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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문제 대안이 강남학원 강사인가?”

아산시 인재육성반 둘러싼 이기애·복기왕 뜨거운 설전

등록일 2011년10월15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복기왕 아산시장(사진 왼쪽)과 이기애 시의원(사진 오른쪽)이 ‘아산시 인재육성 지원 프로그램’을 놓고 1% 학생만을 위한 특혜시비 등 설전을 벌였다.

마지못해 출석하는 인재육성반 아이들

아산지역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200여명을 선발해 구성한 아산시 인재육성반.

서울 강남의 유명학원에서 영입했다는 강사 10명과 아산지역 학교 교사 2명이 수학, 영어, 논술 과목을 매주 토요일 온양한올고등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아산시의회 이기애 의원이 요청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평균 출석률은 78%였다. 50명 중 하루 평균 11명이 인재육성반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가장 심했던 날은 50명 중 무려 40여 명이 결석한 날도 있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전체 학생의 절반 이상 결석한 날도 있었다.

그렇다면 성적은 어떨까. 이 의원에 따르면 100점을 맞은 학생도 있었지만 60~70점대 학생들이 상당수 있었고 최하 45점을 받은 학생도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일반 학교의 일반 학급에서 나오는 성적분포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이다.

물론 전체 평균점수가 일반학교보다 더 높을 수도 있지만 아산시 인재육성반은 아산시가 연간 7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운영하는 특수학급인 점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닌 것 같다.

이기애 의원은 “안타깝게도 고등학교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중3 학생들만의 자료밖에 분석하지 못했다”며 “시정질문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인재육성반과 관련된 더 많은 자료를 요구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공개가 안 된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인재육성반에 참여하는 일부 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는데, 마지못해 참여했다는 학생도 많았다. 또 자신이 참여하지 않으면 수업이 진행되지 않아 미안한 마음에 참여했다는 학생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학원 강사 64시간 강사료 ‘1600만원’…학교 교사 5년차 월급 ‘250만원’

아산시 인재육성반에 초대된 사설학원 강사료는 얼마나 될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재육성반에는 서울 강남의 학원강사 10명과 아산지역 학교교사 2명이 강의한다.

1학기 중 최고액을 수령한 학원 강사는 40시간 강사료로 1200만원을 수령했다. 반면 아산지역 학교교사 2명은 44시간 강의하고 각각 44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름방학 기간에는 총 29일간 15명의 강사에 의해 운영됐는데 최고 64시간을 강의한 2명의 학원강사는 각각 1600만원씩 수령했다. 반면 아산지역 학교 교사 2명은 각각 640만원을 수령했다.

이에 대해 이기애 의원은 “하루 4시간씩 10일 강의한 대부분 학원 강사들은 920만원~1200만원을 수령해갔다. 이 짧은 시간에 학원 강사들이 아산의 학생들에게 어떤 능력을 심어주고 갔는지 궁금하다”고 언급한 후 “밤낮으로 수업을 준비해 하루 종일 혼신의 힘을 다해 가르치는 5년차 학교 교사 월급은 250만원이다. 교사뿐만 아니라 어려운 경제 환경에 처한 시민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인재육성반 예산집행계획서를 보면 강사료가 5억2200만원이고, 다른 부대비용이 1억8000만원이다. 60일의 짧은 강의날짜와 부실한 출석률로 운영되는 인재육성반에 지출되는 막대한 예산은 바로 인재육성반 200명에 선택되지 않은 1만7000여 학생의 학부모들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돈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의원은 기회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인재육성반이 좋은 제도인지도 모르겠고, 정말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검증되지 않은 학원 강사는 비싼 몸값으로 초청하면서 아산지역 학교 교사들에게는 참여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학원 강사는 프로, 학교 교사는 아마추어?

“사교육 종사자(학원 강사)는 스포츠로 말하자면 프로다. 학교 교사의 보수는 가이드라인이 정해진 것으로 안다. 단순하게 돈으로만 비교하면 학원 강사와 학교 교사의 차별에 대한 지적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서울 강남의 학원 강사들 수입은 정말 만만치 않다. 서울의 학원 강사가 아산까지 찾아오는데 대한 보상금을 강사료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학원 강사는 지식전달자이고, 교사들은 스승 아닌가. 사회적 존경이 다르고 사회적 보장이 다르다. 시간당 보수가 얼마인가는 비교대상이 아니다.…”

복기왕 아산시장이 지난 14일(금) 이기애 의원의 시정질문에서 답변한 내용이다. 

‘공교육 문제의 대안이 강남학원 강사인가’라며 시작 단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아산시 인재육성지원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된 복기왕 아산시장의 발언이 아산시의회 시정질문에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복 시장은 시정질문 답변 도중 “아산지역 학생들의 학력신장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아산시 인재육성 지원 프로그램을 개강했다”고 말한 후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현재 교육방식은 (나의) 교육철학과는 맞지 않지만 거부할 수도 없다”며 자신의 교육철학과는 상반된 교육정책을 펴고 있다고 스스로 자인하기도 했다.

복 시장은 또 “구체적인 강사료는 파악 못했지만 애초 수준 있는 강사를 어떤 방법으로 데려 올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경제적인 능력을 떠나 서울에 가지 않고도 질 좋은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주기 위한 고육지책 이었다. 시작할 당시 다수의 학부모는 어렵더라도 시 예산으로 학력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반변 일부 평등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피켓시위도 있었지만 전체 구성으로 볼 때 작은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도 잘못된 지적이 아니기에 속으로 아파하면서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기애 의원은 인재육성반 학생들의 낮은 출석률과 성적, 학원 강사들의 고액 강사료 등을 폭로하며 1%만의 학생을 위한 아산시의 예산지원을 비판했다.(사진은 한올고에서 실시되는 인재육성반 수업장면 자료사진)

1%만을 위한 교육정책이 도시경쟁력인가?

“학교교육의 질과 교육프로그램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이를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지 왜 강남의 사설학원 강사로부터 아산시 교육의 해법을 찾으려 하는가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아산시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인재육성반을 강행하는 복기왕 아산시장에 대한 반응은 찬반이 엇갈린다. 그러나 복 시장 스스로 자신의 교육철학과 상충되는 교육정책을 펴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 주목된다.

복 시장은 도시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아산시 인재육성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 시장은 반대 목소리가 적다고 했지만 과연 그럴까.

이기애 의원은 “내가 생각하는 도시경쟁력은 시민들이 차별받지 않고 다수에게 희망을 주는 도시라고 느낄 때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라며 “다른 분야도 아니고 교육정책을 시민의 목소리는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도시에서 도시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되물었다.

이 의원은 “아산시 중·고등학교 학생수는 1만7201명이다. 이들 중 인재육성반 200명은 전체 학생수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 1만7001명은 인재가 아니라는 말인가. 복기왕 시장은 이제라도 인재육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더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와 달리 복기왕 시장은 “향후 교육관계자와 협의를 통해 중학교 2학년까지 대상을 확대해 우수인재의 저변을 확보할 것”이라며 “아산지역 학생들의 학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와 최적의 교육계획안을 마련해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오히려 인재육성반 운영범위를 확대할 계획을 밝혀 지역사회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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