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주현씨 아버지가 삼성 천안공장 앞에서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라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을 방치한 삼성전자의 업무상 과실치사 책임에 대해 경찰의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
삼성전자 탕정기숙사에서 투신자살한 고 김주현씨 유족과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원회 등은 고 김주현씨 사망사건과 관련해 삼성전자의 업무상 과실치사 책임에 대해 지난 18일(화)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하루 14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로, 한 달에 한번정도 밖에 쉬지 못하는 등 연장·휴일근로의 강제, 유해물질 노출로 인한 피부병, 기숙사 안전조치 부주의로 잇단 자살 등 그동안 삼성전자에서 노동관계법령을 위반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런데도 지도감독 책임을 지는 노동부는 삼성전자에 그동안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같은 날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보낸 진정서를 통해 삼성전자 탕정공장과 천안공장에 대한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부서갈등’ ‘자살방치’ ‘부당대우’ ‘금품매수’ 등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고 김주현씨 유족들은 고인이 사망한지 9일이 지난 현재까지 장례 절차를 중단한 채, 각계에 자식의 죽음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유족과 반올림,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등은 지난 17일(월)부터 삼성LCD 천안공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 20일(목)은 천안역 앞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거리 선전전도 펼쳤다.
“밝혀진 투신자살 3명, 얼마나 더 있었나?”
이들은 지난 18일(화) 아산경찰서장 앞으로 보낸 탄원서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3일 삼성전자 LCD 탕정공장에서 일하던 스물 세 살의 여성노동자가 탕정기숙사에서 투신자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아, 11일 똑같은 장소에서 또다시 같은 회사 노동자 고 김주현 군을 자살로 내몰았다”며 “이미 2007년에도 탕정기숙사에서 자살한 노동자가 있는데 삼성이 회사 기숙사 창문에 자살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만 조치했더라도, 두 명의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탕정 기숙사에서 투신자살한 고 김주현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삼성의 책임있는 사죄를 요구하는 유족, 반올림,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관계자들이 천안역광장에서 거리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또 그동안 삼성전자 LCD 천안·탕정공장에서 얼마나 많은 자살이 있어왔는지, 자살 원인을 어떻게 처리해왔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을 요구했다.
유족과 반올림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고 김주현씨가 새벽에 3차례나 자살시도를 하는 것을 알고도 이를 방치해 끝내 자살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 대표변호사는 “김주현씨를 혼자 방치하지만 않았어도, 가족들에게 최소한의 연락조치만 취해주었어도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해 삼성이 사업주로서 업무상 과실치사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고 김주현씨는 삼성에 입사해서 심각한 피부병과 하루 14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로, 한 달에 1번밖에 쉬지 못하는 과로와 직장 상사가 병신취급을 하는 등 극심한 업무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 있었다. 이러한 우울증 치료가 완전하게 다 끝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3개월 더 치료해야 한다는 의사소견) 2달 밖에 병가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고 김주현씨가 무리하게 현장에 복귀하게 했다. 이렇게 극심한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않았어도, 짧은 병가와 업무복귀를 강요하지 않았더라도 자살을 막을 수 있었다. 짧은 병가처리, 업무복귀 과정에서의 강요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말했다.
