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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근로자 고 김주현 사망 97일

4월17일, 유가족 오열 속에 장례식

등록일 2011년04월1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삼성전자 천안공장에서 근무하다 우울증을 앓다가 투신 자살한 고 김주현씨가 사망 97일만에 장례식을 치렀다.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원회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 따르면 고 김주현씨 사망 95일째 되는 15일(금) 삼성으로부터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에 합의했지만, 16일(토) 낮 12시에 예정돼 있던 삼성LCD 천안공장 공장장의 사과의 의미를 담은 조문은 취재진이 있다는 이유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사망 97일째인 17일(일) 고 김주현씨의 유가족과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와 반올림, 노동단체 등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 김주현씨의 장례식이 열렸다.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은 다시는 이런 참담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열악한 노동환경과 장시간 노동, 비인간적인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안전하고 인간적인 노동조건을 제공하라”며 “삼성뿐만 아니라,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다”고 말했다.  

고 김주현씨 아버지 김명복씨는 “많은 국민들이 성원해주신데 대해 정말 고마운 감사를 드린다”며 “그동안 정말 분노할 일도 많았지만 국민여러분과 반올림, 백혈병충남대책위 등의 도움으로 명예롭게 장례를 치르게 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현이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이번 일을 겪으며 넘지 못할 것을 각오했지만, 그래도 합치면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감정에 북받친 고 김주현씨 어머니 송치화씨와 누나 김정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은 이제 4가족이 아닌 3가족이 됐다.

이들은 빈소에서 나와 고 김주현씨가 투신했던 아산시 탕정면에 위치한 기숙사를 들러 이승과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 천안추모공원으로 이동했다.

< 추모사전문 >
사망 95일만에 삼성의 사과를 받고 영원한 휴식의 길로 떠나는
김주현님께 바칩니다.

삼성전자 입사초기 당신의 일기에는
“열심히 배워서 인정받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삼성전자의 자랑스러운 기술자가 되는 푸른 꿈을 꾸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일들!
장시간 노동, 피부병, 차별과 멸시 속에 당신은 병들어갔습니다.

삭막한 공장과 좁고 외로운 기숙사를 오가며
결국 입사 1년 만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가족들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대로 아들을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습니다”
“삼성은 사과하십시오”

땀 흘려 일한 노동자가 일하다 과로 스트레스로 병들어 죽었는데
어찌하여 회사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하는지,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막을 수 있던 죽음이었는데
어찌하여 단 한마디 사과조차 없는지.....

이 억울한 사연은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고
유족들의 처절한 싸움에 실로 많은 이들이 동참을 했습니다.

또 다른 직업병 피해 가족들, 네티즌들, 촛불 시민들, 양심 있는 국회의원, 민주노총 조합원들, 진보 정당들, 대학생분들, 서울 경기, 천안과 아산, 광주와 부산, 울산에서도 평범한 많은 시민들이 함께 연대했습니다. 

천안 택시기사님들도 아버님을 응원하며 삼성공장 앞에서 항의하는 일도 있었고
피켓시위중인 아버님을 따뜻하게 포옹하고 간, 용감한 삼성의 노동자도 있었습니다.

95일 동안 주현님의 얼굴이 담긴 피켓은
유족들의 손과 연대하는 많은 이들의 손에 들려
삼성전자 천안공장 앞에, 삼성본관 앞에, 광화문과 종로3가 앞에,
천안역과 노동부와 검찰청 앞에, 그리고 전국의 삼성공장과 매장 앞에 번져나갔습니다.

공개사과를 받지 못한 아쉬움은 있으나
아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95일간의 힘겨운 싸움을 벌인 유족들과
많은 이들의 따뜻한 연대의 힘으로
삼성의 사과와 재발방지약속을 받고
오늘 이렇게 주현님을 떠나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싸움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직업병 피해노동자들의 진상규명을 위한 싸움!
재발방지약속을 이행토록 하는 것!
노동3권을 보장받고 열악한 작업환경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싸움!
경쟁만 강요하는 사회에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삼성LCD 노동자 김주현님!  
당신의 억울한 죽음,
그리고
진실과 정의를 위한
유족들의 97일간의 외침을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영면하소서!

2011. 4. 17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이정구 기자>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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