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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스런 유치장 화장실

등록일 2002년05월0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이경수 민주노총 본부장은 5일째 용변을 못 봤다. 유치장 화장실은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수 민주노총 충남본부장은 지난 23일부터 아산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져야 했다. 작년 현충사주차장 유료화, 노점상 단속건과 관련해서 5월 15일 선고를 앞두고 있고, 지난 12월 S사 노조의 용역깡패 추방연대파업과 관련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되도록 빨리 S사 노조 관련 건으로 기소가 돼야 재판 병합을 추진할 수 있기에 S사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조사받기 위해 유치장 신세를 져야 했던 이경수 본부장에게 제일 괴로운 일은 화장실에 가는 것이다. 보통 가려진 곳에서 용변을 보던 것이 한국사람의 일반적인 습관이다. 그러나 유치장 화장실은 이런 일반적인 습관을 허용하지 않았다. 유치인들의 자살이나 탈주를 막기 위한다는 구실로 용변 보는 모습이 거의 공개되도록 화장실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유치장 화장실은 좌변기로 50cm의 칸막이로 돼 있고 윗부분이 없다. 살짝만 다리를 들어도 중요부분이 다른 유치인에게 모두 공개된다. 용변냄새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다들 쳐다보는데서 용변을 봐야 한다는 데서 많은 유치인들이 굴욕감을 느끼고 있다. 여자 유치장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입감자 중 생리하는 여성도 있을 테지만 화장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경수 본부장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마저도 빼앗아 버리고 있다”며 “선진국 및 우리나라 일부에서도 이같은 관행을 없애고 있는데 빨리 아산경찰서도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산경찰서 수사과장은 “유치인의 인권침해를 하지 않기 위해 늘 교육하는데 미비한 점이 있었다”며 “유치인의 사고도 막고 인권침해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언제든지 수용해 다시 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치장 내의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유치인은 아직 판결이나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지만 텔레비전 하나 변변한 것이 없다. 또 유치장 내에서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라고 운운, 유치장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죄가 있기 때문에 들어온 것처럼 보이고 있어 시정이 시급한 형편이다. 이 본부장은 “며칠 있는 동안 화장실에 가는 사람이 없어 왜 그런가 물었더니 나와 같은 이유였다.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도 허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우리의 인권은 어디서 찾아야 되겠느냐”며 한숨을 지었다.
주아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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