노동부에 삼성LCD 특별근로감독 촉구
고 김주현씨 빈소가 차려진 순천향대 천안병원 장례식장은 열흘이 넘도록 장례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고 김주현씨 유족, 반올림,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등은 노동자 보호를 위한 감독기관인 고용노동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에 분노를 느낀다며, 진정서를 통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진정서를 통해 “고 김주현씨의 사례뿐만 아니라 그동안 삼성에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장시간 노동은 일상이었다”며 “백혈병 등 희귀질환은 물론이고 고 김주현씨의 피부질환을 야기한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보건 사용자 책임의무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다반사였다. 기숙사는 노동을 마치고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좁은 침대와 쾌적하지 못한 환경, 생산목표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동원당하는 곳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의 반론, “안타깝지만 유족주장 사실과 다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최근 본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 유족측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고 김주현씨의 자살을 방치했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 고 김주현씨는 소주 2병을 마신 후 만취상태였다. 보안요원들이 김씨를 숙소까지 옮긴 후 잠든 것을 확인한 후, 동장(사감)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가 그 이전에도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은 나중에 CCTV를 통해서 확인한 사실이다. 상식적으로 그의 자살의도가 처음부터 감지됐다면, 그를 방치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주현씨의 죽음을 은폐하기 위해 모텔에서 돈으로 매수하려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고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장례절차와 회사에서 지원 가능한 부분을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언급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우울증에 대한 5개월 치료소견에 2개월만 병가를 내줬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2차례 진단서가 제출됐는데 담당의사의 소견은 ‘2개월 치료 후 우울증의 상태가 호전’됐으며, 향후 ‘3개월은 약물복용이 필요하다’고 언급돼 고 김주현씨와 부서장의 합의 하에 복직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사관리규정상 휴직 직전의 부서로 복직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그가 힘들어 한 첫 근무부서로 발령됐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유족들은 김씨가 1~2개월에 한 번 쉬었다고 하는데, 그는 (교육과 휴직기간을 제외한) 9개월 근무기간 동안 66일을 휴무일로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하루 14~15시간씩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14~15시간 동안 쉼없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돌발상황에 대처하며, 300억~500억원의 고가장비를 유지·관리하는 것이 그의 업무였다. 결국 그가 아토피 등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자재관리 업무로 옮겨주었는데, 불과 1개월만에 병가휴직을 낸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고인과 유족들에게 다시 한 번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며 “근무환경이나 기숙사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미진한 부분은 보완할 것이며, 상담부서 인력을 더 확충해 직원들에 대해 보다 세심한 관찰로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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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현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제12조 3호 규정을 들어 “고 김주현씨의 근로계약서, 유품, 병원 진료기록 등에서 알 수 있듯이 1일 8시간, 주40시간을 정한 근로계약서 및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장시간 근로(연장, 휴일근로가 법정 연장근로 제한규정을 초과), 성과경쟁 위주의 업무스트레스, 클린룸 내 피부병을 유발하는 유해환경, 무노조경영을 통한 위계적이고 일방적인 노사관리, 기숙사 관리규정 위반, 사업주의 안전조치 위반 등 노동관계법령 위반사실이 심각하다”며 ‘특별근로감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아들이 일했던 삼성의 실체를 알고 싶다”
고 김주현씨 유족, 반올림,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등은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11가지 사항을 전달하고,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는 고 김주현 사망사건과 관련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수수방관해왔던 것에 대해 사과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즉각 실시할 것.
▷삼성전자 LCD공장 노동자들의 연이은 자살 등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특별근로감독을 신속하고 책임 있게 실시하기 위해 지청장을 책임자로 하는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조사하고, 그 결과를 1월24일 정오까지 공개할 것.
▷고용노동부는 고 김주현 사망원인과 관련, 철저한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아래 사항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
▷잇단 자살의 원인제공은 사업주에게 있다. 삼성전자 LCD 천안, 탕정공장 설립이후 현재까지 노동자들의 자살 현황 및 회사가 자살에 대해 어떻게 처리해왔는지 등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하고 공개할 것.
▷삼성전자 LCD 노동자들의 사망, 질병, 작업사고, 자살사건 등 현황과 산재은폐 행위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
▷삼성전자 등 반도체 3사가 의뢰해 실시한 ‘반도체 공정 위험성 평가 보고서(서울대학교 2009년 실시)’ 중 기업기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기업(조직)문화와 의사소통’ 관련 내용을 확보해 업무스트레스 원인을 규명할 것.
▷경찰조사와 별개로 고 김주현씨의 직접 사망에 이르는 과정과 관련해 기숙사 관리 규정을 포함한 삼성의 안전조치 규정 및 시스템, 실태를 조사할 것.
▷고 김주현씨를 포함한 해당사업장 노동자들의 근로실태(실노동시간과 임금현황, 연장, 휴일근로 강요 여부와 실태, 법정 연장시간 제한규정을 초과하는 시간실태와 그 처리에 대한 편법 교통비 지급 등 불법실태, 교대근무 실태, 산안법 및 산재법 위반 실태 등), 인사고과 시스템 실태를 조사하고 밝힐 것.
▷고 김주현씨가 극심한 피부병으로 고통받은 원인이 되는 칼라필터공정 화학물질 성분조사와 클린룸내 유해요인 실태를 조사하고 공개할 것.
▷고 김주현 사망 등과 관련해 직무스트레스 및 예방관리 시스템 현황과 운영실태를 조사하고 밝힐 것.
▷고 김주현씨가 1월10일 업무복귀를 위한 기숙사 입소부터 사측의 지휘감독하에 있었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책임회피용 사측의 망발(복귀결정이 되지 않았다고 하는 등)을 바로 잡고 업무관련성을 명확히 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