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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진과 노동자의 상식이 같아질 그날까지…”

희로애락-이종란(35·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노무사)

등록일 2011년02월2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가 고 김주현씨 49재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생각하는 상식이 삼성 경영진에서도 통했으면 좋겠습니다. 물질보다 더 큰 가치는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이종란(35) 노무사는 최근 순천향병원 장례식장을 임시숙소로 이용하고 있다.

지난 1월11일 삼성전자 기숙사에서 투신자살한 고 김주현씨 빈소를 그 유가족들과 함께 지켜주기 위해서다. 장례도 치르지 못한 김주현는 현재 냉동고에서 40여 일째 안치돼 있다. 이종란 노무사는 노동자·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김주현씨 49재를 준비하고 있다.

“죽은 자식을 보내지도 못하고 저렇게 떠안고 있는 부모의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사람이 죽었다. 유가족에게 진정어린 사과 한마디 건네지 않은 삼성이 과연 상식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하는가.”

1998년 대학을 졸업한 이종란 노무사는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의 근무여건과 근로기준법이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보다 전문적인 공부를 시작해 노무사가 됐다. 

이후 민주노총 경기본부에서 노무 상담역을 하던 그녀가 2004년 초 이마트 용인 수지점에서 계산대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겠다고 찾아온 것을 계기로 삼성일가와 연이 시작됐다.

그 후 본인이 직접 이마트 계산원으로 취업하기도 했고, 그렇게 구성된 조합원들과 탈퇴를 종용하는 사측과 대립하며 3년여를 싸우기도 했다.

그러다 2007년에는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던 딸을 백혈병으로 잃은 한 아버지와 만나게 됐고,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이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는 증언들을 수집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뜻을 모아 ‘반올림’을 구성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이종란 노무사가 천안·아산을 빈번하게 오가는 이유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탕정공장을 비롯한 온양공장, 천안공장에서 근무했던 노동자들이 하나 둘 병들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모두가 말렸다. 나도 하루아침에 삼성이 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렵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삼성을 감시하는 사회적인 힘도 함께 커지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조금씩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삼성의 경영진과 노동자들의 상식이 같아질 그날까지 긴 호흡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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