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철 기(탕정초등학교 축구교실 감독)
“네, 탕정축구 엔트리 넘버가 발표됐습니다. 모두 기뻐해...”
말이 끝나기전 주위를 둘러보니, 탕정초등학교 운동장에 축구를 구경하는 사람은 한두명에 불과했다. 운동장안에 어린 선수 열댓명이 열심히 운동장에서 뛰고 있을뿐 흔한 응원가 한곡 없다.
월드컵같이 요란스런 호각소리도, 응원도 없다. 다만 미래의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다는 야무진 꿈만 풀풀나는 운동장 먼저처럼 피어오를 뿐이다.
이 야무진 꿈에 조철기(38·탕정 호산리)씨가 동참했다. 그것도 열댓명의 축구지도자가 되겠다며 지난달부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무일푼 무료지도지만 땀방울 하나에 맺힌 값이 크다”며 조철기 감독은 어린 선수와 같이 뛰고 같이 운동장을 뒹굴고 있다.
조 감독이 탕정어린이 축구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당장 시행하지 않는 관심은 쓸모가 없는 것.
지난 4월부터 서둘러 지역인사들의 관심을 얻으며 축구교실 열기에 박차를 가했다. 월드컵 붐과 함께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아이들도 많이 모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아직도 축구보다는 공부나 어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은 탓에 선수들 모집은 힘들었다.
겨우 11명을 넘기고 25명의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주전선수, 2진 선수 구분도 없이 모두 아동들이 주전이 되어 열심히 달리고 있다. 두패로 갈라 열심히 게임을 벌일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조 감독은 오후 3시30분이면 영업을 중단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축구교실을 찾는다.
김상문 코치(전 대우프로축구선수)의 구령과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연습하는 어린이들과 어울리다 보면 어느새 날이 저문다.
‘살림하기도 빠듯한데 축구교실이라니’하며 곱지 않은 눈의 아내도 한달새 마음이 변했다. 건강하게 열심히 산다는 게 중요하지로 말이다.
“축구 꿈나무를 육성한다는 마음하나로 축구교실을 마련했습니다. 아산 최초지요. 자율적인 모임이다 보니 아이들 부모가 데려가면 그만이고 이렇다할 지원도 없습니다. 그러나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라며 조 감독은 웃음 짓는다.
한때 그는 시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다. 그말 한마디에 탕정사회복리회와 자율방범대 사무장을 지낸 이력까지 낯뜨겁게 생각됐다.
그저 아이들을 위해 함께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이 마음을 몰라주는 몇몇 잘못된 시선들이 여름 햇볕보다 뒤통수를 따갑게 했다.
축구는 개인기도 중요하지만 단체적인 협력도 중요하다. 탕정의 조그만 학교지만 노력이라는 큰 개인기를 가졌다. 여기에 지역주민의 관심과 사랑이라는 단체의 힘이 모아진다면 탕정면 안에 브라질의 호나우도나 프랑스의 지단 같은 선수가 나오지 말란 법을 없을 터.
조철기 감독은 “매일 뛰다 보니 안 뛰면 심심하고 아무것도 안 한 것 같다”며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도 같이 참여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펼친다.
동네 아이들이지만 벌써부터 실력을 과시하는 아이들도 많다. 한두명이 열성을 보이면 나머지 아이들도 언제 꾀를 부렸냐는 듯이 운동장을 열심히 뛴다.
이들이 지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감독의 역할. 아이들보다 먼저 지칠 때도 있지만 조 감독에게는 꿈이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 운동장이 빨리 푸른 잔디로 변했으면, 아이들이 자라 국가를 대표하는 청년으로 자라기를..
오늘도 그 꿈을 향해 2백미터 트랙의 운동장을 조철기 감독과 김상문 코치는 학생들과 함께 열심히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