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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명의 특정계층을 위해 조성되는 일명 ‘교수촌(동화지구 전원마을)’ 조성사업을 위해 보전산지였던 임야 8만9651㎡(2만7119평)가 초토화 됐다. |
충남 아산시 송악면 동화리 산78-18번지.
이곳은 아산시의 마지막 청정지역이라고 하는 송악면에서도 송악저수지 끼고 오르는 최 상류지역이다.
수십 년간 이 지역을 지키며 살아온 원주민들에게는 창고하나 지으려 해도 ‘청정지역이니 상수원보호구역이니’ 하는 각종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8만9651㎡(2만7119평)의 보존산지가 송두리째 사라졌다. 빽빽하게 들어찼던 아름드리 고목들은 모두 베어지고 파헤쳐졌다. 천둥벌거숭이가 된 산 위에는 연일 중장비 기계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아산시는 ‘보존산지’로 지정해 각종 개발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던 이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서 산림청과 담판을 지어 해제시키기도 했다.
임야를 농지로 용도를 변경시킨 후, 나무를 베고, 다시 대지와 도로로 바꿨다. 도로는 다시 아스콘으로 덧씌우기 포장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산에는 나무와 풀뿌리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파헤친 후 그 위에 전망대와 산책로, 마을회관, 화원, 테마형 휴식공간, 소공원, 방문객용 공용주차장 등을 만들고, 그들의 취향에 맞는 정원수를 심어 넣겠다고 한다. 요즘은 각종 석재들이 운반되고 있으며, 축대 쌓기에 여념이 없다.
자연환경의 파괴를 통해 특화마을이 새롭게 건설되고 있다. 이러한 호화마을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대학교수들을 아산지역에 살게 하기 위해 아산시가 생각한 유인책이다. 이 마을 이름도 처음에는 ‘교수촌’으로 불려졌다. 그러나 각계에서 특정계층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자 아산시는 사업 명칭을 슬그머니 ‘동화마을’ 또는 ‘전원마을’로 고쳐 불렀다.
처음 추진될 당시 시민단체, 의회, 언론 등에서 ‘특혜의혹’을 제기하자 아산시는 ‘이 모든 것이 아산시를 위한 공익사업’이라며 사업을 강행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사는 교수들을 아산시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 정도 ‘편의’는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아산시의 생각이었다. 대학 교수들이 아산시에 산다면 어떤 형태로든 아산시에 대한 기여를 할 것이고, 아산시민의 수준도 그만큼 올라갈 것이라는 논리였다.
교수님 모시기 프로젝트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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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하게 들어찼던 아름드리 고목들은 모두 베어지고 땅은 파헤쳐졌다. 천둥벌거숭이가 된 산 위에는 연일 중장비 기계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
2003년 아산시는 이 특별한 ‘교수님모시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당시 지역의 모 대학 강단에 섰던 시장 부인도 참여했다가 비난여론이 일자 중도하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모집한 최종 인원은 70명 정도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30여 명이 중도에 포기해 현재 30여 명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더 이상 교수집단 만으로는 본 사업을 끌고 가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아산시는 현재 도시에 사는 일반인들도 참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정 정도 자격을 갖추면 자체 심사를 거쳐 동참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어림잡아 1명당 평균 1793㎡(542평, 공공용지 포함) 안팎의 임야를 대지로 전환해 소유하게 된다. 본 사업은 2003년에 수요조사를 비롯한 밑그림이 처음 그려졌다. 참여인원이 어느 정도 확정된 2005년에는 8만9651㎡(2만7119평)의 부지를 13억5600만원에 매입했다. 3.3㎡(평)당 평균 5만원 불과한 금액이다. 지금까지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그들만의 세상이 만들어 지고, 개발 이후 땅의 가치는 그들만이 매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항변, ‘투기’ 아닌 ‘정착’
대학교수 같은 전문 인력이 아산지역에 정착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미 형성된 마을이나 빈 주택을 찾아 정착하는 것이 아니라 원주민과 다른 자신들만의 공간과 세상을 만들고 있다.
그것도 막대한 국·도·시비 예산까지 지원받아 가면서, 산과 들을 파괴하고 새로운 마을을 건설하고 있다.
이들은 ‘투기’가 아닌 ‘정착’이며 ‘별장’이 아닌 ‘주거’라고 항변한다. 정부의 농촌지역 이주정책에 따라 살러 오는 사람들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이 억울하다고 반박한다.
아산시의 한 관계자는 “전원마을 조성사업은 아산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사업이다.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농촌지역에 새로운 삶터를 찾아주기 위한 정부정책에 의해 시행되는 것이다. 타 지역은 서로 유치하려고 하는데 아산시에서는 너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왜 특혜사업이라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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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대표적인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송악저수지 최상류지역의 자연환경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고, 조성되는 초호화 전원마을에 농림수산식품부·충남도·아산시에서 예산 20억원을 지원한다. |
동화마을은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그 위에다 50가구의 전원주택과 각종 편의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정부예산까지 20억원을 지원한다.
냉정하게 따져보자. 50명이 거주할 마을을 조성하는데 아산시가 나서서 농림수산식품부 예산 14억원을 챙겨와서 지원하고, 도비 1억8000만원에 시비 4억2000만원까지 얹어서 지원하고 있다. 1인당 4000만원의 예산을 무상지원 하는 셈이다.
또 아산시가 나서서 각종 규제를 풀어주고, 무사히 입주 할 수 있도록 지난 2003년부터 10년째 전담부서와 직원을 배치해 추진하고 있다. 과연 아산시에 새로 전입하는 누가 이러한 초특급 대우에 호사를 누릴 수 있겠는가.
최근 복기왕 시장은 17개 읍·면·동 지역을 돌며 시민과의 대화를 가졌다. 특히 농촌지역에서 마을 안길포장을 비롯한 농수로 개보수에 대한 요청이 빗발쳤다.
어느 마을 이장은 마을 안길을 포장해 달라며 1000여 만원의 예산지원을 요청했다. 또 다른 마을 이장은 농수로 보수공사에 200만~3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했다. 어느 마을 부녀회장은 마을에 가로등이 없어 무섭다며 가로등 설치가 마을 숙원사업이라고 했다.
아산시는 이러한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들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농림식품수산부 예산 20억원이 특수한 계층의 도시민 50명을 농촌에 정착시키는 예산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더 열악한 농촌원주민, 도시빈민층과 비교하며 특혜시비를 건다면 지나치게 편협한 생각을 하는 것일까.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