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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범 아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 |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혹독한 시련을 극복하며 노력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 당장 발등에 떨어진 축산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산시 농업을 책임지는 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써의 첫 번째 꿈입니다.”
아산시농업기술센터 유재범(57) 소장의 말이다. 유재범 소장은 2011년 1월3일 농업기술센터 소장 사령장을 받았다. 1977년4월15일 농촌지도사로 첫 공직생활을 시작해서 35년 만에 아산시 농업행정의 최고 책임자가 됐다.
유재범 소장은 지난 35년간 아산시 농업발전을 위해 농업현장과 실험실을 오가며 땀흘려 왔다. 그 결과 수도작 분야에서 만큼은 국내 최고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산시 농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도작 농업의 발전에는 유 소장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땀방울이 배어 있음을 아는 이들은 인정한다.
지난 연말 민선5기 아산시 첫 조직개편에 따라 농업기술센터는 내적·외적 갈등을 겪으며 혼란스러웠다. 유 소장은 이 와중에 조직을 맡았지만 안정적으로 정비할 겨를도 없이 국가적 재난상황으로 전국에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를 만났다.
덕분에 벌써 한 달 넘게 공·휴일은 물론 주말도 없이 비상근무다. AI와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자 유 소장의 지휘아래 아산시 축산 농가를 사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 소장은 긴급하게 대책상황실을 편성해 초 긴장상태에서 방역활동을 강화해 나갔다.
특히 아산시는 1월1일 구제역 확진판정을 받았던 천안시와 가장 인접한 지역으로 축산농가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아산시는 2중·3중의 방역망을 확대 구축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전국에서 최초로 9대의 무인항공방제기까지 동원해 사력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사고로 무인항공방제기 2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초기 방역은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인항공방제기는 다행히 보험처리로 재생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무렵 정부에서 백신접종 결정이 내려졌다. 몇몇 농가에서는 백신을 거부하기도 했지만 설득을 통해 무사히 접종을 마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수의사 1명이 놀란 소와 충돌해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큰 사고가 없어서 다행이다.”
유 소장이 20개 방역초소 16개 출입통제소, 4개 환적장을 운영하며 매일 200~300명의 인력을 투입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안전이다.
“매일 방역초소에 동원되고 있는 동료 공무원, 사회단체 자원봉사자들을 보면 고마우면서도 너무 미안하다. 특히 방역업무를 마치고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피로에 지친 몸을 이끌고 밀린 업무에 매달리는 직원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몇몇 지역에서 공무원들이 과로로 쓰러지는 이야기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아산시의 구제역 방어망도 뚫리고 말았다. 1월20일 첫 의심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이후 곳곳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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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범(맨 왼쪽) 아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이 구제역으로 살처분한 돼지를 매립할 부지를 찾기 위해 현장 곳곳을 누비고 있다. |
유 소장은 지난 설 명절 연휴도 매일 방역현장에서 구제역과 싸워야 했다. 특히 아산시는 설 연휴 기간에만 신창·탕정·음봉·배방·선장 등에서 무더기로 7건의 구제역이 발생했다.
유 소장은 직원들과 함께 하루가 멀게 터지는 구제역으로 살처분 당한 소와 돼지를 매립할 장소를 찾아다니느라 전전긍긍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지역에서는 인근 주민들과 적지 않은 마찰도 빚어졌다. 그때마다 그들을 설득하느라 애가 닳았다.
“최근 우리농업은 외부적으로 농축산물의 시장개방 확대와 급속하게 변화하는 환경으로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안 그래도 어려운데 가축 질병까지 겹쳐 농업발전을 고민할 시간조차 빼앗고 있다. 소 153마리, 돼지 1만3695마리, 닭 8만5207마리, 오리알 75만개. 오늘(2월8일)까지 한우, 돼지, 멧돼지 등 우제류와 닭, 오리 등 가금류 농장에서 살처분 폐기한 숫자다. 그리고 얼마나 더 많은 가축과 축산농가의 희생이 따를지 모른다. 하루 빨리 현재 어려운 상황들을 극복해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을 생산하고, 잘사는 농촌을 만드는 일에 매달리고 싶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