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그린코아는 분양승인은 물론 준공검사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상담 등 사전영업행위를 실시해 아산시가 형사고발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년간 공사가 중단된 채 흉물로 방치돼 왔던 아산 배방읍 초원임대아파트가 ㈜삼정기업에 낙찰된 이후 공사를 재개해 ‘삼정그린코아’라는 이름으로 97%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과 절차를 무시한 삼정측의 무리한 영업행위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삼정측은 거리 곳곳에 ‘9월 분양’ 이라는 현수막과 전단지 홍보를 해왔다. 또 이 과정에서 3.3㎥당 분양가 400만원대 라는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하며,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켜 왔다.

이에 아산시 주택과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분양가심의위원회도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가를 언급한 점과 준공도 되지 않은 공사 중인 아파트의 분양시점을 9월로 못 박아 홍보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정그린코아는 지난 9월29일(목)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대대적인 아파트 시설 공개행사를 강행했다. 부산시에 본사를 둔 삼정기업은 부산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부산지역 정·재계 인사를 대거 초청해 아파트 개장행사를 실시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복기왕 아산시장과 조기행 아산시의회 의장, 시의원 등 아산지역 인사들도 상당수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기왕 시장은 다른 일정상 참석하지 못했지만 조기행 의장, 심상복 의원, 안장헌 의원, 윤재성 배방읍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정기업은 아산시의 시정명령에 자신들의 행사가 위법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당당하게 강행하고 있다. 게다가 아산시 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아산시장과 아산시의회 의장까지 버젓이 초청하는 배짱을 보였다.

아산시 행정조치 수차례 무시…형사고발 방침

삼정그린코아에서 분양상담에 활용하고 있는 인근 아파트 가격과 비교한 분양가 시세. 아산시는 분양가심의위원회도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가를 예측해 설명하는 행위도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9월29일 이른 시각부터 삼정그린코아 아파트 현장에는 지역주민을 비롯한 부동산업자, 임대사업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현장에는 분양상담소까지 차려져, 이곳을 찾은 시민들과 임대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즉석에서 사업설명까지 하며 북새통을 이뤘다. 분양상담을 받기 위해서 번호표를 뽑은 시민들은 30분~1시간까지 대기하는 상황이었다.

사업자측은 분양상담 과정에서 3.3㎡당 400만원대 초반의 분양가를 제시하며, 인근 임대아파트나 일반분양아파트 시세와 상세히 비교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산시에서는 이날 오후에 분양가심의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에 삼정측의 이러한 행위는 불법이었다. 특히 사용검사도 나지 않은 공사중인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부인사를 초청해 시설공개행사를 실시하고, 전시주택을 개방한 것은 법을 무시한 심각한 위법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아산시는 즉각 시설공개를 중단할 것과 시정을 명령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9월30일, 10월1일에도 이들의 시설공개와 분양상담은 계속됐다.

이에 아산시 주택과 진길만 과장은 “지금까지 삼정그린코아측에 수차례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사법당국에 형사고발을 준비하고 있으며, 준비되는 대로 고발조치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삼정기업은 아산시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서도 요지부동이다.

3.3㎡당 분양가, 416만원·444만원

삼정그린코아 분양희망자들이 삼정기업에서 제공하는 투자설명에 대해 모니터를 보며 열심히 경청하고 있다.

지난 9월29일 실시한 분양가심의위원회에서는 삼정측의 분양가 결정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이날 분양가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금액은 상한가 6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정측에서 제시한 ㎡당 400만원대 금액과는 한참 동떨어진 의미 없는 수치다. 또 삼정측에서 제시한 3.3㎡당 400만원대 금액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의제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절차상 아산시장의 최종 결재만 남은 셈이다.

삼정그린코아는 자신들이 제시한 38.49㎡(15평형)는 평당 416만원, 47.67㎡(19평형)는 평당 444만원에 복기왕 아산시장의 최종 사인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현재 삼정기업에서 제시한 분양가가 최종 승인되면 아파트 분양가만 1422억6432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상가분양대금까지 더하면 훨씬 더 큰 금액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삼정기업에서 271억원에 낙찰 받아 얼마의 추가 공사비가 소요됐는지는 모르지만 적지 않은 수익이 남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14년 무단방치 됐던 아파트, 보다 철저한 안전점검 거쳐야

삼정그린타운은 아산시 배방읍에 14년간 공사가 중단된채 공정률 80%에서 방치됐던 초원임대아파트를 271억원에 낙찰받으며 시작해 보다 철저한 안전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80% 공정률에서 공사가 중단된 초원아파트를 낙찰 받은 삼정그린코아가 준공검사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시설을 불법 개방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아산시의회 안장헌 의원은 지난 14년간 공정률 80%에서 무단방치 됐던 기간 동안 관리가 전혀 안된 점을 들며 향후 건물의 하자를 비롯한 각종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우려했다.

안 의원은 “14년간 방치됐던 건물이다. 새로 외장공사를 하고 페인트칠을 했기 때문에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앞으로 예상치 못한 하자가 발생할지 모르니 준공검사 과정에서 꼼꼼한 안전점검은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당기간 무단 방치 된 부분에 대한 감가상각과 앞으로 건축물의 예상되는 수명을 고려해 분양가가 적정수준으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인접한 H아파트는 ㎡당 300만원대인 점도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정기업, 분양일정 왜 서두르나?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삼정그린코아를 찾는 인파가 늘고 있다.

삼정기업은 공사가 끝나지도 않은 아파트에 불법으로 시설공개 행사까지 강행하며 분양일정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삼정기업측은 아산시의 조속한 준공검사와 분양승인을 받기위해 지역의 여론 몰이 등을 통해 다각도로 촉구하는 분위기다. 지난 9월29일은 부산지역 정재계 인사는 물론 아산시장, 아산시의회 의장, 아산시의원 등을 초청해 자신들의 불법 행사에 동원하는 무리수까지 감행했다.

아산시 주택과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심지어 당일 저녁에 사실 확인을 위해 현장을 다녀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삼정기업과 아산시 관계자와 불미스런 언행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정그린코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아산시민들의 높은 관심으로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있다”며 “9월29일 시설물을 개방한 이후 계속적으로 시민들이 몰려들고 있어 시설물 개방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아직 준공검사도 떨어지지 않은 공사 중인 건축물을 개방한 이유, 아산시의 형사고발에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분양일정을 왜 그렇게 서두르는지’ 묻자 “다시 연락 주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삼정그린코아측에 재차 답변을 요구했으나 더 이상 연락은 없었다.

1998년 공정률 80% 공사중단→2010년 271억원 낙찰

초원아파트는 1998년 외환위기로 공정률 80%에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22층 높이에 총 6개 동 2156가구로 아파트 부지 면적은 3만4800㎡, 연면적은 14만9000㎡ 규모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과 아산시에 따르면 2010년 6월8일 초원아파트는 법원 경매에서 271억1100만원의 가격으로 삼정기업에 낙찰됐다.

2006년 7월10일 강제경매 개시 결정 후 2007년 11월20일 1213억8180만원에 첫 경매가 시작된 후 다섯 차례의 유찰을 거친 뒤 2010년 6월8일 여섯 번째 경매에서 첫 감정가의 22%인 271억1100만원까지 떨어진 것이다.

당시 부동산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아파트 단지는 최초 경매가의 49% 수준에서 낙찰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해 22% 수준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었다. 당시 아파트가 완공되면 분양 전환이 가능하고 KTX천안아산역, 수도권전철, 인근대학, 삼성반도체 등 외부 유입인구가 많아 분양조건이 양호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지난 9월29일 아파트 시설이 공개되자 수많은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