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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매리 매립결정 빠를수록 좋다?

복기왕 아산시장 환경의식 빈곤 도마…NGO와 2차 논쟁 점화될 듯

등록일 2011년10월3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급속한 개발 속에서도 묵묵히 생명을 잉태해 온 걸매리 갯벌이 또다시 매립위기에 봉착했다.

“걸매리 갯벌을 살릴 수 있을지 애매합니다.”
복기왕 아산시장이 지난 25일(화) 아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아산만 갯벌조사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에서 던진 말이다. 복 시장은 이날 아산시의 마지막 바다인 걸매리 갯벌에 대한 용역보고회를 청취한 후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매립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복 시장은 “연구용역결과를 보면 현재 걸매리 갯벌을 치유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100% 동의는 없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결론을 낼 때가 됐다. 길게 가는 것보다 빨리 결정지을수록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복 시장은 4월~10월까지 과업기간으로 정한 용역발주에 앞서 “개발논리와 보존논리의 첨예한 대립으로 사업추진에 대한 정책방향 결정을 위한 근거자료 마련이 필요하다”며 “사업추진에 따른 환경생태영향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추진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최적의 방법을 찾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날 용역보고회를 마치자 복 시장은 “연구용역은 환경단체에서 추천한 기관에 의뢰했기 때문에 객관적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후 “어느 한쪽의 의견을 묵살하지 않고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갈등을 최소화 시키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개발로 방향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NGO 단체에서는 “단순하게 갯벌이 죽었으면 개발하고, 살았으면 지키겠다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다”라며 맞서고 있다. 아산호와 삽교호가 건설되며 사라졌던 생명체들이 20~30년이 지나며 다시 되살아나고 있는데 단 2차례 현장을 다녀와서 작성된 보고서만으로 갯벌이 죽어가고 있다며 매립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복 시장이 갯벌매립을 통한 산업단지 조성을 결정한다면, 아산인주갯벌매립반대시민대책위원회 등 NGO들과 2차적인 대립이 재점화 될 것으로 보인다.

아산만 갯벌조사 용역보고서, “갯벌환경 부정적 영향 지속될 것”

복기왕 아산시장은 지난 25일 아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아산만 갯벌조사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에서 아산시의 마지막 바다인 걸매리 갯벌에 대한 용역보고회를 청취한 후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매립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용역은 인하대학교 생명해양과학부 홍재상 교수팀이 맡았다.

이들은 올해 5월과 8월 2차례 현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료분석을 통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연구 내용은 걸매리 갯벌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결론을 도출했다. 

용역결과를 발표한 한국연안환경생태연구소 김창수 부소장은 “아산만의 제반 환경특성 및 개발상황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아산만 일대해역에서는 서식처의 감소, 오폐수, 부유사 및 소음·진동의 증가 등 환경의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아산호와 삽교호로부터 대량 담수방출의 영향으로 인근 해역의 염분농도가 지속적으로 큰 변동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이들 담수에 포함된 고농도의 영양염은 아산만 인근지역 수·저질의 부영양화를 가속시킬 것”이라며 “모든 생태계 구성원들에 있어 다양성은 전반적으로 감소할 것이며, 현존량은 시기에 따른 변동성이 확대돼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와 연관된 아산호, 삽교호의 담수방류는 현재 양적으로 증가추세에 있으며, 앞으로도 인위적인 조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급격한 염분변화와 부영양화는 향후 지역 생태계의 효율적인 관리를 지속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주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결론 지었다.

단 두 번의 현장조사가 판단근거 되나?

아산시의회 오안영 시의원은 “아산-당진-평택을 잇는 아산만방조제가 세워진 때는 1973년이고, 아산-당진에 걸친 삽교호방조제가 완공된 시기는 1979년이다. 30여 년의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현지 주민들조차 사라진 것으로 알았던 생명체들이 되살아나 왕성한 생명력을 보이고 있다. 단 두 번의 현장조사로 갯벌이 죽어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용역을 맡았던 홍재상 교수도 동의했다. 홍 교수는 “자연현상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악화될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국지적으로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불안정하다거나 불확실 하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다만 이번 연구용역 보고서는 학계에서 인정된 매뉴얼을 통해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도출된 결론을 발표했을 뿐이다. 이번 조사 역시 꾸준한 모니터링 결과가 아니라 2회에 걸쳐 조사한 결과였다”고 답했다.

아산YMCA 박진용 사무총장은 “이번 용역은 걸매리 갯벌의 실태파악을 위한 것이지 매립을 위한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나마 바다와 육지 담수의 완충역할을 하던 아산만 갯벌마저 무너지면 발생하게 될 문제점에 대한 분석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아산만이 매립되면 아산만이 아닌 외해와 직접 만나게 될 텐데 이로 인한 또 다른 환경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은가”물었다.

