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아산시의 가장 큰 변화는 지방선거를 통한 지역정가 인물의 재배치였다. 아산시 제5대 복기왕 시장 선출과 제6대 아산시의회(의장 조기행)가 출범했다.
LH의 자금난으로 아산시의 가장 큰 성장동력이며, 모든 도시개발계획의 중심축이었던 아산신도시는 사업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려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농촌지역에서는 악천후가 계속돼 벼, 과수, 채소, 시설작목 등이 큰 타격을 받으며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갔다. 경기와 소득의 양극화도 계속돼 사회계층간 불균형은 오히려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봤다.
<이정구 기자>
아산시 제5대시장 복기왕 당선
제5대 아산시장은 민주당 복기왕 후보로 결정됐다.
올해 실시한 6·2지방선거는 그 어느 해보다 혼탁한 선거였다.
민주당과 함께 3강구도를 보였던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은 공천과정에서 갈등을 일으키며 내부 분열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충청권 맹주임을 자부하던 자유선진당은 시장뿐만 아니라 도의원, 시의원 공천과정에서도 유권자들에게 정치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추태를 보였다.
복기왕 후보는 3만3474표(34.13%)를 획득해 2위 한나라당 임좌순 후보 2만5716(26.22%), 3위 자유선진당 강태봉 후보를 2만4846(25.33%) 제치고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4위는 무소속 이교식 후보 7535표(7.68%), 5위 이건영 후보 4931표(5.02%), 6위 친박연합 한창대 1552표(1.58%)를 각각 획득했다.
복기왕 시장은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선거법위반으로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중도하차한 전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책임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6대 아산시의회 시작부터 삐그덕
제6대 아산시의회 전반기 원구성은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다.
아산시의회 원구성은 ▷의장 자유선진당 조기행(3선), ▷부의장 한나라당 김응규(3선), ▷총무복지위원장 자유선진당 김진구(초선), ▷산업건설위원장 한나라당 여운영(2선), ▷운영위원장 한나라당 심상복(초선)으로 결정됐다.
제5대 아산시의회에서는 14명의 재적의원 중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던 민주당이 제6대 의회에서는 6명을 원내로 진출시키며 제1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의장선출을 위한 한나라당(4명)과 자유선진당(4명)이 연합한 8명의 의사결정 앞에서 민주당 6명의 목소리는 무력했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은 8대6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의장단 선거를 포기하며 “아산시민은 변화를 요구했지만 제6대 아산시의회는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현 의장단을 비난했다.
이에 조기행 의장은 “민주당 6명도 시민의 대표지만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 8명도 시민의 대표다”라는 논리로 맞섰다.
기초의회의 정당공천제에 대한 적정성, 교황선출방식의 의장선출제도에 대한 적정성 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걸매리 갯벌매립, 반대의견도 듣겠다”
‘아산 ECO-테크노파크조성사업’은 올해도 아산시의 주요 의제였다.
아산에코테크노파크는 아산시에 마지막 남은 바다인 인주면 걸매리 430만8500㎡(130만평)를 매립해 산업단지를 조성하려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한때 잠정 보류하겠다던 아산시는 갑자기 갯벌매립에 대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강희복 전 시장은 6·2지방선거 직전인 5월20일 대림산업주식회사와 SPC(특수목적법인)설립을 위한 주주간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장의 무리한 ‘대못박기’라며 ‘차기 집행부로 넘겨라’라는 요구와 함께 각계의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특히 시민단체에서는 범시민연대기구를 구성하고 아산시청 정문에서 연일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새 집행부를 구성한 복기왕 시장은 갯벌매립 반대목소리도 듣겠다며, 시민단체대표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본 사업은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하고, 의회에서도 찬반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도 아산시 마지막 바다인 걸매리 갯벌은 왕성한 생명력과 자연의 힘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최악의 날씨에 속 타는 농심
올해는 봄철 개화기부터 가을철 수확기까지 농업환경에는 최악의 날씨였다.
봄철 아산시 최고의 배 주산지인 음봉면·둔포면 일대에는 농민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작년보다 1주일~열흘 늦게 배꽃이 만개하기 시작했지만 비 때문에 단 하루도 제대로 화접(인공수분작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벽에는 영하로 기온마저 뚝 떨어져 꽃잎이 냉해를 입고, 한낮에도 10℃를 넘기지 못하는 이상저온현상이 계속됐다.
이러한 날씨는 배 뿐만 아니라 오이, 배추, 무 등 채소와 포도, 사과 등 과수, 시설작목 등 전분야에 걸쳐 피해를 안겨줬다.
그리고 여름내 이상고온으로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더니 일조량이 무엇보다 중요한 수확기가 가까워 오면서 연일 비가 내렸다.
