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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황해특구 추진, 개발독재와 뭐가 다른가"

안 지사-“충남발전 놓칠 수 없는 기회”…현지주민-“삶의 터전 송두리째 말살”

등록일 2011년07월0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 29일 아산시 인주면 주민자치센터에서 인주면 주민대표들과 3년째 표류중인 황해경제구역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희정(충남도지사)- “황해경제자유구역은 충남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도지사를 믿고 1년만 시간을 주면 사업 파트너를 물색해 이 자리에 데려 오겠다. 충남개발공사도 일정규모의 지분을 갖고 참여해서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 만일 1년 안에 사업자를 찾지 못하면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백지화 시키겠다. 충남의 미래를 위해서 인주지구 주민들이 합의해 달라.”

김택근(인주지구 걸매리 주민)- “어차피 황해경제자유구역에 포함된 주민들은 이 지역을 떠나야 한다. 내 나이 70이다. 평생 농사만 지어먹던 몸으로 어디 가서 뭘 해먹고 살 수 있겠는가. 토지라도 많아서 보상금을 넉넉하게 받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가겠지만 대부분 주민들은 그렇지 못하다. 여기서는 허름한 집 한 채도 내 집이고, 남의 땅을 얻어 농사를 짓더라도 밥은 먹고 산다. 절대로 반대다.”

3년째 표류중인 황해경제자유구역(황해특구)과 관련해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놨다.

안 지사는 지난 29일(수) 오후 3시30분 아산시 인주면 주민자치센터에서 인주면 주민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해경제구역은 충남이 세계로 뻗어나갈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미래 성장동력이며,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사업이라고 밝히며 주민들의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던 주민들은 사업계획의 즉각적인 철회와 지구해제를 요구했다. 황해특구 인주지구반대대책위원회 김금섭 위원장은 “황해특구 지구지정 이후 주민들은 부채상환을 위해 헐값에 땅을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더 심각한 것은 나무 한 그루 못 심고, 집 한 채 못 짓는 통제받는 생활이다. 막연하고 불투명한 사업계획에 주민의 삶을 더 이상 희생시킬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황해특구 394만평→189만평 축소 조정 제안

규모를 축소해 추진하려고 하는 황해경제자유구역 걸매리 문방리 지역은 녹색물결이 지평선을 이룰 정도로 광활한 아산시 최고의 곡창지대다.

주민과 대화에 앞서 황해경제자유구역청 채호규 개발본부장은 기존 사업계획에서 축소하게 될 규모와 위치, 새롭게 추진할 개발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LH가 사업포기를 선언한 이후 황해자유구역청은 경제자유구역의 취지를 살리고, 사업성과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고려해 처음 계획했던 394만평을 189만평으로 축소해 새로운 사업추진 방안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새롭게 조정된 사업지구는 바다와 맞닿은 인주면 걸매리와 문방리 일원으로 82%가 논이며 절대농지다. 또 걸매리와 문방리 사이에는 인주산업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황해경제자유구역은 2008년 4월25일 구역이 확정되고 같은 해 5월 개발계획 승인과 지정 고시된 이후 해당지역 주민들에 대한 행위제한에 들어갔다. 이어 사업시행자 선정을 위해 국내 50개 대기업과 9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의향을 조사한 결과 이듬해인 2009년 4월 LH(한국토지공사)가 사업제안서를 단독 제출해 5월 우선협상대상자로 LH를 선정했다.

이를 근거로 2009년 12월 충남도지사, LH사장, 황해경제자유구역청장이 개발계획이행 기본협약을 체결했지만 별다른 진척 없이 3년째 표류하다 2011년 4월 LH가 재무악화 등을 이유로 사업포기를 선언했다.

당초 황해경제자유구역은 충남도와 경기도가 함께 시행하는 사업으로, 충남도 당진군, 아산시, 서산시, 경기도 평택시와 화성시에 걸쳐 총 5개 지구 5505만㎡에 추진돼 왔다.

이 중 아산시 인주면은 1302만5000㎡(394만평)가 황해경제자유구역에 포함됐으며, 사업비는 1조3395억원 규모다. 황해경제자유구역에 포함된 인주지구 주민들은 798가구 1828명에 이른다.

사업은 총 3단계로 나눠 계획됐는데 1단계는 2013년 187만평, 2단계는 2019년 35만평, 3단계는 2025년 172만평을 개발해 주거(14.3%) 산업유통(17%) 상업업무(5.2%) 관광시설(16.6%) 공공시설(46.9%)로 조성한다는 방침이었다.

황해청 채호규 개발본부장은 “사업지구 축소안에 따라 사업지구에서 제외되는 지역은 지구지정을 해제해 주민재산권 제한을 최소화 하겠다”고 밝혔다.

안희정 도시자, “충남의 미래를 위해 협조해 달라”

안희정 도지사는 이날 황해경제자유구역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히고, 아산시 인주면 주민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있다.

