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구제역 확진판정을 받은 아산시 탕정면의 한 돼지농장. 이곳 농장주 소유였던 땅이 LH에 수용돼 살처분될 돼지의 매립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아산시 탕정지구 주민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을 박았다.
오늘 오전 아산신도시 2단계 예정지구인 탕정면 매곡리 박 모씨의 돼지농장에서 구제역 확진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박 모씨의 돼지농장 인근에는 감염된 돼지를 매립할 곳이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장 주인인 박 모씨 소유였던 매립 가능한 땅이 최근 아산신도시 2단계 1차지구로 수용됐기 때문에 소유권은 LH로 넘어간 상황이다. 결국 아산시는 LH측에 박씨 소유였던 땅을 매립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농장주 박 모씨 소유였던 땅은 농장으로부터 500m 이내의 거리에 위치해 있고, 살처분 후 이동이 수월해 매립을 위한 최적지로 꼽혔다.
조흥묵 탕정면장은 “매립지로 적합한 박씨 농장 주변은 개발예정지역으로 모두 LH소유다. 아산시는 현재 살처분한 돼지를 매립할 공간이 없기 때문에 LH의 협조가 필요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산시 관계자들이 구제역 발생농가 인근지역의 토지현황을 검토하고 있다.
LH로부터 구제역 매립지 협조를 거부 받은 아산시 관계자들이 차선책으로 시유지의 적합성 여부를 살피고 있다.(현 위치는 매립지와 관계 없음)
LH 소유가 아닌 곳 중 매립 가능한 곳을 찾으려면 가장 가까운 곳이 1.2㎞이상 떨어진 곡교천변 시유지가 유일하다. 그러나 이곳은 접근성이 떨어져 매립작업이 쉽지 않다. 또한 살처분한 돼지사체를 1㎞이상 이동하면, 위험반경은 그 이상으로 확대된다.
게다가 박씨 농장에 직접 매립하려면 고가의 자동화 설비를 갖춘 축사를 철거해야 하기 때문에 축산붕괴를 우려하는 현 시점에서도 적절하지 못한 방법으로 지적된다. 또 1000두 이상 매립할 작업공간도 확보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하수를 이용하는 이 마을 주민들은 당장 식수난도 겪어야 한다.
이에 반해 LH 소유의 땅은 현재 황무지나 다름없는 상황이며, 주거지역으로 개발되더라도 광역상수도가 공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는 ‘절대불가’ 입장이다.
그 이유에 대해 LH 아산직할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박씨 소유였던 땅은 앞으로 주거지역으로 계획돼 있다. 이곳에 구제역에 걸린 돼지를 살처분 해서 매립했다는 소문이 돌면 분양가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산시에서 발생한 구제역 문제는 어디까지나 아산시에서 해결할 문제이지 LH에서 떠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산시의회 조철기 의원은 “지금까지 수차례 우제류에 대한 살처분이 진행됐지만 매립장소는 인근 주민들조차도 대부분 알지 못한다. 공기업인 LH가 국가재난상황에도 불구하고 주판알만 튕기며 국가적 위기상황을 외면하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다”라고 비난했다.
아산시농업기술센터 유재범 소장은 “LH의 강한 거부로 살처분 매립지를 찾지 못한 아산시는 차선책으로 박씨 농장에서 1.2㎞떨어진 하천변 시유지 이용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