채소농사, 과수농사, 벼농사 할 것 업이 모든 작목이 흉년을 맞았다.
최악의 날씨에 채소는 수확 자체가 불가능했고, 포도는 평년 수확량의 30%도 건지지 못했다. 아산시 농업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벼농사도 작년대비 30%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는 그 어느해 보다 농민들의 시름이 깊은 한 해 였다.
세계 최대 LCD공장 앞에서 통곡하다
7월20일 충남 아산시 탕정면 세계최대 LCD공장 정문 앞에서 기일을 사흘 앞둔 ‘고 연제욱씨’의 어머니가 목 놓아 오열했다.
이날은 35℃의 폭염과 한 여름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 열기가 더해져 잠시 서 있기조차 힘겨울 정도로 숨막힌 날씨였다.
이날 반도체, LCD, SDI 등 삼성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비롯한 각종 난치병에 걸려 사망하거나 투병중인 노동자의 가족과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원회 등 20여 명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의 진상을 밝히라며 ‘삼성전자 산업재해 은폐 규탄대회’를 열었다.
삼성LCD 정문 앞에는 통근버스를 이용한 몇 겹의 바리케이트가 둘러 쳐졌다. 또 집회인원의 몇 배에 달하는 자체 경호 인력이 철통같은 경계를 펼치고 있었다.
노동자, 시민단체의 구호와 절규는 삼성의 버스성벽과 삼성에서 송출하는 확성기에서 울려퍼지는 걸그룹의 댄스곡 퍼레이드에 공허하게 묻혀버리고 말았다.
이에 앞서 오전 7시부터 1인시위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몸싸움에 떠밀려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응급 후송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날 삼성LCD 탕정공장 앞에서는 연제욱씨 유가족과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22세)씨 부친 황상기씨, 재생불량성빈혈로 투병중인 유명화씨의 부친 유영종씨,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 공유정옥 소장, 노동계, 시민단체 회원들이 함께 절규했다.
KTX 천안아산역 택시분쟁 7년째
천안시와 아산시의 경계에 있는 KTX천안아산(온양온천)역 택시사업구역을 둘러싼 두 도시간 갈등이 7년째 계속되고 있다.
천안시가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불편을 이유로 기존 승강장 이외에 천안방면에 새로운 택시승강장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밝히자 아산시가 ‘위법’이라며 차라리 영업권을 통합시켜 상생의 길을 가자고 주장했다.
아산시는 “천안시 택시업계만을 위한 일방적인 요구와 주장은 운수업계나 지역간 갈등만 부추길 뿐이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양도시간 운수업계 상생발전과 이용객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아산시와 천안시가 협의해 전체 사업구역 통합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2004년 천안아산KTX역 설치 이후 6년 여 기간 동안 택시영업권을 둘러싼 두 도시의 입장차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택시승강장을 새롭게 설치해도, 현행 제도를 유지해도 이용객의 불편은 잠재돼 있다. 두 도시의 택시업계와 행정기관의 이해만을 앞세운 대립과 갈등에 앞서 택시 이용객의 편의를 우선시한 합리적인 타협과 조정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황해경제구역 누구를 무엇을 위한 사업인가
아산시 인주면 지역이 대거 포함되는 황해경제자유구역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정상추진이 가능할까.
황해경제자유구역은 충남도와 경기도가 함께 시행하는 사업으로, 충남도 당진군, 아산시, 서산시, 경기도 평택시와 화성시에 걸쳐 총 5개 지구 5505만㎡에 추진하고 있다.
아산 인주지구는 공세3리, 신성리, 걸매리, 밀두1리, 밀두2리, 문방1리, 문방2리, 문방3리, 문방4리, 대음1리, 금성리, 해암1리, 도흥1리, 관암1리, 관암2리, 냉정리 등 1303만㎡(394만평)가 지정됐다.
지역공동체·우량농지·환경·문화 등의 붕괴에 대한 우려는 이미 아산신도시 1~2단계에서 보았듯이 현실이다. 그 중 가장 큰 현안은 행위제한에 따른 재산권이나 생존권의 피해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또 수용될 지역주민들의 생계와 이주대책 등도 막연하다. 아산신도시 개발사업에서 경험한 것처럼 영세자영업자, 임차농민, 세입자, 일정소득이 없는 노년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현실을 반영한 보상여부는 불투명하다.
LH에서 현재 연구기관에 의뢰해 사업추진전략수립용역을 발주해 내년 3월에 결과물이 나올 예정이다. 그 결과물이 주목된다.
