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기행 의장이 지난 6월30일 아산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불특정 시민단체를 향해 “싸가지 없다”고 발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
아산시의회 조기행 의장의 ‘싸가지’ 발언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조기행(자유선진당) 의장이 시정질문 마지막 날인 지난 6월30일(목) 오전 시장, 공무원, 방청석, 기자석을 향해 강한 불만을 분출시키는 발언을 했다. 이 과정에서 불특정 시민단체를 향해 ‘싸가지 없다’는 말까지 써가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조 의장은 “친환경무상급식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제대로 준비해서 하자는 것이다. 대한민국 어느 사람이 좋은 식자재를 어린이에게 무상으로 주겠다는데 싫다는 사람 있겠는가. 그런 것이 마치 편을 짜서 한 쪽은 반대하는 것처럼, 한쪽은 찬성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러다 점차 발언수위가 올라가 “오늘 아침 밖에서 어느 신부를 만났는데 왜 친환경급식센터 운영을 않느냐는 말에 너무 답답해서 쌍욕까지 했다. 여기 방청석에도 시민단체가 와있는지 모르지만 사사건건 알지도 못하면서 의회의 일에 간섭하는 싸가지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의원들도 농사꾼이다. 시장만큼 알고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거친 말을 쏟아 부었다.
뿐만 아니라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언론이 마치 (친환경무상급식을) 한쪽은 추진하고 한쪽은 반대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과정에 대해서도 내용을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보도해 달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지난 1일 아산시민모임의 공개사과 요구에 이어 안장헌(민주당) 시의원은 5분발언을 통해 의회의 품격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아산시민모임, “의장은 공개 사과하라”
조기행 의장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아산시민모임은 7월1일(금)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조기행 의장의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아산시민모임은 성명을 통해 “시정질의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시민단체를 싸가지 없다는 비어를 써가며 비난한 것에 분노를 넘어 우리의회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부끄럽기까지 했다”며 “‘싸가지 없다’의 사전적 의미는 ‘버릇이 없다’는 말이다. 시민단체가 의회에 대해 버릇없이 행동한 적이 있는지 조기행 의장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아산시민모임은 이어 “최근 시민단체가 아산시 주민참여 예산제 조례안과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해 의견을 제출한 것에 대한 불만으로 보이는데, 조기행 의장이야 말로 시민단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비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산시민모임은 “참여예산제와 관련해 지역의 시민단체는 1998년부터 아산시장 판공비 분석을 비롯해 아산시 예산을 분석해서 아산시와 아산시 의회에 제안해 많은 낭비성 예산에 대해 공론화를 통해 줄이는 역할을 해 왔다고 자부한다. 또 2007년부터 시민단체 주관으로 참여예산학교를 운영해 왔으며, 참여예산제를 시행하는 전국 지자체에 대한 연구사업과 함께 참여예산 조례 제정 운동을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또 “학교급식도 지역 시민단체들은 2004년에 아산시 최초로 주민 5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발의로 학교급식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이후 충남에서 최초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쌀을 학교급식으로 100% 공급하는데도 시민단체의 역할이 컸다”며 “지역 시민단체들은 참여예산제와 학교급식에 대해 올해 갑자기 주장 한 것이 아니고 10여년 동안 꾸준하게 연구하고,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해 왔는데, 도대체 시민단체가 알지도 못하면서 싸가지 없게 행동하는 것이 무엇인가”되물었다.
