피해금액은 산정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농업에 지원한다는 금액 역시 신빙성이 없다. 농어업의 경쟁력 강화와 농어촌 산업 기반시설 확충에 따른 재원마련을 위한 농어촌 특별세는 1995년 이래 늘어나 올해 4조2000억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농가 평균 소득은 67%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지원을 위한 농어촌 특별세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는데 농민들의 생활은 오히려 악화됐다는 말이다.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미 FTA, 한·EU 외에도 호주, 중국 등과의 현재 FTA 협상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농업기반 붕괴에 대한 위기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한미FTA 국회비준안을 강행처리한 정치권에 농민들은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한미FTA 반대투쟁에 왜 유독 농민들이 반발하는지 들어 보았는가? 정부와 집권여당은 지난 4년간 단 한 번도 농민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국가간 조약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것이 대한민국 국회다. 이를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영하의 날씨에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는 것이 대한민국 정부다.
일각에서는 한·칠레FTA를 빗대며 ‘농업붕괴’를 엄살이라고 한다. 농업기반이 약해 수많은 농가가 파산하고 각종 재난재해에 무기력하게 죽어가는 농민들을 아는가. 지금 당장 10년 전 월급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직장인이 있는가. 이 나라의 먹거리를 책임져온 농민들은 생산비 상승과 농산물값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벼랑 끝에서 지금까지 버텨왔다. 

▶대통령은 오히려 우리의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는 기회라며,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20년 전 우루과이라운드(UR)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무역 협정으로 농업분야는 일방적인 피해를 강요당해 왔다. 정부는 지원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농업은 점점 후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부 특정 농민에게 공적자금을 쏟아 붙고, 그들의 성공사례를 과대 포장해 호도하는 것도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미국은 세계최대 농업 수출대국이다. 미국과 국제 경쟁력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우리 농업의 대결은 결국 대학생과 초등학생의 싸움에 불과할 뿐이다.
또 위키리크스에 폭로된 미국쌀에 대한 관세 특혜와 추가 개방마저 이뤄진다면 우리 농민들이 과연 설 자리가 있겠는가. 어쩌면 우리 국민들은 농약과 유전자 조작 등 불명확한 미국산 농산물로 밥상을 차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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