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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주중학교 학생들은 등교시간에 학습권을 요구하며 학교가 아닌 동화기업을 먼저 찾았다. |
9월16일(금) 오전 8시 인주중학교(교장 김용환) 학생회 임원을 비롯한 60여 명의 학생들은 학교가 아닌 학교와 인접한 동화기업 아산공장으로 향했다.
대형 현수막을 앞세운 행렬과 피켓을 든 어린 학생들은 결연한 의지까지 보이고 있었다. 이 지역과 사회가 학생들을 보호해 주지 못해 본인들이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한다.
일부 학생들은 공장 앞에서 대형 현수막을 펼쳤고, 나머지 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인주중학교와 인접한 동화기업 공장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이 침묵시위를 벌이는 동안에도 목재를 가득 실은 대형 화물차가 공장을 오가며 학생들의 대열을 위협했다.
화물차는 일반 승용차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몇 배 더 크고 요란한 경적을 학생시위대를 향해 울려대기도 했다. 어린 학생들이 경적소리에 놀라 움찔하며 화물차에게 힘없이 길을 열어 주었다. 집회는 자유지만 업무에 방해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법의 으름장도 학생 시위대를 위협하는데 한몫했다.
공장은 이미 학교와 나란히 자리잡는데 필요한 각종 인허가 과정을 거쳤다. 또 공장 굴뚝에서 배출되는 각종 유해환경 물질들도 법적 기준치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공장과 인접한 주민들과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지옥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동화기업 아산공장은 또다시 증축계획을 밝혔다. 현재 가동되는 94톤의 소각시설을 350톤으로 증설한다는 것이다. 이에 학생과 학부모, 주민들은 ‘결사반대’를 외치며 저항하고 있다.
“악취·두통 없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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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기업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는 학생들. |
“우리는 창문을 활짝 열고 수업 받고 싶어요. 환경과 지역공동체를 파괴시키는 유해공장은 인주 땅을 제발 떠나 주세요.”
이날 학생들이 동화기업 아산공장에서 시위를 벌인 이유는 매연과 악취로 수년째 예체능 교과의 야외수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예체능뿐만 아니라 교실에서 진행하는 일반 수업시간에도 아무리 실내 공기가 혼탁해도 창문을 열고 환기조차 시킬 수 없었다고 한다.
특히 동화기업에서 흘러나오는 악취와 분진이 심한 날은 메스꺼움과 두통, 구토를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하는 등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점심시간 마저도 악취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한다.
인주중학교 학생회장 오제은 양은 “점심시간에는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교실을 나와서 식당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이때는 모든 학생이 직접 공장에서 나온 악취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일부 비위가 약한 학생들은 점심식사도 못한 채 구토를 한다. 또 대부분 학생들도 식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지옥같은 고통으로부터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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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동장 앞에 걸린 동화기업 소각장증설 반대 현수막. 학생들은 악취 때문에 청명한 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에서 뛰어놀지도 못하고, 수업시간에 교실창문도 열지도 못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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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 때문에 학생들의 발길이 끊긴 인주중학교 운동장에는 잡초군락이 확산되고 있다. |
인주중 이진형(50·영어) 교사는 “학생들은 자유롭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수업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동화기업이 있는 한 실내 공기가 아무리 혼탁해도 교실 문을 열 수가 없다.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기에 학생들은 계절의 변화조차도 느끼지 못한채 에어컨과 공기청정기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심지어 체육시간에도 야외수업이 불가능해 이 맑은 가을 날씨에도 실내체육관만을 이용해야 한다. 법적 하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회가 어린학생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시에서도 아무도 학생들의 고통을 해결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직접 피켓을 들고 공장을 이전하라며 교실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인주중학교에 설치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는 학생들이 악취와 두통을 호소하자 동화기업에서 제공한 것이다.
동화기업, 기존 소각시설 94톤 폐쇄 후 350톤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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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기업은 기존 일일 처리능력 94톤의 소각시설을 폐쇄한 후 350톤 규모의 친환경시설을 신축할 계획이라며,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
동화기업㈜ 아산공장은 아산시 인주면 문방1리 9만4878㎡ 부지에 위치한 기업으로 국내산 간벌목과 제재부산물을 활용해 합판 등 목질판상재를 생산하는 전문기업이다.
