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탕정산업단지가 조성되며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삶의 터전을 내줘야 했던 이주민 66명이 하나로 뭉쳐 공동건축단지인 ‘블루크리스탈 빌리지’를 착공하기 위해, 지난 22일 8년만에 감격의 첫 삽을 떴다.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포도농사를 지으며 살던 평범한 농촌이던 탕정면 명암마을이 세계 최대의 첨단 산업단지로 탈바꿈했다.
삼성전자 LCD, 삼성코닝정밀소재,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460여 만㎡에 이르는 ‘삼성디스플레이시티’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첨단도시를 탄생시키기 위해 원주민들은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삶의 터전을 내줘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까지 있었던 대한민국의 흔한 이주단지 원주민들이 간직한 뼈아픈 사연과는 조금 달랐다. 각종 도시개발사업 이면에는 원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이 다반사였지만 이들은 끝까지 함께하며 마을공동체를 지켰다.
삼성에게 농사짓던 땅은 내줬지만, 삼성측과 협의를 통해 원주민들이 앞으로 경제적으로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협조를 이끌어 냈다.
붕괴되는 마을을 바라보며, 새로운 꿈을 설계하다
|
탕정산업단지 이주민들이 새로운 보금자리인 블루크리스탈빌리지 착공에 앞서 무사완공을 기원하는 축문을 낭독하고 있다. |
전국적으로 도시개발이 이뤄지는 어느 곳을 가 봐도 원주민 재정착률은 10%를 넘기 힘들다고 한다. 그 이유는 원주민들에게 주어지는 이주단지나 분양 우선권이 대부분 자본가의 손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상당수 원주민들은 토지나 주택을 수용당하며 보상받은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토지나 주택의 보상가는 개발 이전보다 높게 책정된다 하더라도 인근 지역의 부동산 시세는 그보다 훨씬 더 올라 마을을 떠나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업서는 구조다.
또 이들은 개발에 따른 이주자 택지를 제공 받더라도 건축물을 지을 여력이 없어 결국 자본가들에게 어느 정도 웃돈을 얹어 받고 내주기 일쑤다.
그러나 명암리 주민 66명은 무너지는 마을공동체를 바라보며 새로운 꿈을 설계했다. 누구도 마을을 떠나지 않아도 되도록, 새로운 마을을 공동으로 건축한다는 공동목표를 세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품마을
|
농사짓던 땅과 보금자리를 내준 명암마을 주민 66명은 공동으로 명품마을을 설계해 마을공동체도 지키며, 생기 넘치는 자족마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블루크리스탈 조감도) |
명암마을주민 66명은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 조합을 결성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품 마을을 함께 만들자는데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살게 될 마을의 미래 모습을 함께 그렸다. 이렇게 탄생한 마을이름이 ‘블루크리스탈 빌리지’다.
블루크리스탈은 각자가 개별적으로 짓는 건축물이 아니다. 마을 전체를 설계하고, 집 한 채 한 채 마을 전체 풍경과 어울리도록 개성 살려 건축될 예정이다. 66개의 퍼즐조각을 맞춰 ‘블루크리스탈 빌리지’가 탄생되는 것이다.
‘블루크리스탈 빌리지는’ 이주자택지 66필지, 생활대책용지 5필지로 총 71필지 2만여㎡의 대지 위에 이국적인 모습으로 탄생될 예정이다.
이 마을은 전국 최초로 첨산단업단지개발과 이주민의 상생적 개발모델을 제시한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마을 자체가 삼성디스플레이시티의 독점적인 배후상권을 형성하게 될 자족형 문화테마거리로 조성된다.
탕정산업 이상만 대표는 “탕정의 미래는 삼성의 핵심산업단지로 발전하게 될 것이고, 그 발전에 걸맞는 인구가 계속적으로 유입될 예정이다. 그런데 현재 삼성 근로자들을 위한 병·의원, 이·미용, 학원, 문화, 쇼핑, 오락, 먹거리 등을 제공할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그 역할을 원주민 이주자택지에서 하도록 한 것이다. 삼성에게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내준 원주민들이 삼성을 새로운 삶을 위한 미래의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블루크리스탈 빌리지’ 감격의 첫 삽
|
지난 9월22일 탕정산업단지 이주민들은 ‘블루크리스탈 빌리지’ 착공을 위한 감격의 첫 삽을 뜨며 눈시울을 붉혔다. |
지난 9월22일(목) 탕정산업단지 이주민들은 ‘블루크리스탈 빌리지’ 착공을 위한 감격의 첫 삽을 뜨며 눈시울을 붉혔다.
개발초기 이곳 원주민들은 재정착발전위원회를 조직해 삼성과 수없는 갈등과 대립을 거쳐 협조와 상생관계로 변화시키며 ‘탕정산업’을 탄생시켰다.
탕정산업단지 이주자조합 김환일 총무이사는 “자본과 정치권력, 산업화로 마을공동체를 붕괴시켰지만 이웃과 함께 살겠다는 주민들의 열의만큼은 꺾지 못했다”며 “그동안 수 없는 난관과 싸우며 지켜낸 새 보금자리가 우리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기 시의원은 “지난 8년간 고통을 감내하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해 준 주민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앞으로 어떤 형태의 개발이든 사업에 앞서 원주민들의 주거와 생계대책을 먼저 해결하고 난 다음에 진행하는 선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단지개발 이덕화 그룹장은 “삼성이 탕정면 140만평에 자리잡아 안정적인 조업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준 주민들께 감사드린다. 지역에 거주하는 4000가구의 삼성직원들은 그동안 인근도시인 천안에서 소비활동을 하면서 이주자단지의 준공을 학수고대해 왔다. 앞으로 블루크리스탈빌리지가 완성되면 탕정주민들과 이웃으로 상생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블루크리스탈빌리지는 ▷파르테논(패션·테라스카페) ▷산토리니(식음·엔터테인먼트) ▷프로방스(뷰티·헬스존) ▷모던(웨딩·뷔페존) 등 4개 블록의 특화거리로 조성해 2012년 5월 준공될 예정이다.
명암마을 원주민들은 삼성에게 농사짓던 땅은 내줬지만 삼성의 인적자원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