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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선 음봉농협 조합장은 일한 만큼 소득과 보람을 찾을 수 있는 농촌 만들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내가 꿈꾸는 농촌은 일한 만큼 소득과 보람을 찾을 수 있는 농촌이다. 그 길잡이 역할을 하고 싶다.”
아산시 최대 과수단지인 음봉면의 배 밭에서 음봉농협 정하선(54) 조합장을 만났다. 그는 막 터지려는 배꽃 몽우리를 어루만지며, 화접(인공수분) 시기를 가늠하고 있었다.
음봉지역은 과수, 축산, 수도작 등이 고르게 발달돼 있어 사계절 농민 조합원들의 활발한 모습에 에너지가 넘치는 지역이다.
그러나 지난 겨울은 그 어느 해보다 힘들고 고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조류AI와 구제역이 음봉지역에서 발생해 축산에 적지 않은 타격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농협의 각종 계획들이 조금씩 연기되며 차질을 빚어 예년보다 더 분주한 봄을 맞고 있다. 당초 조합장 선거도 3월20일 임기가 마감되기 때문에 조금 더 일찍 치러졌어야 했지만 지난 4월11일 에서야 치룰 수 있었다.
전현직 조합장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아산시 음봉농협 조합장 선거 결과는 정하선 현 조합장이 총 유권자 1874명 중 1458명이 투표에 참여해 999표를 얻어 451표를 얻은 최광덕 전 조합장을 큰 표 차이로 제치며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지난 12대 선거에서도 5명의 후보가 치열한 승부를 펼친 가운데에서도 정하선 조합장의 독주를 저지하지 못했다. 그 결과 그는 음봉농협에서 유일한 재선조합장이 됐다.
하나로마트와 농협주유소 신설하겠다
정하선 조합장은 이번 선거에서 ‘하나로마트’와 ‘농협주유소’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
“2만여 명의 주민이 음봉면에 살고 있지만 제대로 된 쇼핑공간이 없어서 장을 한 번 보려면 천안이나 온양시내까지 나가야 한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하나로마트를 신설할 계획이다. 하나로마트는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안정적인 판로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산동리 농협창고를 주유소로 전환시켜 면세유를 이용하는 조합원 가정까지 배달해 불편을 덜어 드릴 생각이다. 일차적인 사업성검토를 한 결과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는 이어 예수금 유치계획도 밝혔다. 4년 전 800억원이던 예수금을 1100억원으로 증대시켰고, 다시 1600억원으로 확대시킨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출자금도 4년 전 27억원에서 49억원으로 늘린데 이어 향후 70억원까지 증액시켜 자기자본비율을 더욱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최근 자금운용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사전계획을 철저히 세워 역마진이 발생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그는 실질적인 교육효과를 볼 수 있는 농업연수와 도움이 절실한 조합원과 그 자녀들에게 복지장학회 혜택도 마련해 줄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조합원의 여가선용을 돕기 위한 각종 지원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나는 ‘농사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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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농고 3학년 재학시절 송아지 2마리로 시작한 그의 부농의 꿈은 현실이 된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음봉농협 조합장 자리에서 농민 조합원이 부자되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
“어렸을 때부터 잘 사는 농사꾼이 되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 대학진학을 권유하는 부친의 제안을 거절하고 천안농고에 진학했다. 졸업반인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농업에 투신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19살에 송아지 2마리를 15만원에 사서 10년만에 현금 1억5000만원을 손에 쥐기도 했다.”
정하선 조합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농업을 시작하던 당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적지않은 경험담을 들려줬다.
“한 때 젖소, 사슴, 흑염소를 키우며 180마지기(3만6000평)의 논농사까지 지어봤다. 농업 현장에서 땀 흘리며 경험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농촌에서 살아가는 조합원들의 심정을 잘 안다. 이들에게 농촌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고 싶다.”
그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프로 농사꾼이었다는 것은 그의 이웃과 선·후배·동료들이 증언한다.
그가 이번에는 모두 다 함께 잘사는 농촌을 위해 농업협동조합의 지도자가 됐다. 앞으로 4년간 음봉농협이 어떻게 변모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