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포도농사 25년만에 최악이었답니다. 날씨가 어땠는지 생각해 보세요. 포도봉지 씌울 때부터, 열매가 한창 익어야 할 7~8월까지 내내 비가 내리지 않았나요? 과일이 이만큼 익어준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아산시의 대표 농특산물인 포도재배가 마무리되고 있다. 탕정면 용두리에서 25년째 포도농사를 지어 왔다는 홍성점(50)씨가 올해 마지막으로 수확한 포도를 탕정면과 염치읍 경계지점인 직판장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에 따르면 올해는 포도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마다 비가 내렸다고 한다.
그러더니 포도가 검은 빛으로 변하는 착색시기에 단 하루도 햇볕을 보지 못했다. 일조량이 부족해 탄저병과 곰팡이병이 찾아와 평년의 60% 수준으로 수확량을 떨어뜨렸다.
그러더니 수확이 시작될 8월 둘째 주부터는 3주 내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 이 때 하루나 이틀 정도는 비가 와줘야 포도 알이 탱글탱글한 맛이 살아나는데 육질의 탄력마저 떨어지는 악재가 겹쳤다.
결국 상품성 없는 포도송이를 모두 제거하고 나니 수확량이 예년의 절반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다행히 수확 막바지 날씨는 한낮의 일조량이 넉넉해 포도 맛은 더 없이 달고 향기롭게 되살아났다.
“이상기후 때문에 이제 더 이상 노지포도는 재배하기 힘들어 졌어요. 내년부터는 비가림 시설도 갖추고 하우스 포도를 하려고 해요. 시설투자를 해야 하지만 날씨 영향을 덜 받고, 더 좋은 품질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녀는 탕정면과 염치읍 경계에서 직판장을 운영하고 있다. 25년간 이 자리를 지켜왔지만 올해는 유난히 지루하고 힘겨웠다.
“모든 농산물은 싸면 싼 대로, 비싸면 비싼 대로 농민들이 고통 받는 겁니다. 농산물이 싸면 농민들이 제 값을 못 받는 것이고, 비싸면 많은 농민들이 농사를 망쳤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 농민들이 이만큼도 버텨주지 않고 수입농산물에만 의존한다면 남의 손에 생명산업을 맡기는 꼴이 될 겁니다.”
천안시에서 아산시를 연결하는 탕정면 도로변에는 당도와 향기가 최고조에 오른 올해 마지막 재배한 포도가 판매되고 있다. 일주일 후에는 하나 둘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