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들은 막말에 가까운 시·도의원에 대한 자극적인 언행과 언론을 통제해 물의를 빚었다. |
“거기 기자 내보내!”
“기자는 들어가지 말랬잖아! 거기 기자 들어가는 것 막아.” (어디선지 반말인지 존대 말인지 모호한 말투가 들렸다)
“괜찮아요. 뭐 비밀스러울 것이 있다고 그러나? 같이 들어갑시다.” (충남도의회 장기승 도의원이 기자의 손을 잡고 회의실 안으로 함께 들어갔다)
“거기 기자 내보내!” (처음 그 말투의 목소리가 다시 귓전에 들렸다. 그리고 장기승 도의원과 아산시의회 의원들의 틈을 비집고 충남도교육청 직원 한 사람이 들어와 기자를 솎아냈다.)
“왜 취재하면 안 되나요? 당연히 아산시민의 알권리를 위해 아산지역에서 기자가 동석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아산시의회 조철기 의원이 기자 앞을 막아서며 항의했다. 그러자 충남도교육청 직원은 제지하는 시의원의 말을 무시한 채 기자를 내몰았다.)
“여기(충남도교육청)도 출입기자가 있는데 어디서 알지도 못하는 기자들이 와서 취재를 하겠다고…” (그는 아산시의회 시의원과 기자 사이를 끝내 갈라놓았다)
“한 번 말하면 좀 알아들어야지.” (혼잣말 인 듯 했지만, 분명하게 여럿에게 전달 됐다)
이 상황에서 기자는 더 버티는 것이 교육지원을 요청하려고 충남도교육청을 방문한 아산시의회(의장 조기행)의 방문목적에 부담을 줄 것 같아 그만 물러섰다.
이날 아산시의회가 충남도교육청을 방문한 목적은 김종성 교육감이 후보시절 아산지역에 공약한 충남과학교육원 아산유치, 배방지역 고교설립 등을 차질 없이 이행해 달라는 협조요청을 하기 위해서였다.
아산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자 입장에서 당연히 김종성 교육감의 답변을 아산시민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었고, 아산시민들은 알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충남도교육청이 위치한 대전광역시까지 취재를 위해 방문한 것이다.
이날 방문단은 아산시의회 조기행 의장을 비롯한 8명의 시의원과 아산출신의 충남도의회 장기승·이광열 도의원이 함께했다. 그리고 아산시 지역신문기자 2명이 동행했으나 끝내 김종성 교육감 비서실의 문턱은 넘지 못했다.
“도의원은 또 왜 따라 온거야?”
“오늘 도의원도 오기로 한 것 맞는가. 시의원만 오기로 했으면 시의원만 와야지, 도의원까지 오는 것은 기관(충남도교육청)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다. 아산시의회는 무슨 일처리를 이렇게 밖에 못하는가? 게다가 기자들까지 쭉 따라오게 만들고…”
11일(월) 오전 10시10분경 충남도교육청 비서실 관계자들이 아산시의회 관계자와 기자에게 거침없이 쏟아놓은 막말들이다.
결국 회의실에서 내몰린 기자는 취재가 허용되지 않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충남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오늘 간담회는 특별히 기밀을 유지해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이곳(충남도교육청)에도 주재기자가 있다. 주재기자들도 쓰지 않는 교육감관련 기사를 아산지역 기자들이 먼저 쓴다면 충남도교육청 주재기자들이 뭐라고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기까지 찾아 온 기자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아산시의회에서 기자가 온다는 연락을 못받았다. 미리 연락만 해줬어도 취재가 가능하도록 조처했을 것이다. 돌아가서 아산시의회 의원들에게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물어보고 기사를 써도 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뒤에서 듣고 있던 책임자로 보이는 또 다른 관계자는 “그게 아니다. 우리가 상황에 따라 취재를 허용할 수도 있고 통제할 수도 있다. 사전에 연락을 취했다 하더라도 취재 여부는 우리가 결정할 사안이다. 이곳은 아산시와 다르다. 아무나 취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계속적으로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그는 이어 “아산시의회는 의전도 모르는가. 우리는 이 자리에 도의원이 참석하는 사실도 몰랐다. 도지사 만나러 갈 때도 그런식으로 하는가”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참고적으로 기자는 아산시의회의 도지사 면담을 동행취재 한 적도 있지만, 사전 연락 없이도 얼마든지 취재가 가능했다. 이날 동행취재도 아산시의회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었다.