아산시민모임 김지훈 사무국장은 “아산시의회야 말로 지금의 모습이 시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의회 역사상 지금처럼 당파적 입장으로 의회가 갈라져서 대립한적이 있으며, 행정부와 의회간의 갈등으로 시정질의에 대한 방식조차도 불협화음을 일으킨 적이 있는가. 이런 의회의 모습에 아산시의회 의장의 책임도 있다. 의장은 아산시 의회 내부와 행정부의 갈등을 중재하고, 조절해야 하는 역할임에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아산시 의회의 모습이 시민단체를 폄하할만한 입장인지 오히려 묻고 싶다”며 “조기행 의장의 발언은 아산시 의회의 수장으로 품위를 잃었다. 조기행 의장은 지금이라도 시민단체의 명예를 훼손한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안장헌 의원이 조기행 의장의 ‘싸가지 없다’는 발언에 대해 의회의 품격을 떨어뜨린 행위라며 5분 발언을 통해 비판했다. |
안장헌 의원, “의장의 표현 의회 품격 떨어뜨렸다”
안장헌 의원은 지난 7월1일(금) 아산시의회 본회의장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친환경무상급식 안건 미상정과 조기행 의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안 의원은 “최근 서울시에서는 친환경무상급식과 관련된 주민투표가 준비 중이다.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질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가지고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는데, 아산에서는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지난주 발표된 민선5기 시민 여론조사에서도 친환경 무상급식은 80%가 넘는 찬성을 보였다. 많은 시민들이 아이들이 학교에서 건강한 밥을 먹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총무복지위원회의 급식조례 안건 미상정은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작년 11월 의원발의로 제안된 학교급식조례가 몇 개월째 잠자고 있는 것은 집행부뿐만 아니라 의회의 잘못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친환경 무상급식의 조속한 시행과 철저한 사업 준비를 원하는 의원들은 적극적으로 행동(총무복지위원회 회의장 점거)했다. 의회 개원 20년사에 초유의 사태에 대해 시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드린 점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중요한 것은 시 집행부와 의회의 관계가 아니다. 28만 시민이고 우리 아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장은 6월22일 의원들 간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은 의장의 평소 지론과도 맞지 않으며 지명된 몇몇 의원들의 자존심을 무너트리는 처사”라며 “다행히도 의장의 개인적인 유감표명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의원 각자가 서로의 생각차이를 인정하고 정책적 토론을 보장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의장이 시민단체에게 ‘싸가지 없는’ 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의회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문제다. 집행부에서도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에 대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의회에서 합의한 대로 빠른 시일 내에 급식조례가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
시정질문 이후 조기행 의장은 “부적절한 발언은 사과한다. 그러나 의회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비난을 감수하며 한 말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
조기행 의장, “갈등과 분열 소통과 화합으로 풀어가려 했는데…”
“아산시의회는 ‘시민의 것’이다. 아산시의회 의원들은 시민들이 고용한 일꾼으로 시민들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그리고 아산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과 분열을 소통과 화합으로 풀어갈 것이다.”
1년 전 아산시의회 조기행 의장이 제6대 전반기의장 당선소감으로 했던 말이다. 그러나 최근 ‘싸가지 없다’는 발언과 함께 시민단체와 날선 대립각을 세워 그 배경이 주목된다.
조기행 의장은 “의장 임기 이제 1년 지났는데 모든 것이 너무 뜻과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의회가 잘 화합해 시민의 대변자로, 집행부와는 건강한 견제 속에서 균형잡힌 파트너로 아산시 발전을 위해 일하려는 생각은 조금도 변함이 없는데, 의회 안팎의 상황이 너무 달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의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단 하루도 편치 않았다는 조기행 의장은 6월30일 시정질문 공식 석상에서 시민단체를 향해 ‘싸가지 없다’는 부적절한 발언까지 했다. 이날 시정질문 일정을 마치고 조 의장은 “발언 도중 갑자기 너무 흥분해서 부적절한 발언이 튀어 나와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진실을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 의장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얼마든지 감수하겠다. 그렇지만 이번 친환경무상급식에 대한 의회의 입장이 정확히 무엇인지 단 한명에게라도 더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날 아침 조 의장은 의회에 등원하기 전 어느 신부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조 의장이 만난 그 신부는 아산시의회가 친환경무상급식 추진을 정략적으로 발목 잡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어 너무 황당했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이어 “친환경무상급식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를 정리하고 가자는 것이다. 또 사업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실패할 수 있다.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하고 가자는 얘기를 하는데, 집행부는 예산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며 일방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이것이 주먹구구식 행정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조 의장은 이어 “올해 초 집행부의 근무평가나 인사문제, 선심성 예산편성을 지적했을 때 민주당 의원들은 집단으로 반발하며 집행부 편들기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주민참여예산제도 제한된 정보제공과 여론몰이로 일방적인 사업추진을 강행하려 했는데 이 또한 정당했는가. 친환경무상급식에 대해서도 반대가 아닌 충분한 검토와 준비를 하고 가자는 의견이 과연 부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 얼마든지 생각과 관점이 다를 수 있는 사안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한 방향은 옳고 다른 한쪽은 잘못됐다는 식의 편견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화도 나누기 전에 툭하면 장외투쟁과 회의실 점거를 일삼는 행오?과연 옳은 것인가 답답하다”고 말했다.
조기행 의장은 “집행부에서 추진하는 모든 사업과 행정처리는 충분히 설명하고, 납득될 수 있어야 한다. 설명이 부족하고 납득되지 않는 사업을 의회가 무조건 승인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의회의 직무유기”라며 “선심성으로 제공되는 성과 없는 사업, 사업성 검토나 계획성 없이 투자되는 즉흥적이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사업, 특정단체 위주의 지원 사업 등에 대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의회의 견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화, 복지, 산업, 건설 등 아산시에서 추진하는 모든 사업이 시민을 위한 사업인지 먼저 들춰본 후 잘된 것은 적극 지원하고, 바로잡아야 할 사업은 과감하게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임기 후반기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