이들은 최근 기존 이용하던 일일 94톤 규모의 소각시설(바이오매스 열회수 시설)을 폐기하고 12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새롭게 일일 350톤 규모의 소각시설을 신축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절차상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공람장소에 비치하고, 공장 내에서 사업설명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이 사업계획에서 밝힌 일일 처리능력 350톤은 아산시 배미동에 신설한 소각장에서 하루에 처리하는 180톤의 2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배미동 소각장은 일일 처리능력이 200톤 규모로 만들어졌다.
현재 동화기업에서 가동하는 소각장은 폐자재와 벙커C유를 함께 소각하고 있다. 이를 전량 폐목과 폐자재만 사용하도록 하는 시설로 전환하고, 규모를 350톤으로 늘리겠다는 것이 동화기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민들은 소각시설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폐목의 압착제조과정에서 발생되는 각종 유해물질로 인한 악취라고 주장한다.
제조시설에서 나오는 악취는 흐린날이나 바람이 전혀 없는 날에는 대기중으로 흩어지지 않고 공장 인근지역에 낮게 깔리며 인접한 학생과 주민들에게 더욱 큰 고통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화기업 아산공장의 한 관계자는 “생산공정에서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 등 새집증후군에 나타나는 유해물질이 환경기준치 이하로 미량 발생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한 보강이 필요하다면 보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민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각종 의문점들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시설보강을 비롯한 주민들의 요구사항도 적극 수렴해 원만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업설명회 무산, 학부모·지역주민 100여 명 반대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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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주중학교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이 동화기업에서 뿜어져나오는 악취와 고통을 호소하며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
9월16일 오전10시 동화기업 아산공장에서는 소각시설(바이오매스 열회수 시설) 추진사업을 위한 ‘주민공고 및 주민설명회’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와 주민들은 ‘결사반대’를 외치며 공장 앞에서 설명회를 무산시키는 집회를 가졌다. 이날 인주면 곳곳에는 ‘환경파괴, 농업파괴, 지역파괴 하는 동화기업은 인주땅을 떠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그리고 인주지역발전위원회, 인주면이장단협의회, 인주중학교총동문회, 인주면자치위원회, 인주중학교운영위원회 등을 주축으로 구성된 ‘동화기업 아산공장 소각시설 증설 반대 주민대책위원회’는 1만 인주주민들의 이름으로 결의문을 낭독하며 ‘동화기업의 이전’을 촉구했다.
“학교의 붕괴는 지역공동체의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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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주면 주민들은 인주중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공동체가 심각한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며 동화기업의 이전을 주장했다. |
“지난 20여 년간 인주지역 주민과 학생들은 공해 속에서 살았다. 우리 아이들을 더 이상 매연과 악취 속에 방치할 수 없다.”
현재 인주중학교 악취문제가 지역사회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집회현장에서 만난 몇몇 주민들은 자녀가 메스꺼움과 두통이 심각해 학기 중 아산 시내권으로 학교를 전학시켰다고 말했다. 또 인주중학교로 진학시켜야 하는 인주지역 초등학교 졸업반의 몇몇 학부모들도 불안감 때문에 시내권으로 전학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민(47·문방1리) 인주중학교운영위원장은 “소각시설을 94톤에서 350톤으로 증설한다는 계획은 공장을 더 증설하겠다는 계획이 포석에 깔려 있다. 지금도 악취, 두통, 소음, 분진 등으로 고통스러운데 앞으로 시설이 증설되면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확실한 상관관계는 모르겠지만 최근들어 지역주민들에게 암환자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한 역학조사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재길 공동대책위원장은 “인주면은 조상 대대로 농업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며 아산시 최대의 곡창지대다. 그런데 기업체 하나로 인해 지역의 교육과 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학교가 불안에 떨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공동체가 심각한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과 인근 주민들이 매일 악취로 인한 두통, 메스꺼움, 구토 등 고충을 겪고 있는데도 관계당국은 법적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뒷짐만 짓고 있어 이번 사태의 해결은 더욱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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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를 한가득 실은 대형 화물차가 동화기업 공장증설 반대현수막이 걸린 공장 진입로로 들어서며 요란한 경적과 진동, 분진을 일으키며 공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