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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LH...막가파식 공사에 화병

천정은 새고, 벽면은 기울고, 구들장은 내려앉고...시공사는 '나 몰라라'

등록일 2011년11월2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아산시 인주면 밀두리에서 LH아파트의 막가파식 공사로 인근 주택에 진동, 소음, 분진 등으로 집안에 균열이 생기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도 아무런 보상도 없이 철수해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인주면 밀두리 LH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에서 인근 주민에게 소음, 진동, 먼지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도 아무런 피해보상을 하지 않고 철수해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아산시 인주면 밀두리에 살고 있는 차재진씨는 LH아파트 공사가 시작된 2008년부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아 왔다고 하소연했다.

공사장을 드나드는 대형차량들이 자신의 바로 집 옆 농로를 수시로 드나들며 소음과 진동과 분진 피해를 입혀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쩡” 하는 소리와 함께 집안 구조가 엉망이 됐다.

마을주민, "LH 임대아파트 공사 때문"

벽면에 금이 가고, 구들장이 내려앉고, 집 구조 자체가 뒤틀려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방문도 제대로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게 됐다.

심지어 벽면의 깨지고 갈라진 틈으로 집안에 벌레가 드나들고, 내려앉은 구들장은 2~3㎝의 틈이 생겼다. 싱크대도 벽면과 분리돼 위태롭고, 욕실은 타일이 깨지고 벽면도 뒤틀려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상황이다. 또 천정도 갈라지며 물이 들어와 비만 오면 신발장에 물이 고인다. 겨울철에는 옥상에 쌓인 눈이 조금씩 녹으며 겨우내 습한 기운이 집안으로 스며든다. 또 지난 여름에는 1개월 이상 비가 내리는 바람에 빗물이 계속 들어와 벽면에 곰팡이가 심하게 피었다.

뿐만 아니라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차재진씨 집 앞에는 공사현장에서 나온 흙더미를 산더미처럼 쌓아 조망권을 해치고, 그 곳에서 빗물에 흘러나온 토사가 차씨 집으로 흘러내리기도 했다.

맑은 날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흙더미에서 먼지가 집안으로 날아들어 숨이 막힐 정도로 탁한 공기에 시달리고, 집안에 쌓이는 먼지에 청소는 해도해도 끝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차씨를 비롯한 칠순 노모와 초등학생 자녀의 불안과 공포,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컸다고 한다.

공사로 시작된 불면·우울증 아직까지 시달려

LH아파트 공사차량들은 마을 안길로 드나들며 차재진씨의 집 앞에 집채보다 높게 흙더미를 쌓았다.

차재진씨 집 마당에서 촬영한 흙더미 사진. 이곳에서 날아든 비산먼지로 차씨의 노모와 초등학교 어린딸이 매일 호흡기질환 등 고통을 호소했지만 LH아파트 공사현장에서는 아무런 상관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며 외면했다.

인주면 밀두리 LH 아파트 공사현장을 드나드는 대형차량들은 차씨의 집과 붙어있는 마을안길을 이용하며 주민들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해왔다. 이에 주민들이 현장을 찾아 몇 차례 항의하기도 했지만 개선되는 것이 없었다고 한다.

마을안길에서 덤프트럭을 만나면 피할 길이 없어 사람이 길 밖으로 피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평생 농사를 지어온 70대 어르신들이 습관처럼 즐겨온 낮잠도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일부 주민은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여 우울증까지 시달렸다는 것이다.

또 고인이 된 차씨 부친이 정성들여 가꾸던 나무를 상의도 없이 톱으로 잘라내고, 이에 항의하는 차씨의 모친에게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막가파식 공사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아산시는 LH로, LH는 시공사로, 책임 떠넘기기

LH아파트 공사관계자들은 공사를 마치고 모두 떠났다. 마을주민들은 이제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차씨는 인주면사무소에 항의했으나 인주면사무소는 아산시 건축과 소관이라며 책임소재를 떠밀었다고 한다. 이에 아산시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산시는 LH와 원만한 협의를 보라는 민원회신을 보냈다. LH에도 내용증명과 함께 항의를 했지만 LH도 시공사로 책임을 미뤘다.

그러는 동안 피해 당사자인 차씨는 시간적, 정신적, 물질적으로 적지 않은 피로가 쌓이며 지쳐가고 있었다.

아산시는 차재진씨의 민원에 대해 “마을안길 사용으로 인한 불편은 공사용 트럭 진·출입로를 변경해 피해를 최소화 할 것, 야적된 토사는 보양조치 할 것, 나무훼손 재발 방지 할 것, 공사소음 최소화 할 것, 인근주택 및 민원재발 방지 등을 주택공사에 통지했다”고 회신했다.

LH 아산직할사업단은 아산시의 행정통지와 차재진씨의 민원에 대해 “집 내·외부 균열에 대한 하자부분 보수, 문짝 비틀림 확인 후 조치, 산더미처럼 쌓인 집 옆 흙무더기는 덮개를 덮어 비산먼지 발생되지 않도록 할 것, 소음공해 억제할 것, 나무훼손 확인 후 조치 등을 서희건설에 촉구했다. 다만 조망권 침해와 건강악화 등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워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하다”고 회신했다.

그러나 차재진씨와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서희건설은 아산시와 LH에서 시정조치 하도록 요구했다는 사안들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지키지 않은채 지난 8월 공사현장에서 철수했다고 주장했다. 

시공사, "마을주민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한 주민이 LH아파트 공사로인한 진동으로 내려앉은 구들장을 보여주고 있다.

 욕실 벽면이 기울어지고 타일이 갈라져 있다.

천정과 벽면이 갈라져 빗물이 새는 바람에 곰팡이가 피었다.

싱크대에 설치한 크랙게이지. LH아파트 공사현장에서는 이 집에 크랙게이지를 설치한 후 단 한번도 찾아오지 않고 철수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는 차씨뿐만이 아니다. 인근 3~4 가구도 차씨와 같은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LH에서 당연히 공사를 끝내고 피해보상을 해주고 갈 것이라는 생각에 피해를 감수하고 참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런 말도 없이 공사 관계자들이 철수해 버린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노하고 있다. 또 어디에 어떻게 하소연 할지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들 집안에도 벽면의 갈라진 정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측정하는 크랙게이지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크랙게이지를 설치한 이후 시공사 관계자는 단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판석씨는 “LH에서 당연히 피해보상을 해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불편해도 참고 살았다. 그런데 공사가 끝나고 말도 없이 사라졌다니 어이없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심판석씨의 집과 나란히 인접한 이웃들 역시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또 다른 주민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매일 집안이 쿵쿵 울리고, 벽이 갈라져 집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싱크대, 욕실, 거실 모두 벽면이 기울어 졌는데 이것을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시공을 맡았던 서희건설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에서 “벽면 균열과 뒤틀린 부분에 대해 보수를 해준다고 말했지만 차재진씨가 무리한 요구를 해서 더 이상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본사에 이 상황을 보고한 후 회사의 방침에 따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또 인근주민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차재진씨 이외에 다른 피해주민이 있었는지는 몰랐다. 이들 역시 본사의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 지금 답변해 줄 수 있는 것은 이게 전부다”라고 덧붙였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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