순천향대, 아산시 대기오염 발표에 ‘경악’
“아산지역이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준의 독성 중금속이 다량 검출돼 대기중 오염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하반기 아산시를 떠들썩하게 했던 순천향대학교 연구팀의 발표 내용이다. 방송, 신문, 인터넷 등 언론사들이 순천향대에서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고, 기사를 접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순천향대 연구팀은 “아산 지역 대기 중 나노입자에서 납·아연·크롬·비소·망간·니켈 등 중금속이 다량 검출됐다”며 “중금속 농도를 분석한 결과 산업단지인 광양지역이나 인구밀집도가 가장 높은 서울보다 더 높아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들 중금속은 인체에 흡수돼 호흡기와 순환기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질환까지도 야기할 수 있다”고 그 심각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그러나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연구원은 ‘입증 안 된, 신뢰성 떨어지는 내용’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순천향대학교는 내년 2~3월에 본 연구가 마무리 될 것이며, 그때 공식적인 입장발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아산신도시 2단계 충격파 일파만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금난 등을 이유로 아산신도시 2단계 탕정지구에 대한 지정변경이 예고됐다.
아산시는 LH공사가 지구를 축소했을 때를 가정해 예상되는 피해를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LH공사의 변경안(70.7% 축소)이 적용된다면 ▶아산시도시 개발계획과 인구수용계획 축소에 따른 충청남도와 아산시의 중장기발전계획의 전면 수정 불가피 ▶1998년 이후 12년간 장기간 행위제한에 따른 주민들의 정신적·물질적 피해보상문제 발생 ▶그동안 아산신도시 개발계획에 맞춰 진행되던 도시기반시설과 도시관리의 비효율 초래 ▶아산신도시 2단계 축소지역의 용도지역 환원(아산신도시 개발계획 이전의 용도 상태로 되돌아감)에 따른 자산가치 폭락 등 크게 4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산신도시 개발계획이 확정되던 순간부터 아산시의 중·장기발전계획이 아산신도시의 원안추진을 바탕으로 밑그림이 그려져 왔기 때문에 지역의 도시계획 축이 붕괴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지역의 경제·사회적인 붕괴와 파장은 이미 상당부분에 걸쳐 예견되고 있다.
아산신도시 2차 탕정지구 원주민들은 보상을 전제로 이미 1200억원이라는 지역의 금융권 부채를 안고 있다. 또 파악되지 개인간 연대보증이나 채무까지 더하면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 추정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비정규직도 서러운데 성희롱·해고·폭행까지
“좋아한다, 사랑한다. 우리 둘이 자고 나도 우리 둘만 입 다물면 누가 알겠느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2차 협력사인 금양물류에 다니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박모(46)씨 휴대전화에 남겨진 문자 메시지다.
그녀가 당한 성적 모욕과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너희 집에서 자고 싶다”(수차례 전화 받음) “야, 이년아, 이리와 봐”(회식자리) “나는 밤새 해도 끄떡없다.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지”(작업도중 듣던 말, 또 작업도중 무릎으로 엉덩이를 건드리고, 어깨·팔 등을 만졌다고 함.)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녀는 참다못해 동료에게 하소연했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오히려 따가운 시선과 해고통보 등 2차, 3차 피해였다.
그녀는 지금도 풀길 없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아산뉴스
▶보상금 받고 싶으면 줄서라?
11월22일 새벽, 두꺼운 겨울 외투를 몇 겹씩 걸친 것은 기본이고, 담요까지 몸에 둘둘 말고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은 난민촌을 연상시킬 만큼 간절해 보였다. LH가 토지보상을 실시하며 ‘선착순 한정보상’ 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자유선진당 돈 선거 폭로
박 모씨가 자유선진당 아산시의원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수회에 걸쳐 2억여원의 돈을 이명수 의원에게 건넸다며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했다.
▶국유지 불법점유 삼성이니까 통했다?
아산시 배방읍 북수리 850-2번지. 대한지적공사에 의뢰해 측량을 실시한 결과 삼성전자 식당건물 4068㎡중 국유지 13㎡가 무단점유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복기왕 시장의 낯 뜨거운 택시행정
11월12일 복기왕 시장이 G20정상회담의 성공개최를 명분으로 택시손님이 됐다. 그의 첫 행선지는 농협조합장 취임식장으로 구설수를 자초했다.
▶이명수 국회의원와 청목회
청목회 입법로비사건으로 국회의원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이 벌어진 가운데, 이명수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호서대 오규형 교수 안타까운 희생
소방방재학과 오규형 교수가 CNG 시내버스 폭발사고에 대한 원인규명을 위한 실험을 하다가 폭발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1340년 역사 간직한 ‘온주’ 돌려줘라
1340년 역사를 간직한 고유지명 ‘온주’가 지역주민의 의사를 무시한채 몇몇 정치인들에 의해 ‘온양6동’으로 둔갑해 주민들이 집단반발하고 있다.
|