안의정 도지사는 “전임 도지사가 추진하던 사업이고, 당장 사업전망도 없는데다 주민들이 반대까지 하고 있으니 포기해 버리면 가장 편리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이 죽어도 이 사업 못하겠다고 한다면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 전체의 이익을 따져야 하는 도지사 입장에서는 더 길게 봐서 어느 것이 충남의 이익인지 따지는 것이 임무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손을 털어버릴 수 없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어 “방금 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을 다녀왔다. 공장으로 진입하는 623지방도가 편도 1차선인데 이곳을 집채 만 한 트럭이 다니는 것을 보면 답답해 죽겠다. 이 모든 것이 공장의 개별입지로 인한 난개발 때문이다. 현재 천안, 아산, 서산, 당진 등 충남지역이 개별입지한 공장과 난개발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이로 인한 미래 도시개발 비용은 더 많이 들게 되고, 고스란히 충남의 부담이 될 것이다. 당장 눈앞의 곶감만을 찾지 말고 계획입지를 통해 산업단지를 개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당장 황해경제지구가 손 털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는 “이러한 고민 때문에 지난해 타당성이나 연구조사를 통해 일부 축소를 해서라도 개발 가능성이 있다면 추진해 볼까 하면서 오늘 여러분을 만나는 것이다. 당초 규모는 394만평으로 너무 덩치가 크다보니 아무도 나서는 사업자가 없고 LH마저도 포기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성 있게 구역을 조정하고, 면적도 줄이고, 충남에서도 지분참여를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계속 끌고 갈 수 있도록 부탁하려 한다. 인주지구 주민들이 충남의 미래위해 합의해 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며 주민들의 협조를 구했다.

안 지사는 또 “전국적으로 산업단지의 수요를 예측해 보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 결국 특화되지 않으면 안팔린다는 말이다. 황해지구는 2014년까지 사업추진이 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지구가 해제된다. 지구의 위치를 다를 곳으로 옮기면 어떨까도 검토해 봤는데 일반산업단지가 아닌 경제자유구역이기 때문에 그것도 불가능하다. 이곳이 일반산업단지라면 고민할 것도 없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에 가장 유리한 경제자유구역을 포기할 수 없는 도지사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반대대책위, “삶의 터전 무너진다"

아산시 인주면은 황해경제자유구역, 아산만조력댐건설 등 각종 개발사업계획 발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축소 조정되는 걸매리와 문방리는 82%가 논이다. 바다와 만나는 곳까지 지평선을 이루는 광활한 평원은 최근 초록물결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주민들이 직접 갯벌을 개간해 기름진 농토로 만든 간척지도 적지 않다.

충남도와 황해청이 지구를 축소하며 걸매리와 문방리를 끌고 가려는 가장 큰 이유는 땅값이 가장 저렴하고, 개발이 쉽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곳 주민들에게는 대를 이어온 유일한 경제활동 지역이며 삶의 터전이다.

인주지구 주민들은 이미 아산신도시 탕정지구의 장기화로 주민들이 겪은 고충을 목격했기 때문에 인주지구도 장기적인 행위제한에 묶일 것을 우려하며 황해경제구역의 전면해제를 요구해 왔다.

처음 계획됐던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완료시점은 지금부터 14년 후인 2025년이다. 사업이 장기화되면 행위제한으로 주민들의 재산상 피해는 탕정지구 못지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김금섭 대책위원장은 “황해특구 지정 이후부터 지구내 주민들은 집도 못짓고, 토지거래도 안되고, 나무 한 그루 심을 수 없는 통제를 받아왔다. LH도 사업포기를 선언한 마당에 당연히 백지화 될 줄 알았는데 축소안을 들고 찾아오면 주민설득이 되겠는가. 더 이상 주민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당장 지구지정을 해제해 달라”고 말했다. 

안희정 도시자가 주민과 대화에 앞서 황해경제자유구역 인주지구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재길 대책위 사무국장은 “식량 자급률 27%밖에 되지 않는 나라에서 우량농지를 없애고 산업단지를 만든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와 다른 시각으로 정책입안을 해왔던 안희정 도지사의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 도지사는 왜 식량주권을 위협하는 선택을 하려 하는가”물었다.

그는 또 “걸매리나 문방리 지역은 농사에 가장 적합한 땅이다. 그런데도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 보다는 당장 땅값이 싸고, 개발이 쉽다는 이유만으로 우량농지를 산업단지로 바꾼다는 발상은 경제 상식으로도 맞지 않다. 특히 주민들이 당장 삶의 터전을 잃게 생겼는데, 충남의 미래를 위해 내달라는 논리는 과거 개발독재 논리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용민 문방1리 이장은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자동차가 인주면에 들어왔지만 원주민들에게는 환경오염과 교통사고 위험만을 안겨줘 오히려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원주민들의 마지막 삶의 터전인 우량농토마저 내놓으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곳은 소작농민과 남의 터에 집짓고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려있다. 우리가 왜 누구를 위해서 삶터를 내줘야 하는가”물었다.

인주농협 조승형 조합장은 “인주농민들은 700~800억원의 부채가 있다. 땅을 처분해 빚을 갚으려 해도 황해특구 지정 이후 토지거래가 안 돼서 부채가 더욱 쌓이고 있다. 아무리 장밋빛으로 좋은 그림을 그린다 해도 당장 내가 망하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라고 말했다.

최상덕 이장단협의회장은 “도지사의 꿈같은 이야기에 인주주민은 굶어 죽는다. 부동산개발업자나 투기세력들은 황해특구를 환영하겠지만 주민들의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토지주들은 2013년 안에 ‘일괄보상’을 한다면 타협의 여지는 있다고 한다. 그러나 외지인 소유의 토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소작농민이나 고령농민들은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내줘야 하는 상황을 크게 두려워 하고 있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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