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모사전문 >
사망 95일만에 삼성의 사과를 받고 영원한 휴식의 길로 떠나는
김주현님께 바칩니다.
삼성전자 입사초기 당신의 일기에는
“열심히 배워서 인정받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삼성전자의 자랑스러운 기술자가 되는 푸른 꿈을 꾸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일들!
장시간 노동, 피부병, 차별과 멸시 속에 당신은 병들어갔습니다.
삭막한 공장과 좁고 외로운 기숙사를 오가며
결국 입사 1년 만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가족들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대로 아들을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습니다”
“삼성은 사과하십시오”
땀 흘려 일한 노동자가 일하다 과로 스트레스로 병들어 죽었는데
어찌하여 회사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하는지,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막을 수 있던 죽음이었는데
어찌하여 단 한마디 사과조차 없는지.....
이 억울한 사연은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고
유족들의 처절한 싸움에 실로 많은 이들이 동참을 했습니다.
또 다른 직업병 피해 가족들, 네티즌들, 촛불 시민들, 양심 있는 국회의원, 민주노총 조합원들, 진보 정당들, 대학생분들, 서울 경기, 천안과 아산, 광주와 부산, 울산에서도 평범한 많은 시민들이 함께 연대했습니다.
천안 택시기사님들도 아버님을 응원하며 삼성공장 앞에서 항의하는 일도 있었고
피켓시위중인 아버님을 따뜻하게 포옹하고 간, 용감한 삼성의 노동자도 있었습니다.
95일 동안 주현님의 얼굴이 담긴 피켓은
유족들의 손과 연대하는 많은 이들의 손에 들려
삼성전자 천안공장 앞에, 삼성본관 앞에, 광화문과 종로3가 앞에,
천안역과 노동부와 검찰청 앞에, 그리고 전국의 삼성공장과 매장 앞에 번져나갔습니다.
공개사과를 받지 못한 아쉬움은 있으나
아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95일간의 힘겨운 싸움을 벌인 유족들과
많은 이들의 따뜻한 연대의 힘으로
삼성의 사과와 재발방지약속을 받고
오늘 이렇게 주현님을 떠나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싸움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직업병 피해노동자들의 진상규명을 위한 싸움!
재발방지약속을 이행토록 하는 것!
노동3권을 보장받고 열악한 작업환경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싸움!
경쟁만 강요하는 사회에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삼성LCD 노동자 김주현님!
당신의 억울한 죽음,
그리고
진실과 정의를 위한
유족들의 97일간의 외침을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영면하소서!
2011. 4. 17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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