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지키며 이웃들에게 좋은 책을 권하는 김양례 대표의 해맑은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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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서점 경영이 어떠냐구요? 지금 상태로는 서점 문을 닫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죠. 대형할인매장, 대형슈퍼마켓이 골목상권을 장악한 것처럼 온라인 판매망까지 잘 갖춘 대형서점이 지역 중소서점의 설자리조차 남겨주지 않네요. 가장 큰 피해자는 지역의 독자들이 되겠죠.”
천안시 두정동 한국전력 뒷골목에서 올해로 5년째 골목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명성문고 김양례(47) 대표의 말이다. 서점을 오가는 고객에게 그녀는 늘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지만 그 이면에는 말 못할 한숨이 드리워져 있다.
골목서점은 현재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식과 교양을 충전하기 위해 독자들이 지불하는 작은 대가로 운영하는 서점마저도 왜곡된 시장구조 때문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인구 60만 도시에 서점이 12개 밖에 없어요. 이대로라면 결국 모두 사라지고 말겁니다.”
김 대표는 현재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서점과 경쟁하기 위해 자신에게 돌아올 모든 마진을 쥐어짜듯 최소한으로 줄였다. 그러다 보니 서점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관리비 마련도 버겁다고 한다.
박리다매도 말 그대로 많이 팔려야 작은 이익들이 모아져 효과를 거두는 것인데, 이용자들이 골목에 한정되다보니 쉽지 않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대형서점과 유통경로가 달라 공급받는 가격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이름난 대형서점들은 자신들만의 유통경로를 구축해 출판사와 직거래를 통해 싼값에 책을 공급받는다. 그러나 중소서점 입장에서는 그러한 유통경로를 따라갈 수 없다. 이러한 대형서점들과 가격이나 서비스경쟁을 하려니 힘든 상황이 짐작은 간다.
“이제 마음을 비웠어요. 어쩌겠어요.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야죠. 그래도 늘 잊지 않고 찾아주는 단골고객이 있어 희망을 버리지는 않아요. 이곳을 자주 찾는 분들에게는 지식과 교양으로 충만한 진한 책향기가 느껴져요. 그런 분들을 위해 오늘도 서점을 지키렵니다.”
매일 오전10시부터 밤10시까지 꼬박 12시간동안 공휴일도 없이 그녀는 책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밤마다 술집과 노래방, 취객으로 흥청거리는 우리 골목을 조금은 환기시켜 줄 서점 하나를 이 지역 주민들이 지켜주는 것은 어떨까.
현란한 네온싸인의 술취한 거리보다, 밝은 형광불빛 아래서 책읽은 모습이 더 아름답지 않은가. 우리가 살고 있는 골목에서 서점을 지키는 역할은 지역이 함께 해야 할 몫인 것 같다. 명성문고는 오전10시부터 밤 10시까지 공휴일 없이 책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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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