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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 벽면을 책장과 책으로 빼곡하게 장식한 선장우체국 신현채 국장이 요즘 책을 빌리러 찾아오는 고객들과 도서관리에 여념이 없다. |
“아이들 웃음소리와 글 읽는 소리는 그 어느 음악보다 듣기 좋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책 읽는 모습도 그 어느 풍경보다 아름답다. 우체국에 책을 수북이 쌓아둔 이유는 지역주민 누구나 찾아와 책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누구나 서들광문을 열고 들어오면 책을 만날 수 있고,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선장우체국 신현채(54) 국장이 우체국 한편에 작은 도서관을 마련했다. 평소 책을 좋아하던 신 국장은 우체국 한 편에 서재를 마련해 그동안 자신이 소장했던 책을 진열했다. 그리고 그 책을 지역주민들과 나누고 싶었다.
때마침 충청지방우정청에서 추진하는 테마우체국 조성사업에 선장우체국은 작은 도서관 설립을 테마로 정했다. 그리고 오랜 고민과 준비 끝에 ‘서들광문’이라는 작은도서관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아산시에서 지원하는 ‘작은 도서관’ 설립인가까지 받았다.
이상진 충청지방우정청장도 선도우체국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선장우체국을 3차례나 직접 방문해 300여 권의 도서와 도서책장을 기증하는 등 ‘서들광문’ 이라는 결실을 맺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서들광문’은 아산시 서쪽 들녘에 위치한 빛나는 문이라는 뜻이다. 선장초등학교와 선도중학교에서 발행하는 교지 이름도 ‘서들광문’이다. 그래서 ‘서들광문’은 이곳 학생이나 주민들과 매우 친숙한 이름이다.
전형적인 농촌지역인 선장면은 언제나 문화의 사각지대였다. 선장초등학교에 도서관이 있지만 일반인들이 이용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서들광문의 탄생은 그만큼 특별하다.
지역 사랑방역할 톡톡…어린이용 전문도서 별도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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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채 국장은 서들광문을 찾는 가장 큰 고객이 어린이라며, 어린이의 흥미를 끌만한 만화책부터 위인전, 전래동화까지 어린이 전문도서 확보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인다. |
“서들광문을 찾아오는 가장 큰 손님은 선장초등학교 어린이들이다. 처음에는 한 두 명의 아이들이 수줍게 찾아오더니, 요즘은 점차 늘어 아예 자리를 꿰차는 이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우선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책을 구입하려고 한다. 만화책부터 어린이들의 감수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책들도 별도로 준비했다. 녀석들도 학교도서관 보다는 우체국 도서관이 더 좋은가 보다. 앞으로 일정 기간을 정해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아이에게는 작은 상품이라도 줄 생각이다. ”
선장우체국에서 운영하는 서들광문 작은도서관은 문화적 혜택이 열악한 농촌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있다. 또 지역 주민에게는 정보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반응도 뜨겁다.
요즘은 선장면에 입주한 기업체의 젊은 근로자들이 자주 찾는다. 이들은 주로 대여고객이다.
서들광문이 그렇게 특별한 공간은 아니다. 선장우체국 사무실의 빈 공간에 책장을 들여놓고 2500여 권의 도서와 작은 테이블 그리고 의자가 전부다. 오히려 기존 열람실의 틀을 벗어나 꾸미지 않은 소박함이 지역주민들에게는 한결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지역 주민의 반응이 좋은 덕분에 서들광문 작은 도서관은 최근 아산시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신현채 국장은 좋은 책을 더 확보해 지역주민에게 더 많은 문화혜택을 줄 수 있게 됐다며 반색한다.
"우체부를 통한 책 배달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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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 별정우체국에 무료 도서대여점인 서들광문이 문을 열면서 와글와글 어린이들의 책읽는 소리로 넘쳐나고 있다. |
“선장면은 교통이 정말 불편하다. 버스는 1시간에 한 대 밖에 다니지 않는다. 어쩌다 차를 놓치면 1~2시간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 교통이 불편해 책이 필요하지만 방문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책배달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처음에는 장애인이나 노약자부터 시작하고, 점차 일반인에게도 확대할 계획이다.”
선장우체국은 국장과 사무원 2명, 집배원 3명으로 구성됐다. 신현채 국장은 이들을 활용한 책 배달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다.
이밖에도 신현채국장의 지역사랑은 유별나다. 그는 선장면 사랑나눔회를 비롯한 각종 지역봉사단체에 몸담아 활동하고 있다. 특히 선장면과 관련된 각종 소식들을 모아 분기에 한 번씩 소식지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최근 발행한 소식지에는 ‘서들광문’ 개설 소식부터 지난 12년간 선장주민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하던 유일한 병원이 문을 닫게 된 사연까지 세세하게 담고 있다.
신현채 국장은 소식지를 만들기 위해 직접 현장을 취재해 기사를 쓰고, 편집과 발행인 역할까지 하는 등 1인 4역을 담당하고 있다.
신 국장은 “버스를 놓친 어르신,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는 어린이, 무엇인가를 하기에 애매한 시간을 가진 분들에게 서들광문이 편안한 사랑방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며 “휴식을 겸한 지식을 충전하고 삶의 활력을 얻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