이에 대해서도 홍재상 교수는 “맞는 지적이다. 이번 연구용역에는 ‘현황조사를 통한 생태계 현황평가와 제반여건에 따른 향후 변화예측’이었다. 방금 지적한 아산만이 매립된 이후 발생할지 모르는 환경영향에 대해서는 과업 이외의 사안이라 연구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NGO, “아산시장은 아산의 마지막 바다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아산만 갯벌조사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에 참석한 자문위원들이 용역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아산YMCA 박진용 사무총장은 “용역보고서 내용은 걸매리 갯벌의 현황에 대한 진단일 뿐이다. 갯벌의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매립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를 근거로 아산의 갯벌을 건강하게 지켜나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시민모임 김지훈 사무국장은 “용역결과 인주 갯벌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보존가치가 없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갯벌의 현 상태가 건강하지 못하다면 개선하는 방안을 내 놓아야지 매립의 근거로 삼으려는 것은 개발 논리 그 자체다”라고 가세했다.

김 국장은 이어 “같은 논리라면 곡교천이 오염됐다면 곡교천을 매립해야 하는가. 강과 바다, 산, 갯벌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다. 단순지표만 가지고 보존의 유무를 결정지어서는 안 된다. 아산의 유일한 바다인 걸매리 갯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동안 아산만 조력댐을 반대해온 이유는 또 다른 개발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산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서 였다”라고 덧붙였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서상옥 정책실장은 “조사결과 저서환경이나 갯벌의 중금속 및 부영양화 등의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다”며 “아산시의 노력에 따라 아산만 환경은 얼마든지 건강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산시의회 안장헌 의원은 지난해 12월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공유수면매립을 추진하는 전국 52개 자치단체의 입장은 소규모 공공시설이나 어항시설이 대부분이다. 갯벌을 매립해 산업단지로 이용하겠다는 지자체는 아산시 뿐이다”라며 “걸매리 갯벌매립만이 아산시의 미래를 담보한다면 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아산시는 미분양이 우려되는 서부산단, 도고산단, 황해경제자유구역이 추진되고 있다. 개발을 통한 경제논리만을 앞세워 곳곳에 산업단지를 경쟁적으로 조성하려는 행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천안·아산 환경련 “종합적인 보존대책 수립 시급하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용역보고서에 대해 “아산만은 여러 사업과 아산호·삽교호의 불규칙한 담수 유입 등의 영향으로 갯벌의 건강성이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며 “결국 아산만은 생태·환경적으로 매우 위험하고 불안정한 상황에 오랜 기간 놓여져 있었고, 앞으로 이러한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종합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또 “아산만은 평택·당진 등 인접시군의 경쟁적인 개발로 면적이 축소되고 있지만 그나마 지금의 생태적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일부 칠면초 군락지와 이 지역을 중심으로 철새들의 도래현상이 확대되고 있어 이에 대한 복원과 보전대책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서상옥 정책실장은 “갯벌은 상황에 따라 생태적 건강성이 높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마지막 남은 우리의 지역 해양과 갯벌을 어떻게 하면 보다 유용한 환경적 공간으로 복원 발전시킬까가 가장 중요한 숙제다”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이어 “태국 푸켓 안다만은 쓰나미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지만 맹그로브 숲을 다시 만들고 바다 풀을 키우는 활동을 통해 다시 건강한 바다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해양 환경을 만들고 있다”며 걸매리 갯벌의 보존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복 시장의 행정철학·환경의식 도마

복기왕 시장이 아산시의 마지막 바다인 걸매리 갯벌매립에 대한 정책결정을 서두르겠다고 말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NGO들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복 시장의 행정철학과 환경의식이 실종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동안 걸매리 갯벌매립 문제를 둘러싼 복기왕 아산시장의 행보가 도마에 올랐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복 시장은 아산인주갯벌매립반대시민대책위원회와 NGO 등에게 선거 쟁점 중 하나였던 걸매리 갯벌매립사업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갯벌매립을 반대해온 NGO에서는 민주당 복기왕 후보가 아산시장에 당선되자 즉각 환영한다는 논평을 발표하며, 갯벌보존을 위한 성실한 약속이행을 촉구했다. 그러자 복 시장은 ‘당선을 목적으로 한 참모진이 후보자와 일부 견해가 다른 내용을 발표한 것 같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용역 발주에 앞서 복 시장은 걸매리 갯벌이 보존가치가 없다고 판정되면 개발하고, 보존가치가 있다고 판정되면 개발계획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복 시장은 갯벌매립을 반대하는 NGO에게는 ‘갯벌 매립을 백지화할 근거를 달라’고 말한 반면 갯벌매립을 찬성하는 주민들에게는 ‘갯벌을 매립해야 하는 근거를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당시 복 시장의 이 같은 태도는 ‘시장으로써 매우 무책임하고, 환경에 대한 빈곤한 의식과 행정철학의 부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 용역결과를 근거로 앞으로 개발업자들은 매립을 강력하게 요구 할 것이고, 아산시는 용역결과를 근거삼아 수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렇게 되면 아산NGO들은 ‘주민투표’를 통한 저지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NGO들은 속속 ‘걸매리 갯벌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갯벌매립반대대책위는 “복기왕 시장은 갯벌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산이 해양도시라는 유일한 증거인 갯벌을 사라지게 한다면, 아산시장은 역사적 오명을 떨칠 수 없을 것입니다”라는 거리 현수막 문구를 작성하고 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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