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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목숨 던져 노동탄압 분쇄에 앞장선다”

현대차 아산공장 정규직 근로자, 일터 화장실서 유서남기고 자살 충격

등록일 2011년06월0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정규직 근로자가 노동현장 탄압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한목숨 던져 노동탄압 분쇄에 앞장선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정규직 근로자가 노동현장 탄압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해 충격을 주고 있다.

현대차 노조와 경찰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엔진부에서 근무하던 박 모(49세) 씨가 자신의 일터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오전 8시경 같은 부서 조장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박 씨는 사망 직전으로 추정되는 새벽 6시30분 무렵 아산공장 노조 임원과 지인들에게 ‘힘들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숨진 박씨의 주머니에서 2장의 유서도 발견됐다.

유서에는 “인생살이 세월이 흘러갈수록 힘든 세상 어떻게 살아갈꼬. 현장탄압은 심해 툭하면 무단이탈, 노안위원, 근골실행위원, 근골신청 면담하는 시간마저 무단이탈로 일삼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며 근무현장에 대한 고통을 호소했다.

또 특정인물을 거명하며 ‘아무개 부장’과 ‘아무개 차장’이 현장탄압의 주범이라고 지적하기도 했고, 조장과 반장의 반말도 심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살맛나는 일터로 노래를 하는 노동조합도 한심하다”고 비판한 후 “이 한목숨 던져서라도 노동탄압 분쇄에 앞장선다”며 노조에 대한 불만도 내비쳤다. 이어 특정 휴대전화 번호도 기록하고, 자신의 목숨에 관여한 또 다른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끝으로 가족에 대한 심경을 밝히며 “마지막으로 OO엄마 미안해요.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OO이 잘 부탁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숨진 박 씨에게는 아내와 초등학교 다니는 딸이 한 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아산공장, 당분간 정상가동 어려울 듯

박 씨의 자살소식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모든 생산라인이 일시 중단됐다.

오후 2시15분 무렵 박씨가 몸담았던 엔진1·2부 400여 명의 근로자들은 조업을 중단한 채 연좌시위를 벌였다.

아산공장 전체가 2시15분~3시40분까지 1시간30분간 조업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엔진부를 제외한 나머지 800여 명의 직원들이 업무에 복귀했다. 그렇지만 엔진부가 가동되지 않아 생산라인이 연결되지 않자 현재는 모든 조업이 중단된 상황이다.

같은 시각 박씨의 유족들은 박 씨의 시신을 사망 장소인 화장실에 둔 채 오열하며 항의하다, 오후 6시30분 무렵 한사랑아산병원으로 시신을 옮기는데 동의했다. 현재 숨진 박씨의 유족들과 상조회, 노조 등은 장례절차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자살사건과 관련 현대자동차 노조 이경훈 지부장이 울산공장에서 급히 달려와 아산공장 노조를 지휘하는 상황이 됐다. 이경훈 지부장은 “숨진 동지에 대한 예우를 최대한 갖춰 장례절차를 진행하고, 목숨까지 던져가며 노동탄압에 항거했던 동지의 뜻을 관철시킬 때까지 공장가동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은 현재 가동이 모두 중단된 상황이며, 언제 재개될지도 미지수다.

“타임오프제, 노동탄압에 목숨으로 항거”

현대차 노조는 박씨의 죽음에 대한 사측의 납득할만한 조처가 있을 때까지 공장가동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박00 동지가 엔진부서 관리자의 타임오프를 빌미로 한 협박과 노동탄압에 목숨으로 항거했다. 엔진부서에서 타임오프를 빌미로 한 노동탄압이 끊임없이 자행되는 데 온몸으로 저항하다 끝내 자살로 항거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노조 공동현장위원회가 유인물을 통해 밝힌 박 씨 자살에 대한 논평이다.

타임오프제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일정한 기준에 따른 인원의 한도 내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노사간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다. 또 현대차 노사가 임단협과 타임오프 문제로 8일(수)부터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만에 박씨가 스스로 목숨을 던졌다. 박씨는 그동안 비상근 노조 간부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따르면 박씨와 같은 비상근 노조 간부를 비롯해 현대차 전임 노조 간부, 대의원 등이 모두 타임오프제로 임금과 활동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 사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의 취재마저 차단하고 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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