“시대를 역행하는 폐쇄적 조직문화의 폭력성”
“시대를 역행하는 폐쇄적 조직문화가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 단편적 사례다. 충남도교육청을 방문한 시·도의원들은 분명 28만 아산시민을 대표해서 교육감을 만나러 간 공적업무인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아산시민의 눈과 귀가 되어 줄 지역 언론은 이를 취재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지역언론의 취재와 보도를 통제한 것은 28만 아산시민에 대한 심각한 알권리 침탈행위다. 그렇다면 언론의 자유를 억압했던 독재정권의 망령과 무엇이 다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김종성 교육감이 직접 아산시민에게 해명해야 한다.”
평등교육을 위한 아산학부모연대 김지훈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민선 교육감이 지역언론의 취재활동을 막으며, 소통을 거부한 것은 명백한 독선의지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만일 지역 언론의 취재행위를 통제한 것이 김종성 교육감의 뜻이 아니라면, 충남교육 최고책임자의 눈과 귀를 막은 관계직원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패륜적 행동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산시의회 여운영 의원은 “충남도교육청과 아산시의회는 처음부터 상식이 달랐다. 아산시의회가 알고 있는 상식은 어느 기자나 출입과 취재가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산시의회는 회기 이외의 모든 활동까지 기자들의 취재가 가능하다. 그러나 충남도교육청의 언론관은 납득이 안간다”고 말했다.
충남도의회 이광열 의원은 “충남도교육청이 공개와 투명행정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역행하면서까지 언론의 취재활동을 적대시하며 통제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특히 시의원과 도의원이 취재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데도 묵살하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충남도교육청에 대한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충남도의회 장기승 의원은 “시·도의원과 언론인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 고압적이라면 과연 일반 민원인들은 이곳에서 어떤 질 좋은 교육행정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충남도교육청은 친절한 자세로 예의를 갖춰 말하는 기본소양 교육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오늘일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아산시의회 조기행 의장은 “기관의 대표로써 공식적인 발언은 자제하겠다. 다만 아산시의회가 충남도교육청을 방문한 것은 아산시민들의 요구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며, 김종성 교육감께서 충분히 받아들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아산시의회-김종성 교육감, 무슨 대화 나누었나
충남과학교육원 약속확인, 장재초 설립불가 연화초 증축
충남도교육청의 취재거부로 아산시의회와 교육청의 간담회 내용은 아산시의원들로부터 전해들을 수밖에 없었다.
충남도교육청 김종성 교육감은 이번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충남과학교육원 아산유치’에 대해 아산시가 약속했다는 무상부지제공 또는 그에 상응하는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아산시는 충남도교육청이 요구한 대지면적 3만7000㎡, 건축면적 4000㎡를 무상 제공하는 조건으로 충남과학교육원을 5월 완공예정인 아산시폐기물소각시설 내로 유치해 장영실과학관과 연계 운영한다는 방침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공유재산관리법상 기부체납이 안돼 충남과학교육원 부지의 무상제공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충남도교육청은 도청이전 예정지인 내포신도시에 부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이기애 의원은 “김종성 교육감이 아산시에 충남과학교육원을 유치한다는 약속을 인정했다. 그러나 아산시도 무상 부지제공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아산시에서 그에 상응하는 방법을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기행 의장은 “김종성 교육감이 원론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 같다”며 “설령 부지제공이 절차상 어렵다고 해도 평당 50만원의 저렴한 아산땅을 마다하고 200만원이나 되는 내포신도시로 가려는 것 자체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또 이날 간담회에서는 신도시지역 교육환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배방고는 월천지구 조성과 함께 부지가 마련되면 설립할 계획이고, 탕정지역 고등학교는 삼성의 부지제공이나 추후 상황을 보면서 설립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 장재초는 설립조건이 안되기 때문에 올해 연화초를 6개 학급규모로 증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는 아산시의회 조기행 의장과 김응규 부의장, 여운영, 심상복, 조철기, 이기애, 윤금이, 성시열 의원 등 8명과 충남도의회 장기승, 이광열 의원이 참석했다.
|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